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민감한 사안에 '온도차' 있어..양국 소통 더 늘리자"

한예경,손일선 2021. 1. 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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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駐韓 중국대사
한중·한미 관계는 모순 아냐
韓, 국익따라 적절히 관리를
미중 대립은 전세계에 재난
바이든시대 새로운 협력 기대
中, 한반도평화 계속 역할할것
한중, 서로 지켜주고 돕는
'수망상조 동주공제' 실천
방역협력·민간교류서 모범

◆ 2021 신년기획 인터뷰 ◆

싱하이밍 대사가 지난 22일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싱 대사는 이날 한중 양국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쓰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승환 기자]
한국에 부임한 지 1년을 맞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했다. 싱하이밍 대사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양제츠 정치국위원,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등 고위급 인사의 방한을 잇달아 성사시켰고 한중 간 기업인들의 신속이동통로(패스트트랙)를 구축하는 등 양국 협력을 위해 막후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싱 대사에게 바이든 시대 한·중·미 관계 및 한반도 평화 전망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바이든 시대 미·중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나.

▷냉전적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의 영향으로 현재 중·미 관계는 충돌과 대립의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수교 이래 가장 엄중한 시기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빛을 봐야 한다(在困難的時候, 要看到光明)'는 말이 있다. 올해는 중·미 관계가 과거 사업을 계승해 앞길을 개척해 나가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무역전쟁·기술전쟁 등으로 미·중 관계가 크게 악화됐는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중·미 관계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관문에 다시 서 있다. 두 나라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신냉전'과 '디커플링'에는 출구가 없다. 대화와 협력이 올바른 길임을 알게 해줬다. 중국과 미국이 협력하면 양국과 세계에 기여할 수 있지만 대립한다면 재난으로 귀결될 것이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기반으로 세계인의 이익을 고려해 중·미 관계를 안정적이고 건전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적 기틀을 다시 마련해주길 바란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한국도 난처한 입장이다. 이 문제에 대해 주한 중국대사로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

▷한미 양국은 동맹이며 중한 양국은 중요하고 가까운 이웃이자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다. 한미 관계와 중한 관계 모두 한국에 중요하다. 두 가지는 모순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이 이런 지혜를 갖고 자국과 자국민의 근본적인 이익에 입각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두 관계를 적절히 관리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자주의를 지향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도 북한 비핵화 과정에 참여를 요청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관련국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목표의 실현은 관련국들의 관계 개선, 특히 남북 관계의 개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남북한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이고 피는 물보다 진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 또한 관련국들이 성의를 가지고 조속히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고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 추진하는 것을 환영한다. 중국도 관련국들과 함께 노력하며 이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중국은 다년간 한반도의 이웃으로서 한반도 평화와 지역 안정에 책임감 있는 태도로 임해왔다. 앞으로도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한반도 비핵화를 단계적·동시적으로 계속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한국발 전세기에 대한 입국 불허 조치를 내리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지금까지 이미 1만명 이상의 한국 기업 인사들이 '패스트트랙'을 통해서 중국을 방문해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양국의 왕복 항공편은 주 30편 정도까지 증편되었고, '베이징~서울' 직항 운항도 재개돼 꼭 필요한 인적 왕래가 보장되는 상황이다. 한국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계속 중국과 가장 많은 정기 항공편을 운항해온 나라다.

―대사로 부임해 지난 1년간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가장 큰 성과는 중한 양국이 방역 협력을 심도 있게 추진한 것이다. 양국은 코로나19에 맞서 '수망상조, 동주공제(守望相助, 同舟共濟·서로 지켜주고 도우며 일심으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다)'를 실천했다. 가장 먼저 연합 방역 협력 체제를 수립하고, 기업인들의 신속입국 제도도 최초로 실행했다. 국제적으로 모범 사례가 됐다.

―앞으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싶은 과제가 있다면.

