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관 승진 심사에 군복무 경력 반영말라"
“군대 다녀왔다고 일 더 잘 해서 승진 빨리 시켜줘야 하냐”
“병역 의무 때문에 취업 늦어지는 건 무시하냐”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에 “직원 승진 자격을 따질 때 군(軍) 복무기간을 반영해선 안 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찬반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공공기관들이 군 경력을 인정해 군필자의 호봉을 높여주고 월급을 더 주는 건 괜찮지만, 승진까지 더 빨리 시켜주면 불합리한 남녀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군필자들 사이에서는 “나라가 강제로 군대 보내놓고, 아무 보상도 안 해주겠다는 거냐”는 말이 나온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공공기관에 ‘승진 시 남녀차별 규정 정비’라는 공문을 보냈다. 기재부는 이 공문에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 승진에 있어서 남녀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군 경력이 포함되는 호봉을 기준으로 승진자격을 정하면 이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으니 각 기관에서는 관련 규정을 확인해 필요한 경우 조속히 정비해 달라”고 했다.
지난 2018년 기준 공공기관 90%, 일반 기업체 40%는 군 복무기간을 근무경력으로 인정해 호봉을 높여주고 있다. 이는 법적 문제가 없다. 현행 제대군인지원법에서 “제대군인의 호봉이나 임금을 결정할 때 군 복무기간을 근무경력에 포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 필자가 입사 동기인 군 미필자보다 호봉이 높고, 그래서 월급이 조금 더 많아도 ‘차별’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문제 삼은 건 승진 시에도 군 경력을 반영하는 곳이 있다는 점이다. 일부 공공기관은 승진 시 필요한 최소 근속연수 등을 판단할 때 군 복무기간을 반영하고 있다. 같은해 입사했더라도 군 필자가 군 미필자보다 약 2년 정도 승진이 빠를 수 있는 셈이다. 이를 놓고 “군 경력이 있다고 일을 더 잘 하느냐. 월급 더 주는 건 몰라도 승진까지 차별하는 건 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 역시 그런 입장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군 복무기간에 상응하는 호봉을 부여하는 건 합리적인 이유가 있지만, 군 복무 기간만큼 승진 기간을 단축해주는 건 이중적인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라면서 “병역 의무가 없는 여성이 승진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는다는 점에서 합리성을 결여한 차별”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군 복무로 취업이 늦어지는 남성을 오히려 역차별한다는 것이다. 남성은 군대를 다녀오기 때문에 보통 여성보다 취업 시기가 2년 정도 늦다. 군 복무 경력을 고려하지 않으면 같은 나이의 여성보다 2년 정도 늦게 승진한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군필자는 정년을 2년 더 연장해야 한다” “국가가 강제로 군대 보내놓고 아무 우대도 안 해주겠다는 거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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