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꼼수 '360억 불법 보관거래' 드러나
현대차證, 신영·유안타와
위법한 거래내역 확인돼
법원 "172억원 배상하라"
한국 채권시장을 뒤흔들었던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채권 채무불이행 사태에서 증권사 간 '파킹거래'가 있었다고 법원이 인정했다. 파킹거래는 운용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으로 상품을 매수하고, 이를 다른 증권사에 맡겨 처분할 때 수익을 나누는 불법적인 거래 형태다. 과거 파킹거래를 했다가 손실을 본 증권사 직원에게 형사처벌이 내려진 사례도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고법 민사12-3부(부장판사 이승한)는 지난 20일 신영증권과 유안타증권이 각각 현대차증권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1심 판결과 달리 현대차증권이 매매대금의 70%인 104억원과 68억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대차증권 직원 A씨는 (960억5000만원어치 어음 가운데) 자사 내부 보유한도 2600억원을 초과한 360억5000만원어치 어음을 다른 회사에 일시적으로 보관했다"며 "일정 기간 내에 다시 매수하는 등의 전제하에 신영증권과 유안타증권으로 하여금 기업어음을 매수해 보관하게 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행위는 정당한 기대를 부여했는데도 이유 없이 매매계약 체결을 거부한 것이어서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증권 직원이 신영증권·유안타증권에 보유한도 초과분 어음을 맡기는 '파킹거래'를 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증거로 제출된 전화통화에서는 A씨가 "난 이거 일단 다 돌려야 해"라며 파킹 상대를 찾는 정황이 드러났다. CERCG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에는 상대방에게 "이게 공식적으로 문제가 됐을 경우 형(신영증권 직원 B씨)도 회사에 얘기해야 하지 않느냐"며 "그런데 상대방 물건을 잠시 받아줬다 그러면 더 크게 다친다"고 파킹거래의 위법성을 인지한 내용이 담겼다. B씨는 "다시 가져가주는 게 제일 깔끔한데 그럴 방법을 찾아봐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다만 재판부는 "기업어음 보관행위는 직원들 간 개인적 친밀관계를 이용한 비정상적 행위"라며 "이에 가담한 신영·유안타증권도 손해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이들에게도 파킹거래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채권시장은 이미 한 차례 파킹거래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6월 파킹거래를 하다 펀드 자금에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된 전 채권운용 펀드매니저 C씨는 1심에서 징역 3년,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검찰 수사 이후 파킹거래 관행은 채권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2018년 5월 CERCG 자회사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한화투자증권 등의 주관으로 한국에 발행됐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CERCG가 관계된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며 어음은 모두 휴지조각이 됐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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