▷중한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자 중요한 협력 동반자이며 양국 정부 간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양국 관계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민감한 문제도 있다.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양국 국민 간 감정에 일부 온도 차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임기 중에 양국 정부 간 신뢰를 심화하고 민심 소통을 증진시킬 수 있길 바란다.


"韓기업 中투자, 이젠 내륙 중서부로 눈 돌려야"
中, 올해 8% 경제성장 예상
세계경제에 온기 돌게할 것

RCEP 서명으로 다자주의 승리
한중일 FTA 협상도 서둘러야

―한중 경제협력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양국 경제협력의 기초는 매우 견실하고 상호 보완성이 강하다. 각자 비교우위를 발휘해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와 한국 '신남방' '신북방' 전략의 정책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자유무역지구의 발전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국 투자에 나서는 한국 기업들에 조언을 해준다면.

▷중국은 5G, 인공지능, 산업 인터넷,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신(新)인프라스트럭처 건설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제안하고 있는 디지털뉴딜, 그린뉴딜을 중심으로 한 '한국판 뉴딜'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한국 기업은 중국에 더욱 균형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중국 동부 연해지역은 각종 인프라가 완비돼 있고 첨단산업 발전 전망도 밝다. 중국 중서부지역은 면적이 넓고 인구가 많은 데다 최근 몇 년간 인프라가 계속 구축되고 있어 전망이 밝다. 지방정부의 우대 정책도 많은 만큼 한국 기업들이 중서부지역에 대한 투자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전망은.

▷FTA는 세계적 흐름이다. 일방주의, 보호주의가 끊임없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관련국들은 힘든 협상을 거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하며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승리를 선포했다. 이런 맥락에서 중·한·일 삼국 FTA 체결 역시 대세이자 오늘날 세계 흐름에 따르는 것이다. RCEP 체결로 중·한·일 FTA 협상을 가속화할 수 있는 좋은 여건도 마련됐다.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이 전할 메시지는 무엇인가.

▷시진핑 주석이 25일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어젠다 주간에 참석해 특별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국제사회가 직면한 절박한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중국은 지난해 플러스 성장을 하며 탄탄한 경제 펀더멘털과 강한 근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중국의 발전은 세계와 떨어져서는 이룰 수 없고 이 또한 세계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대응을 통한 세계 경제 회복과 글로벌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힘과 지혜를 보탤 것이다.

―올해 중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최근 주요 경제기구들은 모두 2021년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8%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향후 1년간 중국 경제가 한파를 맞은 세계 경제에 회복의 온기를 가져오고 침체에 빠진 세계 시장에 강한 자신감을 불어넣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더 많은 발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믿는다.


김치 없이는 밥 못먹는 한중외교 30년 산증인, 싱하이밍 대사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56)는 한중 외교 30년의 산증인이다. 1964년 중국 톈진에서 태어난 싱 대사는 베이징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1년 북한으로 유학을 가서 사리원농업대를 졸업했다. 이후 중국 외교부 아시아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중국인 중에 한국에 가본 사람이 거의 없던 1990년대 초반 한국과 외교관계 정상화를 위한 비밀 협상에 참여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참사관, 공사 등을 역임해 이번이 4번째 한국 근무다. 35년 외교관 경력에서 4년4개월의 주몽골 대사를 제외하고는 남한에서 9년4개월, 북한에서 5년, 외교부에서 15년 등 30년 가까이 한반도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그는 한국요리 마니아로도 유명하다. "김치 없이는 밥을 못 먹는다"고 스스럼없이 말할 정도다. 김치 외에도 불고기부터 비빔밥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한국음식을 즐긴다.

싱 대사는 최근 한국 외교부 장관으로 지명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텁다고 한다. 그는 "매우 합리적인 성품을 가진 정의용 장관 후보자는 그동안 한중 관계에 큰 기여를 해왔다"며 "외교부 장관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을 잘 보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예경 기자 /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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