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큰 자영업자가 더 보상받는 '손실보상법'..재원 조달도 문제
여당에서 추진 중인 자영업자의 손실보상 법제화를 두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을 지원하자는 애초 취지와 달리 매출 규모가 큰 자영업자일수록 많은 보상금이 지급되는 구조라서다. 결국 자영업자별 매출액에 따라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실보상에 투입되는 재원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손실보상법'이 현실화할 경우 1000조원을 바라보는 국가부채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발의된 손실보상법 대부분은 재원조달 방안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매출 큰 자영업자에 더 돌아가는 지원금=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극복을 위한 손실보상 및 상생에 관한 특별법'은 자영업자의 코로나19 매출 손실을 50%~70% 선에서 보상하는 내용이 담긴다. 집합금지 업종(70% 보상)에는 3000만원, 영업제한 업종(60%)에는 2000만원, 일반 업종(50%)에는 1000만원 한도로 각각 분류해 보상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법안이 현실화할 경우 매출이 큰 자영업자가 더 많은 지원금을 가져가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상 규모가 매출과 연동돼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존 1억원이던 자영업자 A씨의 연 매출이 정부의 집합금지 조치로 500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A씨는 보상 상한선인 3000만원까지 최대로 지원받게 된다. 반면 A씨처럼 매출이 500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절반이 줄어든 자영업자 B씨는 1750만원만 지원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영세한 자영업자일수록 보상 규모가 더 적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민 의원은 해당 법안으로 투입되는 예산만 한 달에 24조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4달이면 100조원에 육박하는 재원을 두고서는 '나랏빚'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 의원은 지난 20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재원은) 기본적으로 나라가 빚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채를 발행하면 한국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그만큼 통화량이 늘어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국가가 (재원을)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국가부채 1000조원 육박…재원은 어디서= 다른 법안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의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최저임금 수준에서 자영업자의 손실을 메꾸는 내용이다. 강 의원은 법안이 시행될 경우 월별 1조2000억원 가량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발의한 법안에는 지원 대상과 금액, 절차 등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재원조달과 관련한 내용이 명시돼있지 않다.
이동주 의원의 '코로나19 감염병 피해 소상공인 등 구제에 관한 특별법'처럼 별도 기구를 설치하는 법안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손실보상금 지급 여부와 기준, 금액 등을 정하는 '코로나19 감염병 피해 소상공인 손실보상위원회'를 꾸리자는 것인데, 재원은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으로 충당한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이 같은 손실보상 제도가 현실화할 경우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39개 회원국 중 8위(2019년 기준 24.6%)다. 콜롬비아(50.1%), 브라질(32.6%), 멕시코(31.9%), 그리스(31.9%), 터키(31.5%), 코스타리카(26.6%), 칠레(25.8%) 다음으로 높다. 그만큼 손실을 보상해줘야 하는 규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와 올해 자영업자에 대한 선별적 재난지원금 지급 명목으로 수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 규모 역시 급격하게 늘어났던 사례에 비춰보면 내년으로 예상되는 '국가채무 1000조 시대'가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정부는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손실보상 제도화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어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했다"며 "재정이 국가적 위기 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상황과 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 정책 변수 중 하나"라고 전제도 달았다.
김동준기자 blaams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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