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강경화로부터 정의용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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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 바이든 정부 출범에 맞춰 우리 정부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정의용 전 안보실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호흡을 맞추던 강 장관보다는 토니 블링컨 신임 국무장관의 새 파트너로 정 전 실장을 지명한 모양새다.
강 장관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이다.
그간 보여온 신중한 행보는 조직 장악에도 장점을 보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북한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서훈 안보실장과의 역할을 고려할 때 당분간 외교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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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의지 냉철히 판단하고
한일 관계 실질적 개선방안 모색
외교부 조직 문화 발전 노력 등
'경험의 선물' 활용해 미래로 가야
강 장관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이다. 인품이 훌륭하고 날로 그 수가 늘어가는 외교부 내 여직원들에게 큰 힘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비(非)외시 출신으로 나름 조직 문화 혁신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평도 받고 있다. 그러나 그 노력에 비해 박한 평가를 받는 것은 가장 중요한 북핵 문제와 일본 문제에서 역할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과 청와대에 끌려가기만 했던 리더십 부재 또는 처세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강 장관의 성공과 실패는 정 후보자가 직면한 기회와 도전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정 후보자는 여러모로 강 장관과는 다르다. 외시 출신으로 조직 내에서 나름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국제 다자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강 장관에 비해 한반도 문제에도 밝은 편이다. 그간 보여온 신중한 행보는 조직 장악에도 장점을 보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북한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 서훈 안보실장과의 역할을 고려할 때 당분간 외교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람 바꾸는 일이 능사가 아니듯 ‘누구’보다는 ‘무엇’이 바뀌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다. 북한 노동당 8차 당 대회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격동하는 한반도 정세를 고려할 때 이제는 겉치레가 아닌 내실을 기해야 한다.
정 후보자는 먼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되돌아봐야 한다. 지난 2018년 3월 초 대북특사로 평양을 다녀오면서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가 보장되면 비핵화할 수 있다’는 북한의 오래된 주장을 새로운 비핵화 의지로 포장했던 일 말이다. 핵 능력을 강화하는 북한으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에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성과를 자랑해봐야 통할 리가 만무하다. 냉철한 판단에 기초해 현실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고 새로운 공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한일 관계의 실질적 개선도 이끌어야 한다. 최근 갑작스러운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 변화는 일본마저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랬다면 한일 간의 갈등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좌측 깜빡이를 켜다 갑자기 우회전하는 대일 외교의 안정을 되찾는 일은 우측 깜빡이를 켜다 좌회전하지 않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외교부의 목소리를 외교에 반영해야 한다. 정 후보자 스스로가 청와대가 돼 외교부의 의견을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 본인의 정무적 관점만을 강조하지 말고 외교관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들어줄 때 그들은 더 좋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책을 갖고 대통령이 올바른 길로 가도록 설득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편, 외교부 조직 문화 개선 노력을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 외교부는 국가를 대표하는 부처다. 나라를 살릴 수 있는 초엘리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과도한 엘리트주의는 인사의 편중과 비상식적인 근무시간을 요구했다. 강 장관의 성과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조직 문화 개선 시도는 의미가 있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미래 지향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을 못 갈 정도는 아니다. 정 후보자는 강 장관이 남겨준 경험의 선물을 잘 활용해야 한다. 본인과 정부와 나라를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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