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 속죄의 길

박현욱 기자 입력 2021. 1. 2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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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국가재정 흥청망청 탕진한 여권
중대재해법 등 국론 분열만 조장
神曲서 지적하듯 오만·분노 극복
규제 양산하는 정책부터 폐기해야
[서울경제] 단테의 신곡(神曲)은 자신을 성찰해 올바른 길을 가는 데 필요한 좋은 안내서이다. 신곡에서 지옥에 떨어진 사람들은 육욕(肉慾)에 빠진 사람, 음식을 탐하는 사람, 인색한 사람과 낭비하는 사람, 분노에 찬 사람, 이단자, 그리고 폭력적 사람이다.

서울과 부산에서 실시되는 보궐선거는 ‘육욕’에 빠진 사람들에 의해 생긴 불행한 일이다. 피해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사람들이 다시 가해하는 양상이 발생했다. 어떤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지난 2018년 공개된 청와대의 2억 원이 넘는 업무추진비에는 주말과 야간에 이자카야·와인바 등에서 사용된 내역이 포함됐다. 직원 27명, 수용자 1,176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공공기관에서 지난해 12월 마스크 비용보다 간식비 등으로 지출된 업무추진비가 더 많았다. 먹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건국 이후 2004년까지의 국가 채무가 204조 원이었는데 최근 4년간의 국가 채무 증가분만 220조 원이다. 낭비와 인색함은 동전의 양면이다. 자신들은 재정을 낭비하고, 다른 사람은 궁핍해진다.

분노를 이용한 정치는 언제나 희생자를 만들어낸다. 세월호와 관련된 거짓 선동이 밝혀지고 있다. 자살을 한 사람의 억울함이 알려졌다. 나의 아픔을 다른 사람의 고통으로 치유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은 재산권을 보호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나라다. 사회주의자들은 법치주의를 빙자해 재산권을 침해하고, 영업을 규제하며, 사적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 종합부동산세처럼 부담 능력을 넘은 징세는 약탈이며 가렴주구(苛斂誅求)다. 핵무기로 위협하고 협력의 상징인 건물을 파괴하는 행위를 하는 자들과 우리의 안보를 논의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행위다. 이단적 생각이 옳은 것도 아니다.

법무부는 법을 집행하는 권력기관이다. 운행하는 택시 운전자를 폭행하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폭력 집단에서 활동했던 사람이 최근에도 계속 폭력 행위에 연루됐다면 법 집행자로서의 자질을 가졌다고 보기 힘들다.

이런 사람들이 국정 운영에 참여한다면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지난 4년간 국민은 고통받았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삶을 걱정한다면 새로운 인물들과 함께 정책을 대전환해야 한다. 단테의 신곡은 속죄의 방향에 대한 열쇠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우선 오만을 극복해야 한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실패했다. 집권 이후 소득분배와 자산 분배가 악화하는 상황이다. 포용 정책도 실패했다.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인구로 지역 균형 정책도 실패했다. 근로자와 사용자를 분열시키고 기업 활동을 규제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오만한 행동이다. 최저임금 인하, 주 52시간 규제 완화, 노조 활동의 독자성 확보, 회사 내 쟁의행위 금지 등의 노동시장 정상화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위기 극복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다음은 분노의 극복이다. 어린 학생들이 학교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이나, 근로자가 산업 현장에서 사고를 당하는 일들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지만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처벌보다는 현장에서 안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정부의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학교 앞 교통정리와 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실질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처벌 중심의 도로교통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분노의 법률은 정부의 태만을 야기하고 불행만 확대한다.

부동산 정책은 극복해야 할 질투와 노여움, 그리고 탐욕의 합작품이다. 집을 가진 것이 죄가 아니다. 이유 없이 개발을 막은 것이 문제다. 입양아의 불행은 입양 취소로 해결되지 못한다. 태만과 사려 깊지 못한 정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탈원전 정책, 한중일 관계와 무역정책 등 운명을 결정하는 정책이 즉흥적이고 파괴적이다. 규제를 양산해서 국민만 처벌하는 정책, 이른바 ‘K정책’은 중단돼야 한다. 합리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신곡은 문재인 정부 정책의 원천적 결함이 무엇이었는지를 성찰하게 한다. 정책 대전환이 속죄의 길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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