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좋은 시절 다 갔다? '군기반장' 정의용 복귀에 술렁

임민혁 기자 입력 2021. 1. 24. 15:23 수정 2021. 1. 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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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장관의 주요 간부 인사도 '올스톱'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태평성대는 이제 끝났다고 봐야죠.”

강경화 외교장관 후임에 정의용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지명된 이후 외교부 직원은 “부서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일 욕심이 많고 장악력이 센 정 후보자가 ‘강경화식 워라밸’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의용 외교장관’ 시대에는 그동안 청와대가 쥐고 있던 외교안보 컨트롤센터 기능이 외교부로 이동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장관 교체 발표 이후 외교부내 주요 간부 인사(人事)도 올스톱 됐다고 한다. 이미 인사 내정 단계까지 진행됐지만 정 후보자 뜻에 따라 인사판을 다시 짤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회 전부터 군기 잡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6월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전직 주미대사 초청 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외교부 조직문화는 강경화 장관 시절 큰 변화를 겪었다. 강 장관은 취임 일성(一聲)으로 “대기성 야근과 주말 근무가 헌신으로 평가되지 말아야 한다”며 워라밸을 강조했고 이를 정착시켰다. 직원들의 평가도 좋다. 하지만 끊임없이 발생한 외교 실책, 의전 사고를 ‘워라밸로 인한 기강해이’ 탓으로 돌리는 외부의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강 장관과 달리 1970년대초 공직생활을 시작한 정 후보자는 퇴근시간 없이 일하는 전형적인 ‘올드스쿨’ 관료다. 정 후보자와 함께 일했던 전직 외교관은 “정의용은 해군장교 시절부터 쭉 ‘군기반장’이었다”며 “직원들에 대한 요구 수준이 높고 엄격하다”고 했다.

현 정권 들어 청와대가 북핵, 동맹 등 주요 외교 정책을 직접 관장하며 외교부를 ‘하청업체’화 시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중심에 정의용 안보실장이 있었다. ‘외교부 패싱’이 잇따르면서 강경화 장관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정의용이 외교부로 내려오면서 외교부의 입김도 덩달아 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정부 소식통은 “서훈 현 청와대 안보실장은 미국보다 북한 전문이기 때문에 대미외교, 미·북 대화 견인 등의 업무는 전적으로 정의용에게 쏠릴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 최종건 1차관,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핵심 라인들도 모두 청와대에서 정 후보자와 손발을 맞추던 인사들이다.

정 후보자 개인 스타일과 별개로 구조적인 환경 변화 때문에 외교부의 기능과 위상이 강화될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는 미국도 국무부를 제치고 백악관이 모든 대외정책을 쥐고 흔들었다. 청와대와 백악관의 직통 거래도 이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시대에는 국무부가 대외정책 주도권을 쥐는 전통적 스타일로 회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변화에 맞춰 다시 외교부-국무부 채널이 중요해졌다”며 “문 대통령이 그 역할을 정의용에게 맡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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