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외교 해법 미적..한미 공조에도 악영향" [파국 치닫는 '한일 관계']
김인엽 기자 2021. 1. 24. 17:59
정부, 사법부 판결에만 기댄채
일본과 적극적인 협상은 등한시
동맹 중시 바이든과 충돌 가능성
대북정책 공조도 어려워질수도
배상 관련 다양한 선택지 제시를
일본과 적극적인 협상은 등한시
동맹 중시 바이든과 충돌 가능성
대북정책 공조도 어려워질수도
배상 관련 다양한 선택지 제시를
[서울경제] 일본 정부가 위안부 배상 확정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하면서 한일 관계는 또다시 살얼음판을 걷게 됐다.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위기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외교 해법’을 적극적으로 가동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초래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일본에 보낸 유화 제스처로는 악화한 한일 관계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한일 관계 악화가 한미 공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외교 해법을 제시해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를 찾고 한미일 협력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24일 한일 외교 당국이 ‘위안부 판결’ 문제를 두고 충돌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와의 적극 협상이 필요한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외교적 조치는 소홀히 하고 사법부의 판결만 지켜본 결과”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한일 위안부 협상은 절차와 내용상 중대한 흠결이 있다”며 사실상 파기 선언을 한 후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이듬해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한 화해·치유재단도 해산했다. 여기에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과 지난 23일 위안부 배상 판결에 이르는 ‘사법부발 위기’가 이어졌으나 외교 해법 도출에는 소극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최근 일본에 보낸 ‘유화 제스처’를 두고도 “뒤늦었다”는 탄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양국 공식 합의로 인정했고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4년 전 이런 입장이었다면 10의 노력으로도 해결할 일을 지금은 100의 노력으로도 풀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한일 관계 악화가 ‘동맹 재건’을 기치로 내건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러시아 등을 견제하면서 기존의 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런 가운데 동북아 안보의 핵심축인 한미일 동맹, 그중 한일 관계가 흔들릴 경우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대북 정책 공조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한미일 관계 개선 요구를 강력하게 제기할 것”이라며 “좋지 않은 한일 관계는 한미 공조에도 부담되기 때문에 이참에 한일 관계를 개선하는 게 좋다”고 제언했다.
올해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은 한일 관계를 개선할 기회로 꼽히지만 개최 여부가 불확실한 것이 변수다.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일본 현안을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북한과 일본과의 만남을 주선할 수 있다”면서도 “올림픽이 넘어가면 한일 관계를 풀어갈 완충제가 별로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우리의 보궐선거와 10월 안으로 치러지는 일본 중의원 선거는 한일 관계의 ‘악재’로 평가된다. 윤 전 원장은 “일본 내 혐한 여론이 강해져 선거 전략으로 한일 문제를 꺼내 들 유혹이 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문 대통령과 협의해 한국 내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막기 위한 구체적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한국 내부에서 강제 징용 배상 해법에 대한 합의를 거치고 선택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며 “문희상 안을 일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듯 강창일 주일대사가 그간 언급한 다양한 해법 등을 공론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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