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선의 별? 신기루?..운명의 순간이 다가온다

이상훈 2021. 1. 2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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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REPORT : '대선주자' 윤석열 ◆

2021년 정치권 최대 관심 인물은 단연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지난 1년 동안 그는 '강골 검사'에서 '대선주자'로 수직 상승했다. 한쪽에선 기대가, 다른 한쪽에서는 못마땅함이 있다. 동시에 그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우려는 정치판에서 오랜 경험을 했고 굵직한 선거에 참여해 봤던 인사들로부터 나온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윤 총장과 관련해 "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 순간을 포착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스스로 결심할 것"이라고도 했다. 대권 도전의 순간이 다가왔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을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염두에 두고,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정치하고 있다'는 여권의 인식과는 달랐다. 이로써 얼마 전 징계에 대한 불복에 더해 문 대통령의 입장까지 겹치면서 윤 총장이 오는 7월 말까지 임기를 채우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다.


지난해 말 이후 지지율 급상승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 윤 총장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지난해 1월이다. 한국갤럽은 당시 후보군 이름을 불러주는 객관식 대신에 응답자가 자유롭게 말하는 주관식으로 조사방법을 바꿨다. 그러자 윤 총장의 이름이 나왔다. 검찰 인사와 직제 개편을 놓고 윤 총장이 청와대·법무부와 대립하던 때다. 이미 윤 총장은 한 해 전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반문(반문재인) 인물로 간주됐다. 1%란 미미한 수치였지만 대선주자로 거론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리얼미터는 작년 6월 조사부터 윤 총장의 이름을 포함했다. 후보군 이름을 불러주는 객관식 조사였다. 이 조사에서 윤 총장은 단숨에 10.1%로 3위를 기록했다. 야권 주자 가운데서는 1위였다. 당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 총장 압박이 본격화되던 때다.

윤 총장은 지난해 11월부터는 20%를 넘기며 1위를 기록하는 여론조사가 간간이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양자대결에서 윤 총장이 여당 주자들을 앞서는 조사까지 나왔다. 윤 총장의 지지율은 문 대통령·여당의 지지율과는 반비례 흐름을 보인다. 권력에 굴하지 않는 모습이 반문 정서와 맞물려서 높은 지지율로 연결된 셈이다.


여권 불편·긴장, 야권 기대·우려

윤 총장은 지난해 초 여론조사에 본인 이름이 올라가자 대선주자 후보군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중립이 중요한 검찰총장이 여론조사 대상이 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0월 그는 국회에 출석해 퇴임 이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정치 활동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고 여권의 공세가 거세졌다. 급기야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다. '퇴임 후 정치 참여를 선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 '대다수 국민이 유력 정치인 또는 대권 후보로 여기게 됐다'는 이유였다.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당 한편에선 긴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당의 어떤 분은 '윤나땡(윤석열이 나오면 땡큐)'이라고 하지만 그걸 어떻게 알겠나"라며 "정치인은 배고 민심은 물인데, 물이 어떤 배를 밀어올릴지 모른다"고 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기대가 있다. 유력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강력한 반문 이미지로 높은 지지율을 확보한 인물의 등장이기 때문이다. '별의 순간' 발언은 이런 상황에서 기대를 더욱 자극했다. 그러나 윤 총장을 우려의 눈으로 보는 시각도 동시에 있다. 윤 총장이 야권 지지를 모두 빨아들이면서 다른 잠룡들이 빛을 못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야권 잠룡들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한다. 만약 이 상태가 유지되다가 '대선주자 윤석열'이 불발된다면 국민의힘으로서는 난감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7월 25일 오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환담을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이충우 기자]

7월 퇴임 후 행보, 엇갈리는 전망

윤 총장은 진짜 별이 돼서 대선에 나설까, 아니면 그저 한때 신기루에 불과한 걸까. 판단이 갈린다. 별이 될 재목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보다 야권에 유력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거다. 또 정치 혐오가 극대화된 탓에 정치권 경험이 없는 인물이 오히려 돋보이는 현실도 있다. 여권과 극한 갈등에서 그가 뚝심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다.

5선 중진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윤 총장이 야권 주자로 부상하면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것으로 본다. 여권 반응만 봐도 그렇다. (그의 등장에) 공포감에 휩싸여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최근 주변에 "윤 총장이 정치적 감각이 좋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신기루로 보는 배경엔 무엇보다도 '반기문 사례'가 있다. 국민의힘 A관계자는 "윤석열을 보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정치 경험이 없는 반 전 총장이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높은 지지율 속에 한껏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불출마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강한 정치적 '멘탈'이 있겠느냐는 의구심이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주변에 "나는 정치에 의지가 없고 맞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관계자는 "게다가 반 전 총장 옆에는 외교관 출신이 다수였듯이 윤 총장 옆에는 검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가 다수 아니냐"고도 지적했다.

고공행진 중인 지지율의 성격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선거캠프 경험이 많은 국민의힘 B보좌관은 "지금 지지율은 반문재인 정서에 편승한 결과라서 지속성이 약하다"면서 "현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일 요인이 사라지면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거쳤지만 대선주자 검증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서 예상치 못한 악재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 7월 검찰총장 임기를 마친 뒤 대선까지는 불과 7개월 남짓밖에 남지 않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윤 총장의 한 지인은 "중간에 사퇴하거나 밀려났다면 차라리 시간이 생겼겠지만 이제 꼼짝없이 7월까지 임기를 마쳐야 한다"면서 "대선까지 준비 시간이 촉박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권력 겨냥한 수사 주목

이런 시각과 전망을 종합하면 몇 가지 변수에 따라 윤 총장의 정치적 행로가 판가름날 것이다. 우선 월성원전 수사 등 권력을 겨냥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관건이다. 눈치 보지 않는 수사로 비치고 그 과정에서 청와대·여당과 갈등이 더욱 거칠어진다면 더 많은 반문 유권자들이 윤 총장으로 이동할 것이다. 대세론의 기준으로 통하는 30% 이상 지지율이 확실히 유지된다면 윤 총장 위상은 또 달라진다.

또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수 야권 후보가 승리한다면 정권 교체의 기대와 추동력은 더 커질 것이고 이는 윤 총장에 대한 기대를 더욱 끌어올릴 수도 있다. 윤 총장의 지인은 "윤 총장이 지금은 일절 어떤 말이 없지만 야당이 보선에서 승리하면 대선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대선 이슈도 관건이다. '공정'이 국민의 관심사가 된다면 권력을 향한 수사를 이끈 윤 총장에게 시선이 더욱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 문제가 이슈를 지배한다면 윤 총장으로서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변수는 '반문 전사'를 넘어 윤 총장 스스로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B보좌관은 "저항의 이미지만으로는 유권자가 지지를 계속 보내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저항하는 모습을 뛰어넘어 지도자다운 모습과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이 불발된다면 윤 총장은 반문의 상징으로만 머물 수 있다"면서 "더구나 내년 3월까지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여론은 '대선주자' 윤 총장에게 상당한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막상 그가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선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 윈지코리아컨설팅 여론조사(아시아경제 의뢰, 16~17일 1009명 대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윤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거란 응답이 33.9%, 출마하지 않을 거란 의견은 45.9%였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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