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24시]바이든 자유주의 외교와 한국의 선택
美 국제질서 회복 강조했지만
고립주의·분열 등 과제 산더미
'中 공동체'보다 자유주의가 得
한국은 선제적 외교 노력 필요
첫째, 자유주의 국제 질서는 도널드 트럼프 이전부터 이미 쇠퇴의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세계화의 확장은 더 많은 부를 창출했지만 낙수 효과(trickle down)는 미미했고, 중산층이 감소하며 소득 양극화가 고착됐다. 곳곳에서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국가 이기주의가 횡행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영국은 브렉시트(Brexit)를 감행했고 미국은 트럼프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아멕시트(Amexit)’의 순간이었다. 미국 우선주의는 전환기적 시류가 트럼프를 통해 발현된 현상이지 트럼프가 급조해낸 것이 아니다.
둘째, 미국 외교정책은 이라크 전쟁 이후 이미 급속히 고립주의로 선회하고 있었다. 패권피로증은 역력해 보였고 자유주의 확장정책에 대한 비판은 거세졌다. 버락 오바마 외교정책의 슬로건 중 ‘후방 주도 (Lead from Behind)’는 미국은 뒤에서 리드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국제 문제에서 한발 빼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바이든의 외교정책 슬로건인 ‘중산층을 위한 외교’ 역시 내부 지향적 국가 분위기를 반영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폐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후신인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를 시사했지만 중산층이 타격받을 수 있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에 선뜻 참여할 수 있을까.
셋째, 남북전쟁 당시 미국을 연상시키는 분열상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70%의 공화당 지지자는 여전히 바이든의 당선이 불법이라고 믿고 있다. 81%의 공화당 지지자는 사회주의자가 민주당을, 78%의 민주당 지지자는 인종주의자가 공화당을 장악했다고 믿고 있다. 이토록 분열된 정치 환경 속에서는 어떤 외교정책이든 국내 정치의 포로가 될 수밖에 없고, 외교정책의 정치화는 바이든 외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바이든 취임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환영 일색이다. 하지만 다수의 국가들은 미국 뒤에 서기보다는 여전히 각자도생이다. 트럼프와 사사건건 대립했던 유럽 동맹국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은 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의 트윗 만류에도 중국과의 투자 협정을 전격 타결했고, 독일은 러시아와 가스 수송관 사업은 계속 진행하겠다면서 바이든을 실망시키고 있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그토록 껄끄러웠던 트럼프 행정부하에서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기로 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역내 군사훈련도 감행할 예정이다. 미국 뒤에 서겠다는 차원의 결정이 아니라 자유주의 질서 수호가 자국 이익과 합치한다는 인식의 발로다.
한국은 자유주의 국제 질서 덕을 가장 많이 본 국가 중 하나다. 자유주의 질서하에서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도약했고 민주주의가 집권 세력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에도 여전히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자유주의 질서의 보존은 미중 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핵심 국가 이익에 해당한다. 세계가 인정하는 민주주의 경제 대국 대한민국이 언제부터인지 국제사회에서 자유·민주·인권의 용어를 구사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중국 눈치 보기’ ‘북한 바라기’ 외교의 부작용이다. 자유주의 회복을 위한 바이든의 외교 노력은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그럴수록 한국은 자유주의 질서 회복을 위한 선제적 외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이 좋아서가 아니다. 자유주의 질서가 중국이 내세우는 ‘인류 운명 공동체’ 질서보다 여전히 우리에게 득이 되기 때문이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가 ‘한반도24시’ 칼럼 필진으로 합류합니다. 김 교수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통일준비위원회·정부업무평가위원회 위원,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국제지역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외교부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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