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도록, 놀랍지 않은 기후위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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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별로 놀랍지 않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새로운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다가오는 기후위기 앞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 그렇지만 허무주의에 빠지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우리에게는 차선책으로 택할 행성(Planet B)이 없기 때문에 두 번째 계획(Plan B)도 있을 수 없다." 이 또한 놀랍지 않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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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별로 놀랍지 않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새로운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21세기 기후 재난 사례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다. 책의 장마다 비슷한 지적과 주장, 시나리오를 지치지도 않고 되풀이한다.
예컨대 이런 이야기들. 2016년 지구온난화로 러시아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75년 전 탄저병으로 사망했던 순록 사체가 노출되어 탄저균 감염으로 소년 한 명이 사망했고, 순록 수십만 마리가 도살당해야 했다. 세계은행은 2030년이면 36억명에 달하는 사람이 말라리아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예측했다. 1980년부터 2010년 사이의 내전 가운데 23%는 기상 재난이 닥친 시기에 벌어졌다. 유엔은 2050년에 아프리카·아시아 등에서 기후 재난으로 난민 2억명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놀랍게도, 지금 우리에게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이야기다.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집요하리만치 디스토피아의 미래상을 ‘수집’하면서 전달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이렇다. 이 모든 게 ‘지금 살아 있는 우리의 책임’이다. 인류가 그동안 사용한 화석연료의 85%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부터 지금까지 발생했다. 지구온난화란 인류가 산업시대 전체에 걸쳐 자기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상은 ‘한 세대가 만들어낸 결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책임은 매 순간 누적된다. 전등 스위치를 켜거나 비행기표를 사거나 투표를 잘못 할 때마다 우리 모두가 미래의 자신에게 고통을 안긴다. 2018년 어느 시점에는 비트코인 채굴에 소모되는 전력량이 전 세계 태양전지판에서 생성되는 전력량을 초월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 어쩌자는 말인가. 2017년 영국 〈가디언〉처럼 “기후변화에 맞서고 싶은가? 아이를 적게 낳아라”고 선언해야 할까. 혹은 소설가 실라 헤티처럼 “출산에서 자부심을 갖는 행위는 식민지 개척에 자부심을 찾는 행위나 마찬가지다”라고 일갈해야 할까.
우리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언젠가 세상이 망할 거라는 종말론을 설파하는 것처럼 난감한 일이다. 기후위기는 늘 가깝고도 멀고, 멀고도 가까운 것이었다. 잇따르는 이상고온, 물난리, 태풍,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겪으며 마침내 우리는 지구가 인간이 편히 살 수 없는 땅이 되었음을 실감하고 있다. 다가오는 기후위기 앞에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 그렇지만 허무주의에 빠지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14년 뉴욕에서 열린 기후변화주간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차선책으로 택할 행성(Planet B)이 없기 때문에 두 번째 계획(Plan B)도 있을 수 없다.” 이 또한 놀랍지 않은 이야기다.
이오성 기자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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