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韓日외교관들도 못한 일을 수현이 혼자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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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1시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
2001년 1월 26일 오후 7시15분 경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故) 이수현 씨(1974~2001)를 기리는 추모의 벽.
눈 앞에 떨어진 사람을 망설임 없이 구하려 한 이 씨의 행동이 지금도 일본 사회를 울리고 있다는 그는 "수많은 외교관이 이루지 못한 한일 친선을 수현이 혼자 힘으로 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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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1시 일본 도쿄 신오쿠보역. 플랫폼으로 향하는 계단 벽 앞에 3명의 일본인이 고개를 숙이며 묵념을 했다. 2001년 1월 26일 오후 7시15분 경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故) 이수현 씨(1974~2001)를 기리는 추모의 벽. 올해는 이 씨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되는 해로 이들은 26일 20주기 추모 행사에 앞서 자신들 만의 추모식을 가졌다.
●20년 간 기부한 소시민·다큐멘터리 만들어 전국 상영회 여는 감독
“이수현! 나는 그의 이름을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씨가 사고 직전까지 다녔던 일본어 어학당 아카몬카이(赤門會)의 아라이 도키요시(新井時贊·71) 이사장은 감정을 억누르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라이 씨는 이 씨가 사고를 당한 후 가장 먼저 경찰서로 달려간 인물이자 20년 째 추모 사업을 이끌어온 사람이다. 그는 “당시 수현이 아르바이트(PC방)가 오후 5시까지였는데 하필 그날 컴퓨터 수리 등으로 2시간 늦게 끝났다. 그것만 아니었다면…”이라며 지금도 안타까워했다. 눈 앞에 떨어진 사람을 망설임 없이 구하려 한 이 씨의 행동이 지금도 일본 사회를 울리고 있다는 그는 “수많은 외교관이 이루지 못한 한일 친선을 수현이 혼자 힘으로 해냈다”고 말했다.
이 씨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2년 설립된 ‘LSH 아시아 장학회’는 올해 수혜 학생이 1000명을 넘는다. 이 씨의 기일(1월 26일)을 잊지 말자며 장학회 기금으로 1만2600엔을 내는 기부자도 있다. 20년 간 기부를 해 온 야마모토 히로코(山本弘子·62) 씨는 “헌신과 배려에 국경이 없다는 것을 이 씨를 통해 알게 됐고, 그 가르침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씨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된 야마모토 씨는 3년 전엔 자신의 딸도 이 씨의 모교인 고려대에 유학을 보내기까지 했다.
●日 기업도 20년 간 후원… “이수현은 여전히 살아있는 존재”
20년 간 이 씨를 지켜온 일본인 중에는 영화감독 나카무라 사토미(中村里美·56) 씨도 있다. 한일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던 이 씨의 생전 바람에 감동을 받아 그를 주제로 다큐멘터리 영화 ‘가케하시(징검다리)’를 제작, 2017년 2월부터 일본 전국(현재 15개 지역)을 돌며 상영회를 열고 있다. 나카무라 씨는 “현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해주는 관객들이 많다”며 “우리 마음속에 ‘이수현’이 살아 있어 ‘가교 역할’을 우리가 대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오쿠보역 운영회사인 JR히가시니혼은 장학회에서 발간하는 회보에 광고비(1000만 엔, 약 1억 원)를 지원하고 있고, 일본 항공사인 JAL은 매년 이 씨의 부모님의 일본 방문 항공료를 지원하는 등 이 씨를 추모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들은 “지금의 한일 관계를 가슴 아파 하고 있을 것”(아라이 이사장)이라며 한일관계가 악화된 지금이야 말로 이 씨의 숭고한 정신을 기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열리는 20주기 추모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폭 축소돼 열릴 예정이다. 이 씨의 어머니 신윤찬 씨(71)도 처음으로 참석하지 못한다. 정세균 국무총리 명의의 헌화, 강창일 신임 주일대사의 비디오 추도 메시지 등이 있을 예정이다.
도쿄=김범석 특파원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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