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앤트레터] 터키 GDP와 맞먹는 시장..'리틀 버핏'이 주목하는 이 기업

박용범 입력 2021. 1. 24. 19:15 수정 2021. 1. 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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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 주간의 업무를 마치고, 편안하게 쉬시는 주말이 되시길 바래요.

미국에 정착하던 초기에 의아했던 점이 많았어요.

특히 집수리 관련 각종 설비, 자재를 파는 '홈 디포'(Home Depot), '로우스'(Lowe’s)는 그 중에서도 잘 이해가 안되는 곳이었죠.

파는 물건(?) 특성상, 코스트코 매장의 2배 가까운 초대형 매장, 창고(?)가 미국 전역 곳곳에 있는데, 과연 장사가 될까라는 의문이 늘 있었어요.

하지만 주택에 살게 되면서 홈 디포와 로우스 필요성은 곧 알게 됐죠.

뉴저지주 패러무스(Paramus)에 있는 로우스 매장 입구 모습입니다. [박용범 특파원]
제가 살고 있는 뉴욕 맨하튼 인근 뉴저지의 주택들은 대부분 출생연도(?)가 1920~1960년대입니다. 처음에 집을 알아볼 때 '전후' 라는 말이 나와 깜짝 놀랐죠.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은 집은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이런 용어가 쓰이는 것이죠.
이렇게 집들이 낡았지만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으로 주택 수명을 늘려가는 경우가 많아요. 당연히 수시로 집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죠. 그런데 살인적인 인건비 때문에 어지간한 수리는 스스로 해야 합니다. 저도 이런 이유 때문에 홈 디포, 로우스에 발을 담그게 됐네요.
로우스가 취급하고 있는 상품 카테고리. 건축자재는 물론 가구, 가전, 비상용 발전기 등 거의 모든 내구재를 판매 중입니다. [자료 = lowes.com]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생활 곳곳에 불가역적인 변화를 초래했는데요.

특히 큰 변화들은 재택근무가 늘어나며 생긴 것이 많아요. 지난주 '유레카 뉴욕' 코너에서 소개해드린 것 처럼 반려동물 시장이 급성장했구요. 여러 디지털 혁명에 엄청난 속도가 붙었어요.

로우스 매장 내 공구 진열대 모습. 세상에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공구는 다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박용범 특파원]
디지털과는 거리가 멀지만, 전통 산업분야에서도 빅뱅이 일어나고 있죠. 이번 주 RH라는 가구기업을 소개해 드린 것과 같은 이유로 집수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보다 생생한 현장 체험기를 전달하기 위해 저는 21일(현지시간) 뉴저지주 패러무스에 있는 로우스 매장을 찾았어요.

집짓기에 필요한 목재까지 파는 로우스. 마치 공장 물류창고를 들어온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박용범 특파원]
안으로 들어가니 쇼핑 매장이 아니라 건축자재 공장 창고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먼저 듭니다. 통나무 목재, 대형 문짝, 지게차, 각종 공구, 샹들리에 등등. 이곳에 일하는 직원들은 공사 현장에서나 쓸법한 대형 지게차 위에 올라 높은 곳에 있는 재고를 관리하는 모습도 보이더군요.
높은 층에 있는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지게차를 타고 올라가 작업하는 로우스 직원 모습 [박용범 특파원]
매장을 돌다보니 냉장고, 세탁기, 오븐과 같은 가전제품도 있었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 제품이 보여 로우스 가격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지 비교해봤습니다.
로우스 매장 가전코너에서 판매 중인 삼성전자 냉장고. 제품 번호를 넣고 온라인 가격을 조회해보니 다른 유통채널과 가격이 거의 같았습니다. [박용범 특파원]
주요 제품 판매 가격을 비교해보니, 가전제품은 다른 유통채널과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다만 로우스 신용카드를 만들면 최대 100달러 한도로 20% 할인을 해주는 혜택 등을 받으면 더 저렴할 수는 있더군요.
LG전자 제품 역시 로우스 가전 매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가격은 베스트바이, 홈 디포 등 다른 유통채널 가격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박용범 특파원]
홈 디포, 로우스는 집수리 뿐 아니라 신규주택 시장 호황 덕도 톡톡히 보고 있어요.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신규주택 착공 건수가 전달보다 5.8% 늘었어요.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돈 것은 물론, 2006년 말 이후 가장 높은 실적입니다. 겨울철은 주택공사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신규주택 착공은 4개월 연속 늘어나고 있어요.

