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험담 전파 가능성 낮으면 명예훼손 아냐"

한기호 2021. 1. 2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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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단둘의 대화에서 제3자를 험담한 것을 두고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불특정 다수가 허위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공연성'과 그 '전파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유죄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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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심서 원심 깨고 돌려보내
친구와 단둘의 대화서 3자 험담
불특정 다수가 허위사실 인지
공연성 인정되지 않으면 무죄
대법원 전경.[사진=대법원 홈페이지]

친구와 단둘의 대화에서 제3자를 험담한 것을 두고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불특정 다수가 허위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공연성'과 그 '전파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유죄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 대해 상고심에서 유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2014년 5월 박씨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피해자 A씨와 통화한 직후, 자신의 사무실을 찾은 친구 여모씨에게 "신랑하고 이혼했는데, 아들이 하나가 장애인"이라고 A씨에 대한 허위사실을 말했다. 또 그는 A씨와 이혼했지만 사실혼 관계인 B씨를 두고 'B가 A에게 돈을 갖다주기 위해 가불을 요구한다'는 취지의 말도 함께 했다.

다만 이때 A씨와 박씨의 통화는 끊어지지 않은 채였고, 박씨는 여씨의 '누구와 통화했냐'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이같이 발언했다고 한다. 발언 내용을 녹음한 A씨는 자신의 아들이 장애인이 아니고, B씨가 임금을 가불해 자신에게 가져다 준 것도 아니라며 박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후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는 1심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 받았고 2심 역시 박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2심은 "박씨가 고의적으로 허위발언을 한 것은 아니었고, 발언 후 여씨와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등 크게 관심이 없어보여 발언의 전파가능성이나 공연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벌금 70만원의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의 쟁점이 '공연성'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날 대법원은 '공연성' 요건을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박씨가 사무실에서 해당 발언을 할 때 여씨만 있었는데, 이는 공연성이 부정될 유력한 사정"이라며 "피고인이 여씨 앞에서 한 발언 경위와 내용 등을 보면 해당 발언이 불특정 다수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박씨와 여씨의 친밀 관계를 고려하면 비밀보장이 상당히 높은 정도로 기대되기 때문에, 공연성을 인정하려면 그러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수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원심이 공연성 등을 인정할 만한 사정에 대해 검사의 증명을 요구하거나 별다른 심리·판단을 하지 않고 유죄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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