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재사진첩] 오늘도 걷는다 희망 뚜벅이

백소아 2021. 1. 24.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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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충북 옥천군 군북면 사무소를 출발한 김진숙 희망 뚜벅이 행진은 차도를 따라 두 줄로 걷는 참가자들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날은 군북면사무소를 출발해 대전역까지 13㎞를 걷는 여정이었다.

이날 오후 대전역에서 21일차 희망 뚜벅이들의 행진을 마무리하며 김 지도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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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사진첩]김진숙 지도위원 21일차 희망 뚜벅이 행진
함께 걸어 연대하는 다양한 사업장 노동자들의 사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 지도위원. 지난해 12월 30일 복직 없이 정년 없다며 청와대를 향해 걷는 ‘희망뚜벅이’를 시작했다. 부산을 출발한 그의 발걸음은 이제 대전을 지나고 있다. 행진에 가장 맨 앞에서서 거침없이 걷는 그를 보면 암환자라는 것을 믿기 어렵다. 그 뒤로는 수많은 사연들의 노동자들이 함께한다. (첫번째 줄 왼쪽 둘째부터)대우버스노조, 현대건설기계 하청노동조합, (둘째 줄 왼쪽부터)세종호텔 노조, 철도고객센터지부 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전지부, (셋째 줄 왼쪽부터)공공연대노조 한국조폐공사 비정규직 노조, 쌍용차 노조, 현대차 한국게이츠노조까지. 각각의 위치에서 투쟁중인 노동자들이 오늘도 길 위에서 김지도와 함께 걷고 있다. 대전/백소아 기자

23일 오전 충북 옥천군 군북면 사무소를 출발한 김진숙 희망 뚜벅이 행진은 차도를 따라 두 줄로 걷는 참가자들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해 12월 30일 `복직 없이 정년퇴임 없다'라며 청와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첫날 3명이서 시작했던 행진의 길동무들은 점차 늘어나 어떤 날은 십여 명, 주말 같은 경우에는 수십 명이 모여 함께 걷기도 했다.

이날은 군북면사무소를 출발해 대전역까지 13㎞를 걷는 여정이었다. 노조원의 90%가 해고된 금속노조 대우버스지회 동료들과 회사의 일방적인 공장 폐업으로 해고된 금속노조 한국게이츠지회 동료들은 희망 뚜벅이를 계속 함께하고 있다. 각기 다른 색깔이 몸조끼들이 얼마나 다양한 노동자들이 함께 걷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김 지도가 대전을 지나신다기에 같이 걸으러 나왔다”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저희 파업할 때 와주셨어요.”라고 말하는 세종호텔 노조원, 주말 맞아 저 멀리 평택에서 함께 걷기 위해 온 쌍용차 노동자들까지…. 김 지도위원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함께 규탄하고 서로 위로하며 청와대를 향해 걷고 있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23일 낮 대전 시내에서 희망뚜벅이 참가자들과 함께 대전역을 향해 힘차게 걷고 있다. 대전/백소아 기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23일 낮 대전 시내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다 건너오는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100여 명이 참가한 이날 행진 도중 김 지도위원은 여러 번 뒤돌아 보며 행렬을 챙겼다. 대전/백소아 기자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만난 이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다. 김 지도위원은 주저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고 답한다. 지난해 말 물었을 때와 같은 대답이다. 설명을 이어가던 중에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이야기가 나왔다. “며칠 전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오셨어요. 내복에 손수 쓴 편지에 바리바리 들고 오셔서 주시고 함께 걸었어요. 나보다 앞장서서 ‘김진숙 복직’이 쓰인 깃발을 들고 힘겨워 하셨지만 끝까지 걸으시더라고. 뒤로 쳐질까 봐 제일 선두로 걷는지 알았는데, 나중에 하시는 말씀이 일등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면 왠지 자신들의 복직도 될 거 같았다고…. 그 대답에 울컥했어요.”

23일 낮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비롯해 김진숙 희망 뚜벅이에 함께한 참가자들이 충북 옥천군 군북면사무소에서 21일차 행진을 시작해 대전역을 향해 걷고 있다. 옥천/백소아 기자
23일 오전 충북 옥천군 군북면사무소 앞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비롯해 김진숙 희망뚜벅이에 함께한 참가자들이 출발 전 공연에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은 군북면사무소를 출발해 대전역까지 약 13㎞를 걸었다. 옥천/백소아 기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23일 오후 21일차 희망뚜벅이 행진의 목적지인 대전역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대전/백소아 기자

이날 오후 대전역에서 21일차 희망 뚜벅이들의 행진을 마무리하며 김 지도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해고노동자들이 함께 길을 걸었는데요. 가다보면 또 답이 나오겠죠. 내일도 열심히 걸어봅시다. 투쟁! (투쟁!) 고맙습니다.”

행진 가장 선두에 서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뒷모습을 따라 가는듯, 혹은 뒤에서 밀어주 듯 그들은 지금도 함께 걷고 있다.

대전/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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