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석유화학 미래' 고급제품 전용공장 만들것

이윤재 2021. 1. 2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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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오일맨'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석유화학社 탈바꿈 잰걸음
3조원 투입한 올레핀 공장
올 10월 첫생산 '제2창업'
영업익 연 5천억 창출 목표
새 공장 옆 26만평 용지에
수년내 스페셜티 공장 설립
"올 하반기 석유화학공장에서 상업 생산이 시작되는 첫날이 바로 현대오일뱅크의 제2창립일이 될 겁니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 현대오일뱅크 사장 집무실에서 매일경제와 만났다. 제2의 창립을 말하는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과 함께 관록이 읽힌다. '친환경 에너지'가 세기의 구호처럼 된 시대지만, 강달호 사장의 언어로 들은 중후장대 정유산업은 '느린 듯 빠르게'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강 사장은 "현대오일뱅크는 HPC와 함께 석유화학사업에 본격 진출하게 된다"며 "더 나아가 2차전지 소재 등 고부가가치 스페셜티에 대한 연구개발도 강화해 석유화학의 지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10월부터 정유 과정에서 나오는 저렴한 부산물인 탈황중질유 등을 활용해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정유 부산물 기반 석유화학공장)에서 올레핀을 본격 생산한다.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리는 올레핀 생산엔 대부분 납사를 사용한다. 탈황중질유를 올레핀 원료로 투입하는 건 국내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강 사장은 한국 정유업계의 산증인이다. 1985년 현대오일뱅크(당시 극동석유주식회사)에 입사해 2018년 수장에 오른 그는 말 그대로 뼛속까지 '오일맨(Oil Man)'이다. 평생 엔지니어로 늘 현장을 지켰던 그는 이번이 첫 언론 인터뷰다. 1987년부터 2018년까지 강 사장이 약 30년간 살았던 곳은 바로 현대오일뱅크 공장이 있는 서산이다. 35세부터 생산과장을 맡았던 그는 새벽 5시면 오토바이를 타고 공장에 출근했다. 입사 때부터 적은 업무일지 수첩은 지금 300권이 넘는다. 어깨 너머로 본 그의 수첩에는 지난해 12월 휴일에도 기록이 남아 있었다. 30년 넘게 현장을 지킨 엔지니어는 지금도 기록을 멈추지 않는다. 공장을 돌다가 가끔 사다리로 높은 곳을 올라갈 때면 수첩이 빠지지 않게 뒷주머니에 깊이 넣어두는 그다. 정유산업이 '한물간 산업'이라고 쉽게 말하는 시대지만, 강 사장은 정유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새로운 다리를 놓고 있다. 첫 번째 다리는 바로 HPC 프로젝트다. 현대오일뱅크는 창사 이래 가장 큰 투자금액인 3조원을 투입했다. 현대오일뱅크의 HPC는 동북아 110여 개 올레핀 석유화학공장 중 수위권의 원가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분석된다. 강 사장은 "현대오일뱅크는 HPC를 통해 연간 5000억원의 영업이익 개선이 예상된다"며 "2025년엔 매출 28조원, 영업이익 2조5000억원을 내다본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올해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70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강 사장은 "HPC는 납사·LPG 외 저렴한 탈황중질유를 원료로 투입할 수 있어 납사분해시설(NCC) 대비 원료 경쟁력이 높다"며 "다양한 부산물을 활용해 정유·석유화학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수소차 등 확대로 석유 수요 감소가 예상되지만, HPC 프로젝트는 석유화학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향후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오일뱅크는 실제 이차전지 분리막 소재, 바이오, 전기차 타이어 등 다양한 다운스트림에 진출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미래를 잇는 두 번째 다리로 '스페셜티 프로젝트'라는 비장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HPC에 이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위한 스페셜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HPC(20만평 규모) 바로 옆 용지(26만평 규모)에 2020년대 중후반께 첫 삽을 뜰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가 이처럼 석유화학사업에 힘을 주는 이유는 바로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에 있다. 2010년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한 이후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당시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미래를 위한 집중 투자에 나섰다. 그때의 아낌없는 투자가 지금 빛을 낸다는 것이 강 사장의 생각이다.

올해 주력하는 또 다른 범주는 바로 '친환경'이다. 현대오일뱅크는 HPC 상업가동 이후 전력 사용 증가와 수전단가 인상에 대비해 기존 중유보일러를 친환경 LNG 발전으로 대체하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8월 국내 정유사 최초로 '탄소중립 그린성장 선언'을 발표하는 등 친환경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미래 탄소배출량을 현재 수준보다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2024년까지 가동 중인 중유보일러 3기를 LNG보일러로 대체하고, 외부에서 공급받는 전력도 신재생에너지 기반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수소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가운데 현대오일뱅크도 발 빠른 준비에 나서고 있다. 장기적으로 현재 주유소 시장 점유율만큼 수소충전소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또 이르면 올해부터 충전소용 수소 판매사업에도 나선다. 주유소의 변신은 어떨까. 강 사장은 기존 주유소를 미래 에너지 및 복합 생활공간 플랫폼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지난해 인수한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200여 곳은 든든한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강 사장은 "코로나 초기 글로벌 봉쇄 정책으로 석유 수출이 어려웠을 때, 인수한 주유소들이 효자 역할을 했다"며 "수도권 요지에 위치한 주유소들이 대체 판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수소·전기차 충전은 물론 세차, 공유주차, 물류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놓칠 수 없는 또 다른 화두는 '안전'이다. 강 사장은 "현대오일뱅크는 '7년간 2000만인시 무사고' 기록으로 이는 국내 정유업계에서 유일하다"며 "안전·환경 최우선 경영으로 지역주민, 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He is…

△1958년 서울 출생 △1982년 연세대 화학공학과 졸업 △1985년 현대오일뱅크 입사 △2005년 현대오일뱅크 생산부문장 △2012년 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장 △2013년 현대쉘베이스오일 대표 △2016년 현대오씨아이 대표 △2018년~현재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이윤재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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