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쥐어짜기부터 법적 소송 예고까지..백신 물량 부족에 각국 비상
[경향신문]
5회 접종 분량이 들어있는 코로나19 백신 1병을 쥐어 짜 6회로 만들기, 1·2차 접종 간격을 3~4주에서 6주로 늘리기, 공급량 맞추지 못하는 제약사에는 법적 소송 예고해 압박하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전에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하는 각국 정부가 각종 묘수를 짜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3일(현지시간) 화이자 백신 1병에서 6회분 접종량을 추출해 낼 수 있는 저용량 특수 주사기 사용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은 1병당 5회분 접종이 정량이지만, 표준 주사기가 아닌 저용량 주사기를 쓰면 잔여물까지 모두 추출할 수 있어 1회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이내에 1억명에게 백신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접종 시스템 미비와 백신 물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5% 수준인 약 1740만명에 불과하다.
알버트 볼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백신 1병당 접종량을 6회로 늘리면 접종 가능 인구가 20% 정도 늘어난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각국 정부와 병 단위가 아닌 ‘접종 분량’ 단위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1병당 접종량이 늘어나면 공급량을 줄여도 되므로 유리해 진다.
문제는 1병당 접종량을 늘리려면 표준 주사기를 모두 저용량 주사기로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CNN은 “저용량 주사기가 없는 곳이 많다”며 일선 의료 현장에서 이런 조치가 제대로 작동할 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미 정부는 저용량 주사기 생산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보급을 확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화이자가 유럽연합(EU)에 백신 1병을 5회분이 아닌 6회분으로 계산해 백신 공급량을 29% 줄이겠다고 통보하자, EU 국가들은 “저용량 주사기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접종 일정을 맞출 수 없게 된다”며 크게 반발했다.
게다가 아스트라제네카까지 올 1분기 유럽에 약속한 백신 물량의 40%밖에 공급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EU 국가와 백신 제약사 사이에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갑작스런 공급 물량 감소는) 심각한 계약 위반”이라면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는 올 1분기에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800만회 분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했지만, 아스트라제네카의 발표대로라면 340만회 분량 이상은 어려워진다.
백신 물량 부족이 심해지자 접종 간격을 늘리는 나라도 늘어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3일(현지시간) 1·2회차 간 접종 간격을 최대 6주까지 허용하는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당초 화이자가 권고한 1·2차 접종 간격은 3주, 모더나는 4주이다. CDC는 “권고되는 간격을 최대한 지키되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에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차 접종 간격이 3~4주가 넘을 경우 백신 효능이 유지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변이 바이러스 유행으로 확산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우려가 계속되자 입장을 완화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캐나다·덴마크 등은 접종 간격을 6주로 연장했으며, 프랑스도 연장을 검토 중이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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