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죽이는 연기금 매도행진 멈춰라? "사든 팔든 알아서 할 일"

파이낸셜뉴스 2021. 1. 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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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부터 '팔자' 개미 불만
전문가 "연기금, 장기수익 추구
단기행보만 보고 판단해선 안돼"
국내 증시의 큰 손인 연기금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19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보이자 동학개미들이 코스피 지수 상승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독립적인 판단에 맡겨야하며 매수 요구는 인위적인 시장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가총액 20위 종목 모두 순매도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등은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6조6768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2조700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현대차 4170억원, LG화학 3400억원, SK하이닉스 3390억원 등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들은 모조리 매도했다. 연기금의 '팔자세'는 지난해 6월 시작된 것으로 최근 8개월간 전체 순매도 규모는 무려 15조원에 달한다.

반면 개인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현재까지 13조9739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삼천피'의 주역이 되고 있다. 개인들은 주식관련 온라인 게시판이나 토론방에 역대급 순매도 행진을 보이고 있는 연기금이 지수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며 '개미 죽이기'에 나섰다고 성토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업계에서는 연기금이 주식 시장에 유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신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연금과 같은 장기투자자금이 증시에 유입돼야 한다"며 "연금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22일 당정협의를 통해 연기금의 자산운용 지침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기금 "비중 초과로 매도 불가피"

하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때 1조원 넘게 사들이며 소방수 역할을 했고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도 국내 주식 비중의 상하한선을 유연하게 늘려 주가를 방어했기 때문이다. 최근 주가가 단기간 급등함에 따라 과열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연기금이 주가를 무작정 사들이면 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지금 주가가 상승할 때 주식을 팔아 비율을 낮추고 자금을 모아놔야 향후 주가가 하락했을 때 들어갈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기금이 하락장에 샀다고 해서 잘했다고 하는 것도 상승장에 팔았다고 잘못했다고 하는 것도 맞지 않다"면서 "단기간의 급락 여부에 움직이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수익성을 보고 판단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이 대규모 매도세를 보이는 것은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2018년 결정한 5개년 중기 자산배분계획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23년까지 국내주식을 15%까지 줄이고, 해외주식은 30%까지 늘리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은 총 772조1730억원으로 이중 국내 주식 비중은 18.0%(139조 2040억원)다. 올해 기금 운용 계획 목표치인 16.8%를 크게 넘었다.

■"기준 따라 진행, 매수 요구는 인위적인 간섭"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통한 간섭이 커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결권 위탁 방식 역시 필요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자체 기준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투자 행위에 대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고 각 주체가 세운 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맞다"면서 "원칙에 위배된 투자 행위에 대해서는 지적을 해야 되지만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연동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의미 있는 행동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황 연구위원은 "'동학개미들은 사는데 국민연금은 왜 안사냐'는 식의 논리는 정치적 압력처럼 해석될 여지가 많다"면서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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