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 영상 지워 달라던 이용구, 이제와서 "수사기관 제출 다행"
이용구 법무차관의 변호인이 24일 “수사기관에 블랙박스 영상이 제출돼 다행”이라는 입장문을 내놨다. 본지가 이날 폭행 피해자인 택시기사 A씨와의 차량 동승 인터뷰를 통해 ‘이 차관이 폭행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하자, 이같은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이 차관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단의 신용태 변호사는 24일 입장문에서 “블랙박스 영상은 이 사건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므로, 어떤 경위에서건 수사기관에 제출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택시기사 A씨를 폭행한지 이틀이 지난 작년 11월 8일, A씨 집 근처의 카페로 찾아가 돈을 주고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차관이 “영상을 지우는게 어떻겠냐”고 요청했다고 A씨는 말했다. A씨는 “그게 무슨 지울 필요가 있냐, 안 보여주면 되지”라고 답했다고 한다. 당시 합의금을 주면서 ‘영상 삭제'를 시도했던 이 차관이 이제는 “수사기관에 제출돼 다행”이라는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A씨는 합의 이후 해당 영상을 지웠지만, 이후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이를 A씨 휴대전화에서 복원해냈다.
이 차관은 “비록 공직에 임명되기 이전의 사건이기는 하나, 이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서 송구스러운 마음이고, 특히 경찰의 1차 조사와 검찰의 재조사를 받고 있는 등 고통을 겪고 계시는 택시기사분께도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차관 측 변호인은 ‘영상 삭제'를 요청했다는 택시기사 진술에 대해선 “진술내용을 가지고 진위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택시기사분께 또 다른 고통을 줄 우려가 크고, 특히 그런 태도는 공직자가 취할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6일 밤 서울 서초동 A아파트 단지에서 술에 취해 택시기사 A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행 중 정차한 상태에서 폭행해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 의견이지만, 이를 수사한 경찰은 ‘단순 폭행’으로 간주해 입건도 하지 않고 자체 내사 종결 처리했다. 폭행 영상을 확인한 경찰 수사관은 A씨에게 “못 본걸로 하겠다”고도 했다. 부실수사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자 경찰은 24일 ‘진상조사단’을 꾸려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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