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를 석방하라" 러시아 전역서 대규모 시위
전국 60여개 도시서 집회 열려
유럽 곳곳 체포 반대 시위 확산
[경향신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러시아 전역에서 열렸다. 나발니는 러시아 정부로 추정되는 세력으로부터 ‘독극물 공격’을 받아 독일에서 치료를 받았고, 러시아 귀국 후 당국에 의해 체포된 상태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 등 현지언론은 23일(현지시간)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수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등 전국 60여개 도시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모든 지역의 집회를 불허하고 참가자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모스크바에서만 4000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했으며, 현지 언론들은 모스크바 시위 참가자가 최대 4만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현지 비정부기구 ‘OVD-인포’에 따르면 집회 참가자와 현장을 중계한 언론인 3100명 이상이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시위는 블라디보스토크 등 동쪽 도시에서 시작돼 동이 트는 서쪽 지역으로 확산됐다. 참가자들은 “나발니를 석방하라”, “러시아는 자유로워질 것이다”, “푸틴은 사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영하 50도까지 떨어진 야쿠츠크 지역에서도 수백명이 광장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고 베시마 등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도 이날 모스크바 시위 현장에서 체포됐다가 풀려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경찰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경찰봉을 휘두르는 영상이 공유되기도 했다. 이날 시위는 2018년 연금법 개정 반대 시위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나발니 측은 오는 30~31일 또다시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독극물에 중독돼 혼수상태에 빠졌고,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그는 안전한 독일에 머무는 대신 탄압 당할 게 뻔한 러시아로 돌아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을 가속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는 지난 17일 귀국하자마자 집행유예 의무 위반 혐의로 공항에서 체포·구속됐다. 하지만 나발니 측은 나발니가 구금된 동안에도 푸틴 대통령의 혼외자식에 대해 폭로하고, 푸틴 대통령이 뇌물을 받아 초호화 궁전을 지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푸틴 대통령 측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나발니의 구금과 러시아 정부의 시위 진압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외교적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주러 미국 대사관이 전날 공식 홈페이지에 시위 집결지를 상세하게 공개한 것을 비판했다. 이에 미 국무부는 “러시아 정부가 시위 참가자와 언론인에게 저지른 가혹한 일들을 비난한다”며 “나발니와 인권을 위해 운동했던 모든 구금자들을 석방하라”고 전했다.
유럽에 거주하는 러시아 교민들도 시위에 참가했다. 로이터통신은 같은 날 독일 주요 도시에서 1000여명이 나발니 체포 반대 시위를 벌였으며 프랑스, 불가리아, 체코 등에서도 시위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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