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숙 "다 쏟아내고도아픔만 남은 무대..관객 만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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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뮤지컬 '명성황후' 25주년 공연에서 명성황후 역을 맡은 신영숙(사진)은 그렇게 시즌 첫 무대를 마치자마자 긴 기다림에 들어갔다.
신영숙은 "철저한 방역과 관객들의 협조 덕에 확진자가 다녀갔어도 공연장에서 파생한 감염은 없었다"며 "문화를 취미, 여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배우와 스태프에겐 이것이 생업이다. 모두가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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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두 칸 띄어 앉기' 시행으로
25주년 공연 '프리뷰'만 진행
두달 넘게 연습 "더 세련" 호평
내달에는 무대 다시 올랐으면..
지난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천장에서 내려오는 막이 그리도 야속할 수가 없었다. 평소라면 하루 공연을 무사히 마친 보람과 함께 내일 공연의 각오를 다지는 커튼 콜이었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무대였기 때문이다. ‘객석 두 칸 띄어 앉기’로는 공연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한 제작사는 세 번의 프리뷰만 진행하고 정식 개막을 무기한 연기했다. 뮤지컬 ‘명성황후’ 25주년 공연에서 명성황후 역을 맡은 신영숙(사진)은 그렇게 시즌 첫 무대를 마치자마자 긴 기다림에 들어갔다.
“공연 끝나고 탈진 상태였어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정말 모든 걸 쏟아부었거든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신영숙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이제 막 시동을 걸려는 차에 멈춰서야 하는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신영숙은 “25주년 공연이라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줬고, 그래서 두 달 넘게 매달리며 연습도 더 열심히 했다”며 “숨이 가빠도 마스크를 쓴 채 고난도 안무를 준비하던 앙상블의 리허설을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명성황후는 신영숙의 데뷔작이다. 1999년 공연에 앙상블로 참여하면서 조연인 손탁 역까지 맡은 것이 뮤지컬 배우로서의 시작이었다. 앙상블에서 시작해 타이틀 롤까지 거머쥔, “신영숙의 배우 인생을 설명해주는 작품”이기에 ‘개막 무기한 연기’라는 상황은 그에게 유독 쓰디쓰다.
이번 25주년 공연은 2년에 걸쳐 음악과 의상, 무대, 서사 등 큰 뼈대를 전면 수정했다. 기존의 성스루(Sung Through·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 진행) 형식에서 대사를 추가하고 드라마를 강화했으며 세계적인 작곡가 양방언이 참여해 뮤지컬 넘버 전 곡을 편곡했다. 작품의 트레이드 마크인 회전 무대는 유지하되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한 배경 디자인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런 변화는 무대의 역동성과 드라마를 더욱 세련되고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신영숙은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임에도 안주하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것에 출연 배우로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또 다른 10년을 바라보며 이어갈 도전에도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창작돼 뮤지컬 본고장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까지 성사시킨 작품이 명성황후다. 저력 있는 대작마저 코로나 여파로 개막일을 확정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공연 관계자들은 개별 관객의 객석을 한 칸, 두 칸씩 띄우는 현행 방식으로는 공연계 고사가 불가피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잠정 중단·개막 연기로 인한 무대 공백을 피하기 위해 ‘동반자는 붙어 앉되 타 일행 간 띄어 앉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신영숙은 “철저한 방역과 관객들의 협조 덕에 확진자가 다녀갔어도 공연장에서 파생한 감염은 없었다”며 “문화를 취미, 여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배우와 스태프에겐 이것이 생업이다. 모두가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개막을 기다리는 관객들을 향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저희(공연인들)는 관객의 박수와 환호로 힘을 내는 존재입니다. 2월에는 꼭 객석을 채운 관객 여러분과 공연장에서 만나고 싶습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사진제공=에이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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