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의무휴업, 골목상권 보호와 무관..확대 입법 멈춰달라"

김태성 2021. 1. 24. 14: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통·식품·패션 분야 협회, 정부·국회에 호소
대형마트 의무휴업에도
중소유통사 매출 안늘어
코로나 불황 심각한 상황서
규제 일변도 접근법은
유통업계 공멸시키는것
징벌적 손해배상도 큰 문제
휴무일 배송허용·세감면 시급

◆ 2021 신년기획 Rebuild 유통 ⑤ ◆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쇼핑몰이 한산하다. 유통 관련 협회에서는 정부와 국회의 유통 관련 규제 강화 움직임으로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규제 일변도 접근은 오히려 '상생(相生)'이 아닌 '상사(相死)'하는 지름길이다." "정부의 유통업계에 대한 인식은 대기업 대 소상공인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 치우쳐 있다." "산업의 건실한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 방향이 '갑질'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통·식품·패션업계를 대변하는 주요 협회들이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업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규제 공세'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부와 국회에 던진 따끔한 일침이다.

24일 매일경제신문이 신년을 맞아 각 분야를 대표하는 유통 관련 협회 9곳을 대상으로 올해 시장 전망과 함께 각 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요소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대다수 협회는 "과도한 규제가 발전은 물론 업체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규제가 아닌 지원'으로 유통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모임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10여 년간 지속해온 유통규제 강화 프레임에서 벗어나 이제는 유통규제 개선을 위한 법안 처리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체인스토어협회는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로 대형마트·준대규모점포의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규제와 온라인 영업 규제를 꼽으며 "시행된 후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소비자, 농어민이나 중소 제조업자 등 납품업체, 임대상인 등에게 피해를 주는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형마트 등은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제한 시간에는 온라인 영업도 할 수 없어 사실상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유통기업과의 경쟁도 제한하고 있다"며 "이는 중소 유통 보호와 거의 상관없는 것으로 하루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백화점협회는 "대규모 유통의 시장 진출과 영업시간 등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정책은 국내 유통산업 발전이 아닌 침체를 가속화할 뿐"이라며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발전하는 글로벌 유통기업에 의해 국내 유통 시장이 침탈당하지 않도록 유통산업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백화점, 복합쇼핑몰에 대한 한 달에 두 번 의무휴무 적용 입법에 대해 "법률안 개정 작업을 중단하거나 근원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세점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규제 추진 움직임이 이어지는 데 대해 한국면세점협회는 "대기업이 소상공인의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데 노하우와 고객 데이터 분석 방법을 공유하거나 대기업이 만든 플랫폼에 소상공인이 입점하는 등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산업의 성장과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유통업체 규제의 폐해는 비단 유통기업을 대변하는 협회에서만 지적한 것은 아니다. 한국패션산업협회는 "마트 규제로 인해 이곳에 입점한 중소 패션기업은 매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말 영업이 제한돼 경영 압박을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외식업 관련 협회들도 생존 위기에 빠진 외식업체를 위한 관련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가맹점사업자단체 구성·협의권, 차액가맹금 공개, 예상 매출액 제공 강제, 악의적 중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기업의 창의적인 활동과 경제상 자유 침해 소지가 있는 강한 규제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커머스와 푸드테크 등 신규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플랫폼 규제' 입법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온라인쇼핑협회는 "온라인 쇼핑 시장은 중소 상인들이 오프라인에 비해 쉽게 창업과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시장인데, 이런 규제 잣대가 계속 드리워진다면 시장이 위축돼 국내 중소 상인들 사업이 같이 존폐 위기로 몰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들이 이구동성으로 규제 철폐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올해도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이 자리한다.

체인스토어협회는 "소비의 무게 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며 이커머스가 유통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반면, 오프라인 기업을 둘러싼 영업 환경은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면세점협회도 "대내적으로는 제도 개선의 경직성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발견에 따른 입국제한 조치 강화 요인, 대외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자국 면세점 육성 정책 적극 추진과 중국 내 국내 면세품 대량 거래시장 단속 심화로 인해 (시장 업황에 대한)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업황이 '정체 또는 악화'할 것이라고 응답한 프랜차이즈협회는 "코로나19 여파로 막대한 매출 손실이 지속되고 생계에 위협을 초래하고 있으며 집합금지 명령으로 누적된 비용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하는 점포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지난해 '연말 특수'가 없는 최악의 흐름이 올해까지 이어져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며 "향후 코로나19 백신 상황에 따라 작년보다는 회복되겠지만 '집밥'을 즐기는 등 외식 소비 패턴이 바뀐 탓에 외식산업 규모 자체는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반면 온라인쇼핑협회는 "언택트 소비 확산 덕택에 10% 성장"을, 한국푸드테크협회는 "밀키트, 가정간편식(HMR) 등 관련 산업과 비대면 서비스 수요, 지구 환경을 지키는 대체육과 로봇 조리 등이 올해도 크게 성장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올해도 계속될 업황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체인스토어협회는 유통기업들의 투자와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현행 규제를 없앨 것을 주장하는 한편, 규제 철폐가 어려울 경우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한시적으로나마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