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막강해졌지만.. 끊임없는 부실수사에 고개 못드는 경찰

이병훈 2021. 1. 2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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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이용구사건 처리 미숙
박원순 의혹도 인권위에 달려
'책임수사 원년' 외쳤지만 머쓱
경찰, 이용구 진상조사단 편성
김창룡 경찰청장/뉴스1
'책임 수사 원년'을 외친 경찰이 '정인이 사건'과 '이용구 차관 사건'으로 시작부터 흔들리는 모양새다. 검찰이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서 블랙박스 영상을 찾아내자, 경찰의 수사 역량이 또다시 비판받고 있다. 경찰은 이 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기 때문이다. 정인이 사건도 문재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경찰 대응이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 '이용구 사건'에 난처한 경찰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 차관이 탔던 피해 택시기사 A씨의 휴대전화에서 사건 당일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했다.

A씨는 사건 다음날 블랙박스 업체를 찾아가 동영상을 확인하고,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 영상을 이 차관의 합의 하에 삭제했으나, 검찰이 포렌식을 통해 복원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은 난처한 모양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블랙박스 영상을 메모리 카드에서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해당 영상을 검찰이 확보하자, 경찰의 수사 역량이 또다시 지적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별도의 영상이 없다'고 진술해 휴대폰을 조사할 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A씨가 블랙박스 영상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바 있음에도, 경찰에 진술을 달리 해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영상이)없다'고 말을 하는 상황에서 휴대폰을 보자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A씨가 (경찰에) 다른 진술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결정적 증거를 복원해 내고, 사건 당시 주행(D)모드였다는 A씨의 진술도 확보하면서 경찰의 '부실 수사' 비판은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경찰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논란이 재차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검찰은 이 차관에 대한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과 관련, 서울 서초경찰서 사건 담당 A수사관(경사)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경찰은 또 국가수사본부장 지시에 따라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단장으로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을 편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진상조사단은 13명으로 구성됐다. 진상조사단은 △A경사가 해당 영상 존재 여부를 알게 된 시점 △서초서 팀장·과장·서장에게 보고 여부 등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정인이 사건·박원순 의혹은 '후폭풍'

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 영아가 숨진 '정인이 사건'과 '빈 손 수사'라며 비판받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수사결과에 대한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최근 "3차례 신고에도 초기에 (양부모와 아이를) 분리하는 조치가 미흡했고 기초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번 문제로 두 번이나 고개를 숙여야 했다. 김 청장은 지난 6일 대국민 사과를 한 데 이어, 같은 달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경찰의 최고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재차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에 다음 달 정인이 사건 관련 3차 신고 담당자와 APO 등 직원 5명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주목받는다. 앞서 2차 신고사건 담당자인 팀장을 포함한 7명은 '주의' 또는 '경고' 처분을 받으며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경찰이 강도높은 징계를 내릴 지 관심이 쏠린다.

이르면 25일 공개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박 전 시장 관련 직권조사 결과도 경찰에는 부담이다. 경찰은 지난해 관련 수사결과를 내놓으면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관한 실체적 진실은 밝히지 못했었다. 수사기관이 아닌 인권위가 사실 관계를 밝혀낸다면, 경찰의 결론이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르며 수사 역량에 대한 비판이 또다시 제기될 수 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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