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대란' 최소 6개월 예상..車업계 재고 확보 '발등의 불' [車 반도체 일제히 가격 인상..완성차 비상]

이수민·박한신 기자 noenemy@sedaily.com 입력 2021. 1. 24. 17:37 수정 2021. 1. 2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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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낮아 생산량 늘리기 난색
반도체사 호황 맞은 IT용에 집중
국내 완성차들 공급망 다변화 불구
사태 장기화 땐 감산 나서야 할수도
[서울경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대란'이 앞으로 최소 반 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용 반도체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릴 유인이 적은데다 증설에 나선다 해도 실제 생산까지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갑'의 위치에 선 차량용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10~15% 정도 가격 인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수급 불균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미국 정부의 중국 기업 제재 등 굵직한 글로벌 이슈가 한데 얽히며 발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의 급격한 가격 상승은 코로나19가 초래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생산은 최소 3~4개월 전부터 발주를 넣어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봄 한 차례 '소비 절벽'을 경험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 심리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반도체 재고를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중국 등에서 신차 주문이 쏟아지면서 반도체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 됐다. 자동차 업체들은 뒤늦게 반도체 발주에 나섰지만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호황을 맞은 정보기술(IT)용 제품으로 생산력을 이미 집중한 뒤였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단행한 강력한 중국 기업 제재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망을 꼬이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SMIC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차량용 반도체의 주요 생산 축이던 SMIC에 발주를 넣지 못하게 된 완성차 업체와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팹리스)들은 새로운 거래선을 급히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SMIC의 수요를 가장 많이 흡수한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수요가 급증한 서버·모바일용 반도체에 생산 여력을 모두 투입하고 있는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 확보가 시급한 완성차 업체들이 자국 정부까지 동원해 생산을 요청해도 촘촘히 짜인 파운드리의 연간 생산 계획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이유다.

차량용 반도체가 스마트폰·컴퓨터·서버 등 IT용 반도체보다 상대적으로 마진이 적은 점도 생산이 뒷전으로 밀린 요인이다.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독일 인피니언이나 네덜란드 NXP, 일본 르네사스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이 급증한 수요에 대응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미 생산 라인을 풀가동 중인 파운드리 업체들도 고수익 제품 위주로 주문을 받으면서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포드와 일본 도요타·닛산, 독일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공장 문을 닫거나 감산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 대표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와 기아는 상황이 비교적 나은 편이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전체 시장 감소 폭보다 훨씬 적은 생산량 감소를 기록한 현대차·기아는 차량용 반도체 발주를 끊다시피 했던 다른 업체들과 달리 수급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코로나19의 교훈으로 재고를 넉넉히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도 주효했다. 재고를 최대한 줄이며 비용을 절감하는 '저스트 인 타임' 방식에서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 불균형이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데다 자동차가 점점 'IT기기'로 변화하는 흐름에서 반도체 수요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이어지면 반도체 생산 기업들이 반도체 가격을 올리고 완성차 업체들이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연쇄적인 가격 상승도 우려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자동차 업체들이 반도체를 서로 구매하려고 경쟁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10% 상승하면 자동차 생산 원가는 약 0.18% 올라가게 된다"며 "이는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을 1%대 감소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2019년 기준 현대차는 3조 6,055억 원, 기아는 2조 9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1%라 해도 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대한의 반도체 안전 재고 확보를 추진하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아직 자동차 생산에 영향이 없지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반도체 공급 대란이 차량용을 넘어 서버·모바일 시장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분석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비(非)메모리 반도체인 시스템 반도체가 주를 이루지만 서버·모바일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판이 짜여 있기 때문이다.

/이수민·박한신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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