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은 1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한 팬데믹과 전례 없는 사회적 동요 속에 치러진 선거였다. 조 바이든이 이길 수 있었던 가징 큰 이유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로 꼽힌다. 1년2개월 앞으로 다가온 한국 대선 역시 코로나19 장기화와 민생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어젠다 선점 경쟁이 여권 유력 대권 주자들 사이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보편 재난지원금’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익 공유제’, 정세균 국무총리의 ‘손실보상제’가 주요 어젠다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해법으로 내놓은 것이지만 그 밑바탕엔 세 사람이 사회와 정치의 역할을 바라보는 근본적 ‘비전’의 차이가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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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대권 좌지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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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는 재난기본소득을 비롯해 본인의 정책 브랜드인 ‘기본 시리즈’ 드라이브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 지사는 당내 부정적인 기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일 경기도민에게 1인당 10만 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후 ‘재난기본소득’을 시작으로 ‘기본주택’(장기공공형임대주택), ‘기본대출’ 등 기본정책 시리즈를 의제화했다.
‘기본소득’ ‘기본주택’ 등을 고유의 브랜드로 만들어가고 있는 이 지사는 지역화폐를 통한 보편 재난지원금 지급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보편 재난지원금’ 하면 이 지사가 떠오를 만큼 정책에 대한 선명성을 강하게 드러냈다. 소비진작, 사회적 연대, 행정비용 감축 등을 ‘보편지급’의 장점으로 꼽고 있다.
정 총리는 당장 지난 21일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기획재정부에 지시했다. 정 총리는 “정부의 방역 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못한 분들에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라고 밝혔다. 결국 “제도화 방안을 상세히 검토해 국회 논의에 임하겠다”는 기재부의 입장변화도 이끌어냈다.
여당도 손실보상법 등을 토대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면서 화답했다. 자영업 손실보상법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영업 제한으로 자영업자가 입은 매출 손실을 정부가 보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도 적지 않다. 국가 보상을 강제할 수 있느냐와 지원 대상·규모를 둘러싼 국민적 동의, 이에 따른 형평성 논란이다. 손실 대상 업종과 손실액 산정, 보상 규모, 재원 충당 문제 등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이 대표는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꺼내들었다. 최근 주춤한 지지율에 유력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동서통합과 외연확장의 기조를 세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차원에서도 이익공유제에 대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상황이지만 기업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수혜기업 구분과 수혜 범위를 산정하기도 어렵고, 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높다는 비판이다. 자발적이라고는 하지만 시장개입 논란과 함께 관제 기부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에 외국 기업과 형평성도 문제다.
또 여권일각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취약계층이 저신용자로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회연대기금의 골자’로 한시적 사회연대세, 기업과 개인의 기부를 통해 재원을 만들어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되고 있다. 이 역시 대기업이나 금융계가 부담을 떠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여권 빅3’의 브랜드화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동주 정치평론가는 “유력 대권주자가 각자 브랜드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대선을 염두한 행보라고 해석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며 “정치권에서 봤을 때 코로나19 이슈가 대선까지 간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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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재원 등 ‘경제 리스크’ 포퓰리즘·시장개입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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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여권의 정책 움직임은 포퓰리즘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야권에서는 “4월 재보선을 앞둔 매표 행위”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추가 투입될 막대한 재원도 문제다. 지난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과 올해 9조원이 넘는 예산이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투입된 상태로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여권 내 차기 대선 주자들도 앞다퉈 부동산대책을 꺼내들고 있다. 앞선 기본소득 논쟁에 이어 부동산 정책이 대선 주자간 이슈 경쟁의 대상이 되면서 일각에선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대표는 최근 서울 내 유휴부지를 활용한 공급대책을 강조하며 서울 부동산 규제 완화 카드를 제시했다. 이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7대 3인 서울의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비율을 조정해 주거지역을 넓히는 방법이 있다”며 “근린생활지역 및 준주거지역을 부분적으로 주거지역으로 전환하는 방안 및 역세권 땅 활용 방법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기관의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20%의 벽을 넘어선 이 지사는 투기용 부동산에 대한 증세와 기본소득 토지세 도입을 주장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SNS에 “(집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은 조세로 환수해 고루 혜택을 누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적었다.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들이 앞다퉈 21세기 자본주의사회에 사회주의적 개념의 접목이 높은 정책을 의제로 끌어올린 데 대해 한 사회학자는 "사회가 이들 ‘공유’와 ‘분배’의 개념과 취지, ‘자본’의 달콤함을 뒤로하고 발생하는 양극화의 폐해를 받아들일 만큼 성숙한가 또는 극단적인 자본주의화가 진행됐는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며 "의도가 어떻든 21세기 자본주의사회에 사회주의적 개념의 접목이 가능할지를 가늠할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야권 대선주자들은 “정치권이 반시장적 현금 살포 정책을 남발하면 양극화 해소에 도움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재정 건전성 악화만 초래한다”며 “이제 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퍼주기 경쟁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