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發 공실대란.. 문닫은 73곳 중 64% 새주인 못찾았다 [우리동네 은행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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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발 공실대란이 현실화됐다.
그동안 'VIP임차인'으로 통했던 시중은행들의 점포줄이기가 가속화되면서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은행이 철수한 곳 중 절반 이상이 공실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파이낸셜뉴스가 지난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이 서울지역에서 점포를 폐쇄한 73곳(출장소 제외)을 전수조사한 결과 64%인 47곳이 아직까지 공실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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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장기화에 문의조차 없어
임대료 인하·점포분할 등 고육지책
영업점 축소 가속 공실률 악화 우려
임대인들은 임대료 인하 등 고육지책을 내놨지만 1년 이상 비어있는 점포들이 속출할 정도로 대안은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작년 73곳 폐점 중 47곳 공실
24일 파이낸셜뉴스가 지난해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이 서울지역에서 점포를 폐쇄한 73곳(출장소 제외)을 전수조사한 결과 64%인 47곳이 아직까지 공실인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임차인이 입주해 현재 영업 중인 곳은 16곳에 불과했는데 업종은 식당, 통신판매업, 타은행 등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10곳은 건물이 철거됐거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상가정보연구소 조현택 연구원은 "은행이 임차했던 곳은 대부분 유동인구가 많고 동선이 편한 상권"이라면서 "거기에 면적도 넓고 1층이나 2층에 위치해 임대료가 비싸 임대료 수준에 맞는 다음 세입자 찾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은행이 떠나고 공실이 길어지면서 임대인들은 임대료를 깎고, 큰 점포를 분할하는 등의 자구책으로 세입자 구하기에 나섰지만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3월부터 A은행이 철수하고 공실인 광진구의 한 점포는 임대료를 깎아도 10개월째 문의조차 없는 상황이다. 광진구 A공인 관계자는 "은행이 쓰던 면적이 워낙 넓은 데다 코로나로 경기까지 어려워지니 임대문의가 없다"면서 "애초에 문의조차 없으니 임대료 내린 걸 알릴 수도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B은행이 철수한 동작구 신대방동 점포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은행이 3개 점포를 합쳐서 썼는데 현재 원상복구 후 1개 점포만 임대가 되고, 2개 점포는 비어 있다"고 말했다.
■'은행 점포 구조조정' 공실 악화될 듯
은행 대신에 다른 세입자를 구한 점포들은 1년 안팎 걸린 곳들이 대부분이다.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상가는 은행이 철수한 지 1년가량 지난 최근에야 고깃집이 새로 입점했다. 문래동 C공인 관계자는 "기존에 은행이 내던 임대료보다 25% 정도 낮췄는데, 이마저도 은행이 떠난 후 10개월가량이 지난 후에야 세입자를 가까스로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통상적으로는 은행이 입점하면 건물의 자산가치가 높아지고 임대료가 밀릴 리스크가 낮기 때문에 한번 우량 세입자를 받은 임대인들은 몇 달을 비워서라도 세입자를 가려 받는 경향이 있다"면서 "최근에는 워낙 공실률이 높아진 만큼 이러한 분위기도 바뀌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은행발 공실 문제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시중은행들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영업점 축소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탓이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은 216개의 점포를 없앴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점포 구조조정 속도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올 초 1~2월 폐점계획이 있는 영업점만 해도 26개에 달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내수마저 장기간 침체된 게 공실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오프라인 매장 감소 추세와 코로나로 내수침체 악재가 겹치면서 공실률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면서 "은행이 사용했던 점포를 소화할 수 있는 임차인이 새롭게 나타나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김태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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