로우스에서 대표적인 공구인 보쉬(BOSCH) 전동 공구가격을 비교해봤어요. 로우스에서 199달러에 판매 중인 전동 드릴을 아마존은 30달러 더 싸게 판매 중이었어요. [박용범 특파원, amazon.com 캡처]
기존 주택 판매는 공급이 딸리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미국의 주택판매는 1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죠. 하지만 지난해 11월 주택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22% 감소했는데, 이는 매물 부족 탓입니다.
주택용 대형 문까지 판매 중인 로우스 매장 [박용범 특파원]
이렇게 주택 수요가 늘어난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제로금리 정책 탓에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영향이 큽니다. 2%대 모기지 금리가 나오며, 렌트비를 내기보다 집을 사서 모기지를 갚는 것이 더 경제적인 상황이 됐어요.

세제 등 소비재도 판매 중인 로우스. 이곳보다 싸게 파는 곳이 있으면 가격을 맞춰준다고 써 있더군요. [박용범 특파원]
또 다른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동주택 포비아(공포증) 현상입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며 공동주택보다는 사람간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개인 주택으로 이주하는 수요가 강력해졌지요.

지역별로 다르지만, 대도시 인근 지역은 공급은 부족해졌는데 저금리로 수요는 늘어나며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로우스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 개선 관련 시장(Home Improvement Market)은 9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GDP의 약 60%, 터키 전체 GDP와 유사한 엄청난 시장이죠. 로우스 연간 매출을 고려하면 이 시장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죠.

로우스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2020회계연도, 2021회계연도 매출과 영업이익 실적 전망치 [자료 = lowes.com]
로우스의 2020회계연도 1분기~3분기 누적 매출은 692억 8600만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3.5% 성장했어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1억 2300만 달러를 기록, 51.7% 증가했죠. 매출 성장세도 놀랍지만 영업이익 증가세가 매출 성장세의 2배를 넘는 점이 눈에 띕니다.
로우스 영업이익률 전망, 2020회계연도에는 1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자료 = lowes.com]
홈 디포의 2020회계연도 1분기~3분기 누적 매출은 998억 49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2% 성장했어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1억 9500만 달러로, 14.1% 증가했죠. 홈

디포가 로우스에 비해 외형은 크지만 올해 실적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성장률, 영업이익 증가세가 로우스에 뒤진 성과를 냈습니다.

잔디깎기 기계를 판매 중인 로우스 매장 [박용범 특파원]
지난해 12월 9일 로우스가 제시한 실적 가이던스에 따르면 2020회계연도(2020년 2월 1일~2021년 1월 29일) 매출이 약 880억 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22% 성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업이익은 약 95억달러로, 영업이익률이 전년대비 1.70%포인트 개선된 10.8%를 기록했구요.

다만 2021년 매출은 급성장한 2020년 실적 기저효과로 820억~86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어요. 2021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92억~103억 달러입니다.

