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달라진 시진핑 표정.. 그래도 싸움은 계속된다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2021. 1. 2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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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미국' 대하는 중국의 태도 변화
화해까진 아니라도 분명 우호적 메시지
고위급 워싱턴서 정상회담 가능성 타진
"양국 관계개선 당장은 어렵다" 지배적
中 경제굴기로 美 추월까지 마찰 자제
내부 결속 다지며 우호국 결집도 적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던 지난 2013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우호적으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집권 내내 미국과 서로 '물고 뜯는' 극한 대립을 겪어왔지만 새 정부에선 이런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으로 읽힌다.

바이든 정부가 이전 정권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만큼 대중 정책에서도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중국 입장에선 입장 변화를 이끄는 긍정적 요소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은 출범 당일 기후변화협약 재가입과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절차 중단을 지시하면서 이를 시사했다. 사실상 트럼프 정책들의 폐기다.

다만 미중 양국의 본격적인 경쟁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신임 관료들은 대중국 강경기조 유지를 천명한 반면 중국은 미국에 맞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데 정권의 힘을 모으고 형태로 드러난다. 올해는 미국을 넘어서기 위한 중국의 '14차5개년(2021년~2025년) 계획' 첫 해이자, 중국 공산당 100주년이도 하다.

■바이든 시대, 태도 급선회한 中

중국의 변화는 바이든 시대 개막과 함께 확연하게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선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대외적 입인 외교부는 축하 메시지 전달과 더불어 '중미 관계의 정상궤도 회복'을 곧바로 제시했다. 화춘잉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당일 정권의 성공을 기원하며 이 같이 주문했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 대사도 "중국은 미국의 새 정부와 협력하며 중미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기를 기대한다"고 반응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직접적인 발언이나 축전은 없었다고 해도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 이후에 보름이 넘도록 침묵했던 행보와는 대조된다.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절 양국은 막대한 손실을 경험했기 때문에 향후 추가적인 피해를 피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대화의 자리가 이뤄지길 희망한다는 것이다. 시점은 코로나19 방역 등 미국 내 숙제를 먼저 해결한 뒤인 오는 10월 이탈리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거론된다.

중국은 이에 앞서 자국 외교를 총괄하는 양제츠 외교 담당 정치국원을 워싱턴DC에 보내 바이든 행정부 외교안보팀의 고위급 인사와 회동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양 정치국원의 방미 추진은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은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미중 대화의 핵심 의제였던 무역 문제보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인 코로나19와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최근 미국 커피전문점 체인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 명예 회장에게 보낸 서신에서 "당신과 스타벅스가 중미 경제무역협력과 양국 관계 발전 추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글을 담기도 했다. 이는 외견상 시 주석이 바이든 행정부와 관계 개선에 대한 염원을 담은 것으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해석했다.

중국의 최고 권력자인 시 주석이 이처럼 표면에 직접 등장하며 우호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과거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시 주석은 지난해 하반기까지 미국제국주의, 일방주의, 자국 중심주의 등을 언급하며 미국을 노골적으로 맹비난해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뒤부터는 미국 정치권 전체가 아니라 트럼프 전 행정부와 관료들에 대해서만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달 중순 중국이 홍콩과 마카오 입국 금지 등 규제 조치한 인사들도 전원 전 정권 인사에 한정했다. 이전 행정부와 확실히 선을 긋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지도부의 변화로 관영매체들도 미국 비판에서 관계 개선과 협력이 가능하다는 형태로 논조를 일사불란하게 바꾸고 있다. 공교롭게 중국 정부가 미국 대형 통신사인 시스코의 아카시아 인수를 승인한 것 역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에 이뤄졌다. 아카시아는 광학 네트워크 장비 전문업체로, 최대 고객 중에는 중국 통신사들과 통신장비업체 ZTE가 포함돼 있다.

안젤라 장 홍콩대 교수는 SCMP에 "과거 중국의 반독점 당국은 인수합병을 보류하고 거래 승인을 무역 및 대외 정책의 도구로 활용했기에 당국이 마침내 이 거래를 승인함으로써 새 바이든 행정부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든 취임 첫날 중국 주요 증시는 1%이상 오르는 것도 미중 갈등 완화의 기대감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중국은 지난달 왕원타오 전 헤이룽장성 당서기를 새 상무부장으로 임영하고 이달 중순에는 2년여간 공석이었던 국제무역담판(협상) 대표에 위젠화 상무부 부부장(차관) 겸 국제무역담당 부대표를 앉히는 등 무역협상팀을 새로 꾸렸다. 국제무역담판 대표는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장과 유사하다. 왕이웨이 런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이를 두고 "미국에 보내는 선의와 화해의 신호"라고 풀이했다.

■급진적 회복 힘든 미중갈등, 장기전

그러나 중국이 이 같은 노력에도 당장 양국의 관계 개선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전 행정부가 집권 막바지에 '중국 때리기' 무더기 공세를 펼쳐 상당한 부담감을 차기 정권에 떠넘겼고 △코로나19 이후 미국 내의 반중국 정서도 여전히 고조된 상태다. △당장 미국이 자국 안에서 풀어야할 과제도 산더미다. △코로나19 기원 논쟁, 대만 쟁점, 신장위구르자치구를 비롯한 중국 내 인원 문제 등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규정해 양보하기 힘든 난제 또한 현재 진행형이다.

이를 의식한 듯 차기 정권 관료들의 태도 역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와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지명자,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지명자 등은 인사청문회에서 한목소리로 '중국에 대한 강경한 접근법'을 예고했다.

중국이 가장 중대한 도전과제라는 점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앞으로도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일부는 중국을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쟁자이면서도 정보활동과 무역에선 '적국'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은 외교적으론 화해의 몸짓을 취하면서도 내부적으로 결속을 다지고 경제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세계에서 '작은 서클'을 만들지 않겠다는 공언과 달리, 끊임없이 우호국 결집에 나선 모습도 포착된다.

'미국에 정면으로 맞설 힘을 키울 때까지 가급적 대립을 하지 않는다'는 중국의 대미 기본 전략은 널리 알려져 있다. 중국 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말 5차 전체회의에서 논의한 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 중장기 발전 계획도 이런 바탕에서 나왔다. 사실상 '미국을 넘어선 경제 굴기'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진 마찰을 피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한 속도도 올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 한 해 국내총생산(GDP) 101조6000억위안(약 1경7290조원)을 달성하며 성장률을 전년대비 2.3% 증가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기세를 몰아 8%이상 높인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향후 세계가 양국 구도로 고착화될 것을 대비해 우호국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시노팜과 시노백 등 자국 제약회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은 여기서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며 일대일로(신 육·해상 실크로드) 경제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2일 베이징에서 제19기 중앙기율위원회 5차 전체회의를 열고 "올해는 14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해"라며 △엄격한 당 관리 △백년 전통(공산당 창당 100주년)의 선진성, 순수성, 활력 유지 △부정부패 척결 △형식주의와 관료주의 지양 △당과 국가 감독 체계 완성 등을 지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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