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처분은 무차별..5~6개월 뒤 닭고기 대란 올 것"
과도한 살처분 농가 피해 막심..방역 효과도 의심
발생농가 3km 이내 살처분은 세계 유례 드물어
공급부족으로 닭고기 가격 급등 염려
실효성 있고 정밀한 방역 원칙 필요
농가 보상도 시세 아닌 원가 기준 합리적
육계(肉鷄) 농가와 관련 기업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육계협회 김상근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무분별한 살처분으로 육계농가들은 병아리 부족으로 막대한 손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며 "정밀하면서 실효성 있는 살처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AI 발생 농장 3㎞ 이내 가금류 무조건 살처분은 발생농가 위주로 살처분하는 덴마크, 일본, 대만 등은 물론 1㎞ 이내 살처분 원칙을 시행하는 네덜란드 등 농업·축산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훨씬 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방조치도 필요하지만 AI에 걸리지 않는 닭들까지 모조리 떼죽음을 당해선 안된다"며 "정작 AI는 철새떼에 의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데 단순한 3㎞내 살처분 조치는 멀쩡한 닭들만 죽일 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무차별적 살처분이 이뤄지는 이유는 정부가 2018년 12월 AI SOP(긴급행동지침)를 개정하면서 살처분 범위를 기존 발생농장 500m에서 3㎞이내로 바꿨기 때문이다. 행동지침에 따르면 500m에서 3㎞ 이내 보호지역이라도 지방가축방역심의회 결과에 따라 지자체가 농식품부와 협의해 살처분 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정부는 무조건적인 살처분 원칙을 기계적으로 고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 소비자와 시장에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 염려된다"고 했다. 이미 고기용 닭인 육계가 농장에서 싹쓸이 되고 있어 닭고기는 최근 2년 내 가장 높은 가격을 이어가고 있다. 협회측에 따르면 닭고기 산지 가격은 AI가 발생하기 전 ㎏당 1200원에서 22일 현재 2000원으로 60% 이상 상승했다.
그는 그러나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라며 "살처분이 계속되면 육계 병아리를 생산하는 육용 종계(어미닭)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5~6개월 후에는 생산량이 급감해 가격도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8일까지 살처분된 육용 종계는 80만 마리로 우리나라 전체 어미닭 숫자(840만마리)의 약 10%에 달한다. AI가 봄철까지 이어진다면 이 수치는 30%에 달할 것으로 염려된다. 김 회장은 "부족한 물량은 결국 수입산이 대체할 것인데, 시장이 수입산 닭고기에 잠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병아리가 없어지게 되면 육계농가들은 사육 자체가 불가능해져 사육소득 또한 감소될 수밖에 없어 경영상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된"며 "살처분 당한 농가들은 3개월 동안 입추(새 병아리를 닭장에 들이는 것)를 할 수 없으므로 생계마저도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발생 시기 전월 시세를 기준으로 하는 현행 보상체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원가보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달라고도 정부에 촉구했다.
그는 "지금같은 싹쓸이식 방역정책보다 좀 더 실효성 있으면서도 정밀한 살처분 원칙이 세워져야할 것"이라며 "여러 차례 정부에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답답해 했다. 김 회장은 "방역을 통한 이익과 사회적 손실의 수지타산을 고려한 보다 실리적이고 합리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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