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선택' 청취자 살린 황금산 PD, 그후 이야기 [직격인터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21. 1. 24. 10:4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도로교통공단 TBN대전교통방송 황금산PD, 사진제공|본인


“당연히 해야할 일인데 미담으로 알려져서 참 쑥스럽네요. 농부가 농사를 짓는 게 당연한 것처럼요. 그동안 청취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들려주기만 한 방송이었다면, 이젠 청취자와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해야죠. 라디오가 비대면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매체잖아요. 청취자의 생각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전해질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청취자가 주인이니까 그들을 모셔야죠.”

도로교통공단 TBN대전교통방송 ‘낭만이 있는 곳에’ 황금산 PD는 지난 8일 ‘극단적 선택’을 문자메시지로 암시한 청취자를 살렸다. 메시지에서 이상한 느낌을 감지한 황 PD는 바로 대전지방경찰청에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이 있으니 위치추적을 부탁한다”며 도움을 요청했고, 지역 119 구급대가 차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A씨를 발견해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다. 다행히 A씨는 황 PD와 구급대 덕분에 의식을 되찾았고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황금산 PD는 최근 ‘스포츠경향’에 미담이 전해진 이후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제공|TBN대전교통방송


“최근에 그 분을 다시 만났어요. 마침 가수 이용이 그 기사를 보고 그 분에게 금일봉을 전달하고 싶다며 제게 연락을 했더라고요. 병원에 가니 금일봉 전달식을 하고 있었고요. 그 분이 절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어요. 다시는 이런 선택을 안 하겠다며 살아있는 게 훨씬 좋다는 걸 알았다고 계속 울었죠. 이후 방송에 또 문자를 보내왔는데 ‘평소처럼 일반 청취자로 돌아가겠다’는 내용이었고요.”

A씨가 라디오에 마지막을 암시할 당시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신청했다. 황 PD는 바로 신고를 하느라 신청곡을 틀지 못했다고 그때를 떠올렸다.

“결국 10일 정도 지난 다음 그 노래를 틀었어요. 전엔 마지막에 듣고 가는 노래로 생각했을지 몰라도 이젠 희망찬 노래로 듣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요. 그러니 ‘고맙다’는 문자가 또 왔습니다. 다른 청취자들도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 있으니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자. 응원한다’는 메시지들을 많이 보내줬고요.”

황 PD에게는 정년이 4년여 남은 시점에서 많은 걸 돌이켜보고 생각하게 한 사건이었다.

“코로나19 이후와 1년 전을 비교해봤어요. 대부분 사람들의 생활이 많이 힘들어졌고 소통할 기회가 적어지니까 라디오를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로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직접 문자를 보내지 않는 사람들도 음악으로 소통하고 우리가 읽어주는 사연을 자신의 이야기처럼 생각해 답글을 달면서 소통하죠. 그만큼 비대면 사회 속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증거기도 하고요. 저도 한 번 보고 말 문자메시지 하나도 다시 살펴보게 됐고, 사연을 보낸 사람의 입장에서 뭐가 힘들고 어려운지 생각하게 됐어요. 전 라디오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니, 많은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더 다양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황금산 PD가 이끄는 ‘낭만이 있는 곳에’는 팝송과 우리 가요, 그리고 청취자의 사연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DJ 김윤경의 진행으로 매일(월~금) 오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 동안 지친 사람들의 밤을 따스하게 채운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