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선 요구에는 귀막고, 이제 돈내라고?"..이익공유제, 부글부글 속끓는 IT업계

황병서 2021. 1. 2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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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지난 14일 코로나19 이익공유제 실현 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서울 영등포 지하상가 내 네이처컬렉션을 찾아 정기화 가맹점주(왼쪽 세 번째)의 얘기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여당이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수혜를 본 기업에 대한 '이익공유제'를 추진중인 가운데, 주요 대상 기업군으로 지목된 IT(정보기술)·인터넷·스타트업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월 논의작업을 앞두고, 기업의 자발적 참여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지목받은 기업들은 "정부와 여당이 밀어부치는 정책인데, 맘에 안 든다고 불참할 수 있겠냐"면서 우려 섞인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들 국내 기업들은 정부가 IT 업계에서 줄기자체 요구해온 규제해소, 해외 글로벌 업체와의 '역차별' 문제에는 귀를 닫고 있다, 수혜기업에 이익을 강제 분할하는 이익공유제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과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지난 2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과 화상으로 진행된 '플랫폼 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간담회'에서 이익공유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날 회의는 이 대표를 비롯해 오영훈 비서실장, 홍익표 정책위의장, 허영 대변인, 강성천 중소기업벤처부 차관 등 9명이 참석했다.

당초 이날 간담회는 이낙연 대표 측이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라이엇게임즈 등 플랫폼 기업을 초청하려 했으나, 해당 기업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관련 협단체가 참석하는 회의로 축소됐다. 인터넷기업협회는 네이버가,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카카오페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토스가 각각 회장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플랫폼 기업들 나름대로 이익공유를 이미 실천하고 있다"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배달의 민족 등 그동안 소상공인 판매수수료 인하와 면제, 온라인 교육과 같은 화상회의 시스템 무상지원 등에 앞장 서 왔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대표는 "오늘은 그 연장선 상에서 상생을 효과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견을 듣고자 모셨다. 허심탄회하게 말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익공유제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때문인지, 이날 업계에 직접적인 기부 등을 요구하기 보다, 펀드 참여시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겠다고 회유했다. 이날 이 대표가 제안한 이익공유제는 코로나19로 수혜를 입은 업종 등이 중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익을 기부하자는 개념이다. 기업 기부금으로 펀드를 조성하되 참여기업에는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이후에 도입했던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이 그 예로 꼽힌다. 여당은 빠르면 이달 내 이익공유제를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여당이 이익공유제에 불을 지피고 나섰지만, 주 대상자인 IT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도 중소 소상공인들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펴고 있는데, 언택트 수혜기업이라고 해서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기금 출연 등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협회 대표들은 "꾸준히 영세 소상공인 지원을 해오고 있다", "신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으며, 주가가 올랐으나 실적은 전년도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고 토로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스타트업 자체도 투자가 말라붙고 폐업에 이르거나 생존이 불투명한 업체들이 굉장히 많은 상황"이라 면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초대 의장인 배달의 민족의 경우, 코로나 이후에 소상공인 광고비를 50% 환원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인터넷, 게임, 쇼핑 업종 등이 언택트 수혜주로 묶여 예년의 몇배 이상의 실적을 거둔 것처럼 포장되고 있지만, 실제 속을 들여다 보면 선방 정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주가가 급상승해 외부에서 볼 때는 굉장히 성장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적은 전년도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 기업들이 지난해 적자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규 일자리를 만들고, 정부 부처 등과 공동으로 상당한 금액을 지원했다"면서 "게임사들도 과금을 면제한다든지 직접적인 기부를 한다든지 활동 내역이 굉장히 많아 소개하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항변했다.

이날 간담회를 지켜본 IT기업 관계자들은 한마디로 "분하고 억울하다"는 분위기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IT업계가 코로나로 돈을 벌었으니 그 만큼 내는 식으로 참여하라는 뜻으로 들린다"면서 "먼저 이익공유제에 대한 명확한 개념부터 설명하고, 준비하는 인센티브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부터 있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업계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온 규제완화,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개선 에는 정부나 정치권 모두 시큰둥 하다, 갑자기 소득분배 개념의 이익공유제를 들이민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한 IT 업계 임원은 "정작 코로나 수혜로 엄청난 수혜를 챙긴 것은 국내 기업들이 아니라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상당수일 것"이라 면서 "정부가 이들 해외 기업들에 이익공유제의 개념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추가 재원을 요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황병서기자 BShw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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