로우스 신용카드 사용시 5% 추가 할인을 해준다는 점을 내세운 매장 내 모습 [박용범 특파원]
로우스는 빌 애크먼(Bill Ackman)이 이끄는 유명 헷지펀드인 퍼싱스퀘어(Pershing Square )가 투자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죠. 빌 애크먼은 '리틀 워런 버핏'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투자자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 폭락장에서도 기록적인 투자 성과를 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죠. 퍼싱스퀘어는 팬데믹 초기인 지난해 3월 2700만 달러를 투자해 CDS(신용부도스와프: 부도 발생시 채권, 대출 원리금을 날릴 위험에 대비한 신용파생상품)를 사들여 투자금의 100배에 가까운 수익을 내기도 했죠. 행동주의(activist) 펀드를 운영하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 많은 기업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장본인이기도 해요.
퍼싱스퀘어가 투자한 치폴리 매장에서 식사 중인 것을 홍보하는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CEO. [자료 = 빌 애크먼 트위터]
퍼싱스퀘어의 포트폴리오에는 식음료와 전통산업 관련 기업주가 많습니다. 로우스 외에도 스타벅스(SBUX), 치폴리(CMG), 힐튼호텔(HLT),애질런트 테크놀로지(A), 레스토랑 브랜드 인터내셔널(QSR) 등이 대표적이구요.
퍼싱스퀘어가 투자한 기업 포트폴리오 [자료 = Pershing Square Holdings 재무보고서]
퍼싱스퀘어홀딩스가 지난해 8월말 펴낸 재무보고서에는 로우스 투자에 따른 실적과 평가가 나와있어요. 2020년 1월 1일 대비 8월 25일까지 퍼싱스퀘어는 로우스 투자로 11.7% 수익을 올렸구요.
로우스의 최근 1년 주가 흐름. 지난해 3월 6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17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료 = google.com]
지난해 8월 기준입니다만, 홈 디포 PER(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비율: 주가를 1주당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은 25배이지만 로우스는 19배로 주가 상승여력이 있다고 평가해둔 부분이 있습니다. 퍼싱스퀘어는 "로우스는 사업구조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뤄서 주가가 상당히 오를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어요.
로우스 분석시 홈 디포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외형은 홈 디포가 로우스보다 크지만 세부 지표에서는 엇갈립니다.

최근 3년 매출 성장률은 로우스가 7.38%를 기록, 홈 디포(8.18%)보다 다소 낮은 편이었습니다. 반면, 최근 3년간 순이익 증가율은 로우스가 14.71%를 기록, 홈 디포(13.27%)보다 조금 높은 편이었구요.

임직원 1인당 연간 매출은 로우스가 27만 7490 달러, 홈 디포가 26만 5150 달러로 로우스가 조금 앞섭니다. 반면, 1인당 순이익은 홈 디포가 3만 46달러로, 2만 642달러인 로우스보다 50% 가까이 높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유통기업들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며 BOPIS(buy online/pickup-on-store: 온라인 구매, 오프라인 픽업 방식의 소비 패턴)가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사진은 로우스 패러무스 매장에서 온라인 주문 물건을 주차장에서 픽업하게 만들어놓은 모습. [박용범 특파원]
시장분석 커뮤니티인 '시킹알파'(Seeking Alpha)에 따르면 로우스의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평점 평균은 4.25 (5점 만점)으로 홈 디포(4.15)보다 다소 높은 편입니다. 로우스는 매수 의견이 75% (적극 매수(53.1%), 매수(21.9%)) 였고, 홈 디포는 매수 의견이 72.8%(적극매수(45.5%), 매수(27.3%))로 제시되어 있네요.

로우스는 최근 온라인 매출을 늘리기 위해 많은 변신을 시도 중이에요. 로우스가 팬데믹 1라운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2라운드에서도 성공할지는 디지털 혁신에 달렸다고 봅니다. 대규모 건축자재를 온라인으로 판매한다는 것은 잘 와닿지 않는 개념입니다만, 저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절대 온라인으로 거래가 되지 않을 것 같은 명품 판매에서도 '파페치'(FarFetch)는 성공을 거두고 있거든요.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며 연말 트래픽을 크게 끌어올린 로우스 [자료 = lowes.com]
로우스는 지난 2019년 5월 '블룸버그 커머스’(Bloomberg Commerce)로부터 리테일분석 플랫폼을 인수했구요. 잘 신경을 안 쓰던 블프(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세일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네요. 로우스의 디지털화를 투자자와 소비자가 어떻게 평가할지 주목됩니다.

[박용범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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