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PBA 결승패배, '우승불운'에도 강민구가 웃은 이유

이원만 2021. 1. 2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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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더군요."

지난 23일 밤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끝난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2021' 결승전 마지막 4세트에서 패배를 직감한 강민구의 미소가 화면에 잡혔다.

이날 강민구는 4강에서 '최강의 적'인 프레데릭 쿠드롱을 꺾으며 PBA 출범 후 세 번째로 결승전에 진출했다.

준우승만 2번 따낸 강민구의 세 번째 우승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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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가 23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2021' 대회 PBA 결승샷을 한 뒤 수구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PBA사무국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더군요."

승부의 세계에서 패배의 뒷맛은 언제나 쓰다. 가슴에서부터 솟아오른 화기(火氣)로 입 속은 바짝 마르고, 얼굴은 마치 취한 듯 붉게 물든다. 치열한 승부 끝에 패배한 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지고 속 편한 사람 없다'는 옛말은 그래서 나왔다.

그런데 강민구(블루원리조트)는 조금 달랐다. 2시간 여에 걸친 마지막 승부에서 패색이 짙어진 바로 그 순간, 강민구는 '피식' 웃었다. 분노? 체념? 자조? 어떤 의미였을까. 지난 23일 밤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끝난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2021' 결승전 마지막 4세트에서 패배를 직감한 강민구의 미소가 화면에 잡혔다. 상대인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의 연속 득점이 나온 순간이었다.

이날 강민구는 4강에서 '최강의 적'인 프레데릭 쿠드롱을 꺾으며 PBA 출범 후 세 번째로 결승전에 진출했다. 앞서 두 번의 우승 도전은 모두 실패. 준우승만 2번 따낸 강민구의 세 번째 우승 도전이었다. '이번만큼은' 강민구에게 우승이 허락될 것으로 예상한 이가 적지 않았다.

상대인 팔라존이 PBA 무대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프로 원년인 2019~2020시즌 두 번째 대회인 '신한금융투자 PBA 챔피언십'에서 준결승에 오른 게 최고 성적. 그 이후는 전부 64강 이하 탈락이었다. 2019~2020 시즌 랭킹포인트 28위로 강민구(8위)에 비해 한참 뒤에 있었다.

2020~2021시즌에도 마찬가지. 개막전 SK렌터카 챔피언십 128강 조별 서바이벌 탈락, 다음 대회인 TS샴푸 챔피언십 64강 탈락, 세 번째인 NH농협카드 챔피언십 128강 탈락. 결승 진출 2회 포함해 8강 이상에 6번이나 오른 강민구가 유리해보였다.

23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크라운해태 PBA-LPBA 챔피언십 2021' 대회 PBA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하비에르 팔라존(오른쪽)과 준우승자 강민구가 포옹하고 있다. 사진제공=PBA 사무국

하지만 막상 결승전이 시작되니 전혀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팔라존은 아마추어 주니어시절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았을 때의 실력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압도적인 실력이었다. 강민구는 제대로 반격조차 못해보고 세트스코어 0대4로 완패했다. 팔라존은 세트제가 적용된 32강 토너먼트에서부터 결승까지 총 5경기에서 도합 16세트(3세트-3세트-3세트-3세트-4세트)를 연속으로 따내며 PBA 최초의 '무실세트 퍼펙트 우승'을 달성했다. 그야말로 '완벽'했다.

이런 팔라존에게 패했으니 허탈한 웃음이 날 법도 하다. 강민구는 이날 웃음의 의미에 대해 "나도 모르게 상대를 보면서 감탄을 하게 되더라고요. '어려운 공을 너무 쉽고 완벽하게 치는구나'하고 감탄하다가 문득 상대에게 감탄하는 제 모습에 웃음이 났어요"라고 밝혔다.

너무 강한 상대를 자신도 모르게 인정해버리면서 웃음이 났던 것. 하지만 역시 패배는 아픈 법이다. 강민구는 "이번에는 컨디션이 좋아서 정말 우승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상대가 너무 완벽해서 어떻게 해볼 수가 없더라고요. 한 두 세트 정도 따낼 수야 있었겠지만, 이길 수는 없었어요"라면서 "이번 패배를 통해 체력과 정신력 기술을 더 보완해야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 준우승으로 자칫 '2인자'의 징크스가 생길 법도 하다. 그러나 강민구는 씩씩했다. 그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3전4기라는 것도 있잖아요. 내가 못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워낙 잘 한거라 축하해주고 싶고, 다음에는 나도 완벽한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라며 다시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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