반도체 사활 걸린 중요 시기에.. 핵심 투자 불확실성 커져

박정일 입력 2021. 1. 2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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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낸드 이어 AP·파운드리..
과감투자로 경쟁력 끌어올릴때
사실상 주요 경영 판단 올스톱
경쟁사 인텔은 선택·집중 가속
공백 장기화땐 추격허용 불보듯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전망. <자료= 트렌드포스>
파운드리 시장 업체별 점유율. <자료=트렌드포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 가운데 삼성전자만큼 다양한 시장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곳은 '인텔'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경쟁상대인 인텔이 지난해 낸드플래시 사업을 SK하이닉스에 매각했고, 비주력에 한해 위탁생산 비중을 늘리겠다고 하는 등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에 비해 삼성전자는 주력인 메모리 사업에서는 SK하이닉스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허용하고 있고, 비메모리의 경우 아직 수익성 확보까지 갈 길이 멀다. 그나마 착실하게 준비하던 비메모리 사업 확대 계획은 총수 부재로 향후 투자 방향이 불투명해졌다.

당장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초호황의 흐름을 타고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호기를 잡았다. 그러나 복잡하게 얽힌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도전자가 될 지 왕좌를 지킬 지 아직까지 삼성의 선택은 모호하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국내 업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의 선택은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를 좌우한다. 또 한번의 총수 부재 상황에 처한 삼성전자가 이번엔 어떤 대안을 마련할 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글로벌 업계와 '일당 백' 싸움…비메모리 성장 한계 극복이 관건= 삼성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24일 "현재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뿐 아니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 파운드리 등으로 다양하고 각 분야에서 인텔, TSMC, 퀄컴, 마이크론, 도시바 등 글로벌 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직원 규모나 등을 고려하면 마치 일당 백으로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업계 일부에서도 삼성전자가 이제는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가진 장점과 한계를 냉철하게 파악해 분사 또는 인수·합병(M&A)을 냉정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2030년 비메모리 세계 1위 달성을 위해 주력해서 키우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의 경우 성장성과 한계가 상존한다. 인텔이 7나노(㎚) 공정 안정화에 고전하고 있는 사이 5나노 이하 미세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는 업계 1위인 TSMC와 삼성전자 밖에 없다. TSMC의 독주를 막기 위해 주요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이 대안으로 삼성전자를 찾을 가능성은 기회 요인이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AP는 물론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완제품까지 직접 생산하는 구조라는 점은,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이 파운드리를 맡기기 부담스러워하는 요인이다. 반대로 TSMC는 파운드리 사업 외 다른 영역에는 진출하지 않는다고 완전히 선을 그어 기술유출 부담이 적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파운드리 사업을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분리해 운영 중이지만, 지금도 오해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하다.

가장 확실한 대안은 분사 또는 매각이지만, 파운드리 분사를 할 경우 자칫 지배구조 재편에 대한 압박을 당할 수 있다. 일단 고(故) 이건희 회장의 지분 상속 문제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을 어떻게 해소할 지에 대해서도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매각은 AP 제조 등에도 영향을 미쳐 더욱 불가능에 가깝다.

외부 파운드리 업체를 인수해 수주를 늘리는 방안도 해법 중 하나로 거론될 수 있지만, 이는 총수 부재 여파로 미지수다.

이미지센서의 경우 반대로 카메라 완제품 쪽에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소니의 아성을 깨기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이미 업계 최초로 1억 화소를 돌파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기술 면에서는 일부 소니를 앞질렀지만, 방송용 등 프리미엄 카메라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가진 소니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주력 메모리도 추격 허용…'선택과 집중' 압박= 이 와중에 메모리 사업에서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의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128단 4D 낸드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인텔의 낸드 사업까지 인수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신제품까지 출시하며 B2B는 물론 B2C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D램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보다 더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인텔은 차세대 메모리 기술인 '3D 크로스포인트'의 시장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이를 제외한 나머지 낸드플래시 사업을 SK하이닉스에 넘기기로 했고, 최근 실적발표에서는 특정 비주력 제품군에 대해서는 외부 파운드리 활용 비율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런 가운데 '선택과 집중'을 택한 인텔과 TSMC의 수익성은 지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당분간 메모리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비메모리쪽으로 쓰는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결단의 시점이 다가올 수록 삼성전자의 총수 부재가 더 뼈아플 것"이라며 "조 단위의 투자는 총수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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