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째 바뀐적 없는 '서울 학군', 변화 감지된 지역 어디?

고민서 2021. 1. 2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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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학교 학교군 설정·배정방법 개선 연구용역 분석
"학군 조정 필요하다" 의사 밝힌 동부·성동광진·성북강북
기존 연구에서 학군 조정 검토한 중부·강서양천도 포함
강동송파·강남서초 등 지원청 6곳은 현행유지 의사 밝혀
서울교육청 "원거리 배정 막기위해 학군 재설정할 수 있어"
단, 학군조정·배정방식 동시 변경 땐 현장 마찰 가능성도
국내 부동산시장에선 학군 때문에 이사를 고민했거나, 특정 학교에 들어가고자 일부러 거주지를 옮겨가는 현상이 매년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똑같은 아파트 단지라도 학교와 가까울수록, 안전한 통학이 가능한 동일수록 웃돈(프리미엄)이 붙는 것처럼 학군과 부동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고착화된 지 오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서울시교육청이 20여 년 만에 학군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아직까지 구체화되거나 확정된 사항은 없지만, 서울시교육청의 연구용역 보고서에선 향후 서울 학군 조정과 중학교 배정 방식 변경에 대한 밑그림이 담겨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다각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서울시 중학교 학교군 설정 및 배정방법 개선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중학교 학교군 민원과 재설정 방안을 검토한 부분이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의 중학교 배정 관련 국민신문고 민원 중 특정 학교에 배정받지 못해 제기한 민원이 전체의 76.3%를 차지하고 있다. 교육지원청별 민원도 학교 배정에 대한 민원이 60% 이상으로 가장 많다. 그다음으로 민원이 많은 분야는 중입 배정 방법에 대한 민원(20.7%)다.

현행 서울 관내 중학교 배정 방식은 거주지 소속 학교군 내 전산 추첨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에는 총 46개 학교군(학군)이 있으며, 지난 1996년 이후 개정된 적이 없다.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담당 연구팀이 학교군 조정에 대해 각 교육지원청별로 의견 수렴을 한 결과 5개 교육지원청에서 학군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엔 기존 연구에서 학군 조정을 검토했던 중부·강서양천 외에도 동부·성동광진·성북강북이 추가적으로 조정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구체적으로 동부교육지원청은 기존 4개 학교군을 1학군+3학군, 2학군+4학군 등 2개 학군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보고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학군 통합 시 기존 1학교군 내 '이문초'의 통학여건이 개선되지만 '새솔초'의 원거리 통학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향후 학교 신설이나 신설 대체 이전 등 적극적인 방법도 함께 고려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2·4학군 통합이 이뤄지면 기존 4학군 내 '중랑초'와 '중목초'의 경우 2학군 내 휘경중과 전농중으로 배치되는 등 학군 개선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성동광진교육지원청은 자치구간 혼용된 3개 학교군을 성동구와 광진구 등 자치구별 학교군으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는 성동2학교군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타 자치구 소재 중학교 배정에 대한 민원을 반영한 것이다.

연구팀은 "성동광진교육지원청 의견대로 적용하면 두 자치구 모두 통학여건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성동구에선 '송원초' '금옥초' '옥수초'의 통학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금북초'의 경우 통학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학생수가 감소하는 중부3학교군(금호여중, 대경중)과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이와 동시에 광진구 전체로 학군을 개편할 경우엔 인접 중학교가 없는 '용마초'의 학교 선택권과 능동지역 학생들의 통학여건이 다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성북강북교육지원청은 앞서 2개 지역과 달리, 3학교군을 5~6학교군으로 세분화해 상대적으로 원거리에 배정돼 발생하는 민원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해서 "3학교군의 경우는 초등학교 대비 중학교의 위치가 균등하지만 1~2학교군은 밀집도가 양호하지 않거나 대규모 공동주택 개발에 따라 학생 수가 불균형한 지역이 있다"며 "따라서 5개 학교군보다는 성북과 강북이 인접한 지역을 한 개의 지역으로 해 4개 학교군으로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연구팀은 또 학군 내 단성학교가 불균형적으로 배치됨에 따라 남녀공학으로의 전환도 학군 조정 시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봤다.

중부와 강서양천은 선행 연구에서 각각 학군 조정에 대해 검토한 바 있다. 당시 연구 분석에서 중부교육지원청은 기존 6학교군을 3학교군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봤으며,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은 2개 자치구 4개 학군을 2개 자치구 5개 학군으로 확대·재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마곡 14~15단지(2학교군)을 1학군으로 편입하고, 신월 1·3·5동(4학교군 신월중, 신화중, 신원중, 양서중)을 2학교군으로 편입하는 등의 방안이 의견으로 나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관내 중학교 배정 방식 변경 및 학교군 재설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10월 "선택 범위를 서울 전역으로 넓히려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당시 조 교육감은 현행 `거주지 학군 내 전산 추첨 방식`을 `학교 지원제` 등으로 바꾸더라도 학생이 선택 지원할 수 있는 학교 범위 만큼은 원거리 통학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준으로 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충우 기자]
반면 이번 연구용역에서 서부·남부·북부·강동송파·강남서초·동작관악 등 6개 교육지원청은 '현행 유지' 의사를 밝혔다. 특히 세간의 관심이 주목된 강남일대 학군의 경우 2019년 서울시교육청 TF보고서에선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바 있지만, 이번엔 반대로 민원을 최소화하는 등의 차원에서 지금과 같은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변화된 의견을 제시했다.

일례로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학교군이 넓은 지역은 세분화할 필요성이 있지만, 선호지역 위주로 학생들이 집중될 우려가 있어 현행 학군을 유지해 민원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장을 명시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학교군 재설정 여부를 검토하는 것 외에도 관내 중입 배정 방식 변경도 향후 논의할 계획이다.

담당 연구팀은 서울시교육청에 관내 중학교 신입생 배정 시 통학거리·통학시간 등 근거리 순위에 따라 나누거나, 거주지 학교군내 희망 학교를 3곳 이내로 복수지원한 뒤 근거리 순위와 전산추첨 등의 방식으로 배정하는 두 가지 방안을 권고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군 설정과 배정 방법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원거리 배정을 없애겠다는 기본 방침에 따라 검토를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만약 개선안이 나오더라도 3~4년의 충분한 예고기간을 거치는 등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향후 서울 중학교 배정 방식이나 학군이 일부 변경되더라도 강북 학생이 강남으로 통학하는 원거리 배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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