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출제, 법무부로부터 위탁 추진하겠다"
지난 1일부터 임기 2년의 제10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법전협) 이사장을 맡은 한기정 서울대 로스쿨 원장(56)은 "로스쿨 제도가 정착을 하고 있는데 아직 해결 못한 현안들이 꽤 있다"며 "그것들을 해결하는 게 제 역할이고 어깨가 상당히 무겁다"고 취임 소감을 전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L)과의 인터뷰에서 한 이사장은 특히 '로스쿨 정상화'를 강조했다. 50%대로 낮아진 변호사시험 합격률로는 정상적인 로스쿨 교육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교육을 통한 법률가 양성이라는 로스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변시 합격률이 70% 정도는 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10회 변시 공법 기록형 문제 유출 논란에 대해선 "응시자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올해 합격자수를 충분히 늘리는 것이 해당 문제에 대한 만점 처리와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이사장은 로스쿨 학생들에겐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법률지식 외에도 건전한 직업윤리와 가치관을 로스쿨에서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로스쿨 정상화가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정착하고 있지만 해결 못한 현안이 꽤 있습니다. 로스쿨 교육 정상화는 변시 합격률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변시 위주 교과 과정 운영이 큰 문제입니다. 응시자 대비 70% 정도로 합격률을 상향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첫 과제입니다.
두번째 과제로 변시 출제업무를 법무부로부터 위탁받는 것도 추진하려고 합니다.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출제에 제대로 반영될 필요가 있고, 출제자 관리도 로스쿨 교수들을 더 잘 아는 법전협이 잘 할 수 있습니다. 출제업무는 전문성이 요구되고 상시관리가 필요해서 리트와 변시 모의고사를 관리하고 있는 법전협의 역량은 충분합니다. 주요 국가자격시험 중에 정부가 직접 출제까지 하고 있는 시험은 변시 외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출제와 교과과정이 맞춰 움직여야하는데 지금은 변시가 교육과정을 흔드는 바람직하지 않은 구조입니다. 출제 전문가는 법무부가 아니고 로스쿨 교수들입니다. 로스쿨 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실효성을 갖는 제도로 유지시키기 위해선 법전협 주도의 출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로스쿨 평가기준 개편도 중요합니다. 전국 25개 로스쿨이 규모와 여건이 다른데 일률적이고 기계적인 현재 평가방법은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해야 합니다.
법조직역 확대로 양질의 법률 서비스가 다양한 계층에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에 대해선 변협 등 변호사단체와 적극 협력할 계획입니다.
-과거 사법시험에 비교한다면 변시는 어떻게 개선돼야 할까요.
▶사시는 문제가 단순했습니다. 그리고 사시에서도 문제에 대한 시비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공정·형평에 민감하지 않았습니다. 로스쿨은 교육을 통한 법률가 양성을 목표로 하므로 변시에서 최신판례를 암기하게 하기 보다는 꼭 알아야 할 표준판례에서 일정 범위로 출제가 이뤄져야 합니다. 법전협은 표준판례 선정 작업을 계속 해 왔습니다. 조문과 판례를 무작정 암기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합니다. 법적 추론과 법적 사고를 봐야 합니다.
-법전협이 변시 출제를 맡는다면 어떤 변화가 가능한가요.
▶변시 출제를 위해선 일년 내내 연구하고 기획하며 출제자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법전협이 출제를 맡는 게 바람직합니다. 1년에 2주 합숙하는 방식으로 해선 안 됩니다. 지엽적인 지식의 암기를 테스트하는 과거의 방식은 안 됩니다. 법전협은 출제방향 및 내용 그리고 출제 관리에 대해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로스쿨 정상화도 가능합니다. 변시와 로스쿨 교육은 밀접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변시가 예측가능하고 합리화되면 교육과정도 정상화될 수 있습니다.
-이번 10회 변시 논란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시험 공정성이 시대정신인 만큼 논란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법전협에선 응시자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는 방향의 결정이 나도록 다양한 경로로 요청하고 있습니다. 문제 유출이 의심되는 공법 기록형 2번 문제에 대해 변시관리위원회가 '만점 처리'하기로 했는데 응시자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올해 합격자수를 충분히 늘리는 것이 병행돼야 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이슈가 불거지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공정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 면에서 변시 관리업무에서 출제부분을 법무부로부터 이관받도록 추진해야 하고 바로 이관이 어렵다면 그 전단계로 출제단계에서 법전협과 협의가 필요합니다. 법전협은 법무부보다 출제 교수관리를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로스쿨 학생들에게 강조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법률가는 혜택을 누린 직업입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공익성이 부족한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서울대를 비롯해 각 로스쿨에서 법조윤리를 교육하고 있고 공익법률센터를 통해 공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힘을 믿습니다. 변시 합격만을 목표로 삼을 게 아니라 봉사하는 법률가상을 만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법무부나 교육부 등 유관기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로스쿨은 성공한 제도입니다.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일부의 오해와 달리 과거 사시가 달성하지 못했던 긍정적 기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별전형입학, 지역인재입학, 등록금대비 30%가 넘는 장학제도, 다양한 배경의 학생이 로스쿨의 장점입니다. 법무부와 교육부가 로스쿨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정비 및 지원을 아끼지 않아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약력 △1964년생 △서울 양정고 △서울대 법대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보험법) △보험연구원 원장(2016.04~2019.04) △서울대 로스쿨 교수(2007.10~) △서울대 로스쿨 원장(20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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