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치밀한 전략 최우선.. 11월 집단면역까지 갈 길 멀다
화이자 백신은 해동 거쳐야 해 까다로워
단기간 접종 따른 의료진 피로 고려해야
항체지속 기간 불명확.. 효과 여부 변수로
접종 자체보다 항체 형성이 가장 중요
부작용 인한 백신 불신·접종중단 대비를
전문가 "효과·부작용 평가 DB구축 나서야"
집단면역은 국민 상당수가 감염병 면역력을 가짐으로써 대규모 전파를 막아 면역력이 없는 국민도 간접적으로 보호받는 상태를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집단의 60∼70%가 면역력을 보유해야 집단면역이 이뤄진다고 본다. 오는 11월까지 우리 국민 3600만명(통계청 추계 인구 5182만여명 중 70%)가량이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2월 중순부터 시작하면 월 평균 400여만명을 접종해야 한다. 사상 유례없는 접종 규모다.
전문가들은 백신 수입 및 위탁생산, 보관·유통, 접종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조금만 차질이 빚어져도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계획대로 백신 물량을 확보하고, 저온 유통이 가능한 콜드 체인(저온상태 보관·운송 시스템)에 허점이 없어야 하며, 접종 인력과 시설도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접종 부작용 발생 시 빚어질 국민의 불신 및 접종 기피 현상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히 안내하는 절차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부터 우선접종 대상자를 시작으로 코로나19 백신 5600만명분(계약 완료 전인 노바백스 백신 제외)을 순차적으로 접종할 계획이다.
11월 집단면역 가능성을 놓고 전문가들 견해는 엇갈린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계약 발표 내용에) 언제부터 도입이 시작된다고만 적시하고, 언제 도입이 끝나는지 명시돼 있지 않다”면서 “미국 사례를 보면 실제 요청하는 것보다 적게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달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탈리아도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각각 약속한 공급량의 30%와 60%를 줄이겠다는 통보를 받고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9개월 내 국민의 70%가 접종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구축하는 것도 11월 집단면역을 위해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다. 현재까지 확보한 네 종류의 코로나19 백신 중 화이자는 영하 75도 내외, 모더나는 영하 20도,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은 냉장온도(2∼8도)로 보관·유통을 해야 한다. 의료진을 대상으로 까다로운 접종 과정 등에 대한 사전교육도 필요하다.
방대본은 화이자·모더나같이 초저온 유통이 필요한 mRNA 백신은 초저온냉동고가 설치된 접종센터에서, 냉장 보관이 가능한 백신들은 위탁의료기관에서 접종한다는 계획이다.
정 교수는 “독감 백신의 경우 국가 무료 예방접종과 일반 접종을 합쳐 석 달 새 1500만∼1800만명을 접종한다. 현재 접종 인프라에다 접종센터 등이 생기면 접종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물량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전국 각지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접종하는 독감 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원급 민간의료기관에서 기본적으로 접종하고, 보건소와 종합병원에서 일부 접종해야 몇천만명 접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독감 예방접종 지정병원 2만여곳 중 1만여곳을 추려 위탁의료기관으로 선정, 냉장 보관이 가능한 백신 1600만명분+α(코백스 퍼실리티 공급분)를 접종하게끔 할 방침이다. 각 접종센터에서 mRNA 백신 3000만명분+α를 하루 최소 600명에서, 많게는 3000명까지 접종할 예정이다. 국내에 1000만명분(코백스 퍼실리티 제외)이 공급될 화이자는 접종 전 해동 등 과정을 거쳐야 하는 탓에 독감 백신 접종보다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업무로 힘든 의료진의 피로도 상승 등도 고려해야 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600만명이면 9개월 동안 한 달에 400만명을 접종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토·일요일도 일할 순 있지만, 보건소나 의료기관 직원들이 지난 1년 내내 일했는데 쉽지는 않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얀센 백신(600만명분)을 제외한 백신은 모두 2차례 접종해야 한다.
11월 집단면역까지 추가 걸림돌은 ‘항체 지속기간’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최 교수는 “백신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됐다 하더라도, 몇 개월 동안 효과가 지속될지 몰라서 3∼4월에 맞은 사람이 9∼11월에 항체 효과가 없으면, 집단면역에 포함되지 않는 등의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목표를 잡을 수는 있지만, 현실성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가 62% 수준(정량 투여 시)이라는 것도 11월 집단면역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김 교수는 “11월 집단면역 계획은 백신의 효과가 100%일 때 얘기”라면서 “인구의 70%를 접종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인구의 70%가 코로나19 감염을 방어하는 항체가 있어야 한다. 그걸 착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 위주로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신 부작용 등으로 접종이 중단되거나, ‘백신 불신’이 발생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 지난해 독감 백신 사태와 같은 사회적 혼란이 발생하면 접종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 교수는 “효과와 부작용을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놓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특히 부작용 모니터링 등이 있어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변이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효과 등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을 무력화하는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가 나올 경우 11월 집단면역 계획에 큰 난관이 될 수밖에 없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전날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도전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 심지어 무서워지고 있다”면서 “변이가 등장한 것이 그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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