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큰손도 증시로 대이동
"부동산 매각해 주식에 투자"
응답자 비중 두배 늘어 19%
◆ 부동산자금도 증시로 ◆
고액 자산가들이 부동산을 팔아서 생긴 돈을 증시에 대거 쏟아부으면서 코스피 3000선 돌파에 힘을 실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예치금이나 부동산 매각자금을 빼서 주식시장에 투입하는 이른바 '머니무브' 현상이 고액 자산가 사이에서도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24일 매일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삼성증권 프라이빗뱅커(PB)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기준으로 한 번에 10억원 이상을 증권사 계좌로 이체한 고객 508명 가운데 19.1%(97명)가 해당 금액을 '부동산 매각'을 통해 마련했다고 답했다. 금융자산(48%)에 이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2019년 8.5%(16명)와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부동산을 팔아 주식에 투자하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조사는 올해 1월 18~22일 실시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10억원 이상을 한 번에 증권사 계좌로 예치한 인원이 2019년 189명에서 지난해 508명으로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이들 고액 자산가들이 지난해 증권사 계좌로 넣은 금액만 3조1000억여 원에 달했다.
특히 현재 은행에 넣고 있는 자금을 향후 주식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인원도 44%에 이르렀다.
이들이 밝힌 1인당 평균 투자 예상 금액은 약 2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억원 이상 거액을 증시에 투자하겠다는 인원도 17명에 달했다. 200억원 이상이라고 답한 이들도 2명 있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은 물론 부동산시장에서 증시로 흘러오는 자금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고액 자산가 중 65.3%는 국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혜진 삼성증권 SNI전략담당은 "최근 고액 자산가들의 주식시장 진입은 단기 유행이 아니라 주요 자산 증식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이들은 현금화가 편리하다는 것과 글로벌 혁신기업에 이르기까지 투자처가 다양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범 기자 / 신유경 기자].
국내외 대형우량주에 직접투자
44% "은행예금 빼 주식으로"
100억이상 주식 투자도 수십명
부동산 겹규제, 증시쏠림 부추겨
전문가 "상가건물 판 거액자금
주식시장으로 계속 유입될것"
#2. 3년 만에 비로소 빌라를 매도한 제조업체 대표 50대 B씨는 매각 자금 40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빌라 매도 과정에서 매수자를 찾는 데 적잖이 어려움을 겪은 그는 처음에는 채권형 상품 위주로 투자하면서 3억원으로 삼성전자 LG화학 카카오 등에 분산 투자했다. 이후 투자 규모를 점차 늘려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에 각각 2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의 자산 구성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수익률이 높으면서 현금화가 쉬운 주식시장만큼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가령 코스피는 지난 1년간 30.7%가량 상승했다. 고액 자산가들 역시 대형주나 우량주 위주로 주식 비중을 확대해나가는 동시에 미국은 물론 중국 홍콩 일본 등 해외 시장에도 적극 자산을 배분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증권 PB가 고객 50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 44%는 은행 예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겨올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의 1인당 평균 투자 금액은 23억원 수준이었다. 100억원 이상의 거액을 증시에 투입하겠다고 답한 이들이 17명, 200억원 이상이 2명에 달했다는 점은 '돈의 흐름'이 같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제로금리 시대에 재테크 수요가 폭증하고 있고 동시에 새로운 투자처가 나타나면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주식 비중을 늘리면서 증시로 자금이 빠르게 빨려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도 '부동산 자금 처분-증시 투자'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상문 삼성증권 투자컨설팅 팀장은 "추가 투자 규모를 볼 때 주택 외에도 상가, 빌딩 등 다양한 부동산 투자 자금이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머니 무브' 현상이 가속화한다면 그만큼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장기 투자 자금의 증시 유입이 중요하며 산업 육성을 위해 자본시장으로 중심축이 이동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증시로 자금 유입은 산업 육성에 바탕이 되는 만큼 기관투자가나 고액 자산가의 증시 투자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을 가진 투자자예탁금도 올해 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초 29조원대였던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21일 기준 67조8369억원까지 올라왔다. 약 1년 만에 127% 넘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 12일에는 투자자예탁금이 74조4559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투자자 증시 대기 자금은 투자자예탁금과 CMA 잔액의 합으로 추산할 수 있다"면서 "개인 유동성(M2) 증가율이 금리 인하기 평균 수준이고 유동성 대비 대기 자금 비율이 현재 수준(7%대)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2021년 말 증시 대기 자금은 130조원대로 확대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한 이들 가운데 해외 주식에 투자한 비중은 21% 수준으로 2019년(13%) 대비 8%포인트가량 증가했다. '주식'을 투자 유망 자산이라고 꼽은 투자자 중 45.9%는 해외 주식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혀 글로벌 시장 분산 투자가 확고한 흐름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이처럼 시중 자금을 증시가 빠르게 흡수하면서 올해 증권사들도 실적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가령 일평균 거래대금은 매달 꾸준히 늘면서 지난해 12월 기준 유가증권시장 거래액은 18조원, 코스닥시장은 15조원을 넘어섰다. 이날 키움증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 등 국내 5대 증권사 순영업수익은 2017년 1조800억원가량이었지만, 올해 1조7620억원까지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사들의 과거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은 대부분 단순 주식 중개수수료에 국한됐다. 하지만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해외 주식, 원자재, 지수 추종 상품을 넘나들며 주식 이외 자산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평균 수수료율이 높은 초고액 자산가와 법인 자금의 거래액 또한 크게 늘어난 것이 한몫했다.
[김정범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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