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제 원조 정운찬마저.."상생3법은 억지정책"

전경운,송민근 2021. 1. 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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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동반위원장 3人, 이익공유제 과속에 "이건 아니다"
초과이익공유제 만든 정운찬
"대통령 나서니 강제로 인식"
유장희 "법으로 강요는 상식 밖"
안충영 "손해 계산할 방법 없어"
보궐선거 앞두고 정치화 우려
자율협약으로 기존제도 활용을

◆ 상생강요 3법 논란 ◆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을 중심으로 협력이익공유법과 사회연대기금법, 자영업 손실보상 등등 이익공유 제도화를 연일 몰아붙이면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익공유제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초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가 2011년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주장했을 때도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다. 그러나 이처럼 이익공유제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정 전 총리조차 "현 정부와 정치권이 주장하는 이익공유제는 논리적 근거도 자발성도 부족한 억지"라고 지적했다.

'상생'으로 포장됐지만 결국은 '강요'로 포장된 기업 옥죄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다.

24일 매일경제는 첨예한 사회적 논쟁거리로 떠오른 이익공유제와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에 대해 과거 정권에서 이익공유와 동반성장 정책의 주축을 담당했던 역대 동반성장위원장들에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봤다.

초대 위원장을 지낼 때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주장했던 정 전 총리는 청와대와 여당의 이익공유제 법제화 드라이브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정 전 총리는 "초과이익공유제는 협력사 등 협력 체제에 있는 기업들과 대기업이 함께 만들어낸 이익을 공유하자는 개념이었다면 여당의 이번 이익공유제는 기업들이 기금을 조성해야 하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자발적인 형태가 돼야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 대표도 한마디씩 하고, 법제화까지 추진되면서 자발적일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리가 도입을 추진했던 초과이익공유제는 현재 자발적으로 도입한 기업들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협력사들에도 매년 인센티브 수백억 원을 지급하는 게 대표적이다. 정 전 총리는 "초과이익공유제는 같은 배를 탔다는 측면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제도로, 세계적으로도 활성화된 제도이지만 이번 이익공유제는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기금 조성 혜택이 출연자와 수급자 모두에게 '혜택'이 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 이익공유 모델을 제도화라는 틀로 강제해 봐야 성공 가능성 자체가 희박하다는 의미다. 2기 동반성장위원장을 지낸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이익공유제 법제화가 "대기업은 이윤 극대화만 추구하고 이익은 공유하지 않는다는 반기업 정서에서 나온 발상"이라고 진단했다. 유 명예교수는 "이익을 공유하지 않는 기업을 법으로 강제해 응징하겠다는 발상은 상식에 전혀 맞지 않는다"며 "국회가 법을 만들어 대기업의 이익공유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상당히 과격하고 상식 밖"이라고 비판했다.

3기 위원장인 안충영 중앙대 명예교수도 법제화를 통한 기금 모집 방안을 두고 우려를 표했다. 안 전 위원장은 "적어도 지금 여당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법제화를 통한 기금 모집은 잘못된 방식"이라고 선을 그었다.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에 대해서도 역대 위원장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자영업자가 위태로우면 사회 불안이 오기 때문에 사회 안정 측면에서 뭔가 해야 한다는 취지는 옳다"면서도 "다만 현재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을 10~11시로 1~2시간만 연장해도 손실 보상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정치하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안 명예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기업의 추가 이익과 손해를 회계적으로 계산할 방법이 없어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역대 동반성장위원장들은 사회적 합의에 따른 자율 협약만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안 명예교수는 "대기업이 협력사에 지급하는 대금을 조기에 현금화하도록 돕는 상생결제처럼 기존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며 "혹은 대기업이 가진 시장 정보를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공유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등 단순 지원보다는 경쟁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내다봤다. 자영업자 손실보상도 법제화보다는 자영업자 손실을 최소화하는 조치와 함께 현재 세제 혜택이나 지원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 명예교수는 "자영업자 손실에 대해 세제에 의해 상당 부분 보상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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