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해리스 "北 붕괴 기대선 안돼.. '싱가포르 합의'가 좋은 출발점"

정승임 2021. 1. 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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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가 "북한은 최소 몇 년 간 붕괴할 가능성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 붕괴에 기대선 안 된다"며 "(북미간 싱가포르 선언은) 대북 문제를 다루는 좋은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지난 20일 퇴임 직전 가진 코리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게 싱가포르 합의를 조언하고 싶은 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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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김치, 짜파구리 만드는 법 배워"
"일본인 어머니 때문에 부당한 기억..
그러나 압도적 칭찬에 비하면 작은 부분"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가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 대사가 "북한은 최소 몇 년 간 붕괴할 가능성이 없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 붕괴에 기대선 안 된다"며 "(북미간 싱가포르 선언은) 대북 문제를 다루는 좋은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지난 20일 퇴임 직전 가진 코리아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게 싱가포르 합의를 조언하고 싶은 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다만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할 지 말지 여부는 조 바이든 새 행정부에게 달린 것”이라고 했다. 2018년 7월 부임한 해리스 전 대사는 지난 21일, 2년 7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해리스 전 대사 취임 직전인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미군 유해 송환 등 4개항에 합의하는 이른바 ‘싱가포르 선언’을 발표했다. 하지만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미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변화가 예상된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해 7월 25일 트위터에서 콧수염을 자른 모습을 공개했다. 트위터 캡처

해군 제독으로 40년 간 군에 몸담으면서 미군 태평양사령관(한반도를 포함한 태평양ㆍ인도양 관할)까지 지낸 해리스 전 대사는 매년 3월과 8월 열리는 한미연합훈련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전직 군 지휘관으로서 한미연합훈련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과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국방을 튼튼히 한 상태에서 협상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미훈련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과 나의 견해에 괴리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대화재개 요건으로 내건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해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방어 목적의 훈련”이라면서도 “필요하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대중(對中) 전략의 하나인 쿼드(Quad : 미·일·호주·인도 등 4개국 간 안보 연합체)에 대해 해리스 전 대사는 “쿼드라고 해서 4개국만 있으란 법이 없다.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며 “쿼드라고 콕 집어 말하진 않겠지만, 나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남중국해, 홍콩 이슈에서 중국의 책임을 물을 때, 한국이 동참하기를 희망한다”며 사실상 동참을 요구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달 19일 한국의 김치를 자랑하는 글과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 연합뉴스

해리스 전 대사는 한국에서의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국에서 유래된 김치와 짜파구리 만드는 법을 배웠다"며 "김치에 완전히 중독됐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이 “김치의 원조는 중국”이라며 이른바 ‘김치공정’ 논란이 한창인 시점에서 해리스 전 대사가 김치의 원조가 한국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밖에 2019년 북미 하노이 회담과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 방탄소년단의 활약 등도 인상이 깊었다고 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아쉬웠던 순간도 언급했다. 그는 “(제가) 일본인 어머니를 뒀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대우 받았던 나쁜 기억을 곱씹고 싶진 않다”고 했다. 일본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 전 대사는 그의 일본계 혈통과 콧수염이 일제시대 일본 총독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국내 일부 정치인과 국민들의 비난 대상이 됐다. 이에 대해 해리스 전 대사는 “그것은 불공평하고 전문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한국 국민과 정부, 언론으로부터 받은 압도적인 칭찬에 비하면 작은 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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