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사 입찰제한땐 신규 수주 꿈도 못꾼다
"획일적·현실괴리" 손꼽아
옴부즈만 설문조사서 지적
규제 가장 심한 곳 '공공기관'
소송남발로 사업 부담 커져
이처럼 단순 과실에 의한 입찰자격 제한은 2019년 9월 국가계약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중앙부처 공공기관에서는 사라졌다. 하지만 지방계약법 시행령에는 자격 제한이 여전히 남아 있어 중소기업들이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하는 데 발목을 잡히고 있다. 지방 공사 현장에서 입찰참가자격 제한 대상 사유가 발생하면 전체 공공기관에 입찰할 수 있는 자격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다수 중소기업이 중대하지 않은 문제로 입찰참가자격 제한 대상으로 통보받으면 집행정지 및 행정소송을 택하게 된다"면서 "이로 인해 발주처와 업체 모두 불필요한 소송 등으로 비용 낭비가 발생하고 기업들은 사업에 차질을 빚는다"고 말했다.
A사 사례처럼 조달시장에서 공공기관은 중소기업에 '갑' 위치에 있다. 법률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공공기관의 정관, 약관, 업무 규정이나 실무자의 소극적인 행정이 모두 중소기업에는 큰 규제로 다가온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2018년 12월 중소기업 4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규제 주체별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규제 수준 만족도, 규제 집행태도 만족도, 규제 주체 신뢰도 측면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에 비해서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에 가장 두려운 규제기관으로 떠올랐다. '규제혁신 저해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중소기업 37.8%가 공공기관을 1순위로 꼽았을 정도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투자와 출자 또는 정부의 재정 지원 등으로 설립·운영되는 기관으로 지난해 기준 340개에 달한다. 특히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같은 대형 공기업은 조달시장에서 영향력이 매우 크다. 중기 옴부즈만은 이 같은 중소기업들 애로사항이 반복되면서 기획재정부와 함께 공공기관 제도 개선에 대한 규제 혁신에 나섰다. 먼저 2019년과 2020년 '1·2차 공공기관 현장 공감 중소기업 규제 애로 개선 방안'을 통해 규제 총 164건을 개선하고, 공공기관들이 주체적으로 규제 애로를 해결하도록 했다.
중기 옴부즈만은 공공기관 내 지속적인 규제 개선을 위해 공공기관 규제 애로 개선 시스템도 마련했다. 125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기업성장응답센터를 구축해 공공기관에서 불합리한 규제 애로를 발굴하면 중기 옴부즈만에 제출하도록 했다. 발굴된 과제는 중기 옴부즈만이 심층 검토한 뒤 관계 기관과 개선을 위한 협의를 진행한다. 또한 기업 민원인이 불합리한 규제 애로 신고로 인해 어떤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기업 민원 보호·서비스 헌장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수한 개선 사례도 나왔다. 한국전력거래소에서는 전력량계 계량 시점을 조정해 태양광 등 소규모 발전 사업자들이 혜택을 보게 됐다. 기존에는 계량기를 현장 봉인한 다음날부터 검침 실적을 인정했으나 이를 당일부터 인정해주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신재생 사업자 1300곳이 60만원씩, 연간 총 7억8000만원 혜택을 보게 됐다. 한국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그동안 검증 등이 어렵다는 이유로 최대 하루만큼 발전량에 대해 발전 사업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었다"며 "이제는발전사업자들이 받아야 할 부분을 돌려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조폐공사는 조달 선금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선금 지급 요청 후 남은 조달계약 이행 기간이 30일 이상이어야 했고, 선금 사용내역서를 의무 제출해야만 지급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잔여 이행 기간과 무관하게 선금 지급을 허용하고, 선금 사용내역서 제출 의무도 폐지했다. 이 제도는 조폐공사 외에도 국민연금·인천공항공사 등 12개 공공기관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기 옴부즈만은 불합리한 중소·중견기업 규제에 대한 애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09년 중소벤처기업부에 설치된 독립 기관이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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