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발장 막아라!".. 경기도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

이병희 2021. 1. 2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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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휠체어 타고 온 이에게 "빵 하나라도 더"
코로나19 장기화에 생계형 범죄 증가
성남·평택·광명 푸드마켓에서 운영 중..쌀·마스크·반찬 등 받을 수 있어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에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2021.01.24. iambh@newsis.com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음의 허기가 커진 분들이 방문하시면 언제든지 먹거리를 받아 가실 수 있습니다. 어려워 말고 찾아주세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탄천종합운동장 체육회관 지하 2층에 위치한 '성남 열린 푸드마켓'. 이곳에서는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워진 도민 누구나 아무 조건 없이 먹거리를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끼니를 굶고 식료품을 훔치다가 처벌받는 생계형 범죄가 늘자, 경기도가 이른바 '코로나 장발장'을 막기 위한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를 이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24일 성남 열린푸드마켓에 따르면 이곳에서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를 시작한 지난해 31일부터 지난 22일까지 1447명의 시민이 방문했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1층 정문을 제외한 모든 출입문을 폐쇄한 탓에 지하2층 푸드마켓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식당·편의점 등 식당가가 있는 층이지만, 곳곳에 불이 꺼져 있고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자칫 헤매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미로 같은 길을 찾아 하루에 수십 명이 찾아오는 것이다. 100명이 넘는 도민들이 오는 날도 있었다.

푸드마켓이 문을 열자마자 전동휠체어를 타고 온 50대 남성이 푸드마켓 앞을 서성였다. 이를 눈치챈 직원이 나가 "음식 받으러 오셨어요?"라고 묻자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직원이 미리 포장해둔 먹거리를 챙긴 뒤 "빵좀 드릴까요?"하고는 반찬 몇 가지와 빵 대여섯 개가 담긴 봉지를 들고 와 남성에게 건넸다.

이후로도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근처에서 혼자사는 어머니를 모시고 푸드마켓에 온 박모(50·여)씨는 직원들에게 연신 감
사 인사를 했다.

5남매 엄마인 그는 방문요양사로 일하다 최근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었다. 다른 일자리를 구했지만, 급여가 줄어 생계가 걱정되던 차에 그냥드림코너를 알게 됐다.

박씨는 "아이들이 코로나19 때문에 학교, 학원도 못 가고 매일 집에만 있다. 끼니뿐 아니라 간식도 걱정됐는데 간식으로 먹을 새우튀김과 고구마말랭이도 같이 주셔서 요긴하게 쓸 것 같다"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혼자 사시는 엄마도 며칠 반찬 걱정 안 하셔도 되니까 마음이 놓인다"라고도 했다.

성남에 사는 친구 얘기를 듣고 광주(경기)에서 왔다는 정모(70·여)씨는 "생활에 보탬이 된다.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어려운 상황인데 이렇게 도움을 받으니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식료품. 2021.01.24. iambh@newsis.com


미리 포장해놓은 봉지에는 쌀1㎏, 국수 1.5㎏, 꽃게튀김, 조미김, 황태구이 통조림, 고구마말랭이, 냉동새우튀김, KF94 마스크 2개 등이 들어 있었다. 도내 기부자들과 경기도광역푸드뱅크로부터 기부받은 물품들이다.

직원들은 물품을 건넬 때마다 "도움이 필요하시면 거주지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하셔서 복지서비스 상담을 받아보세요"라고 안내했다.

직원 최수현(40·여)씨는 "지난주에 한 20대 청년이 먹거리를 받으면서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라고 말하는데 마음이 너무 짠했다. 코로나19로 알바도 못 하게 됐다는데 절박한 심정으로 어려운 걸음을 했구나 생각하니 울컥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 울타리 안에서 어려운 상황에 혜택을 받는 분들도 계시지만, 직장을 잃고 생계가 어렵지만 복지혜택을 못 받는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도 많다. 복지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사정의 분들이 더 많아져 안타깝다"라고도 했다.

또 "많은 분이 오시다 보니 더 챙겨드리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속상하다. 정해진 물품이 있지만, 더 필요한 분들에게 보탬이 되기 위해 갖고 있는 것을 최대한 드리려고 한다"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를 포함해 5명이 푸드마켓에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까지 운영하려니 일이 만만찮다. 물건을 받아 소분하고, 방문하는 도민들 안내까지 쉴 새 없이 바쁘지만, 직원들은 힘든 내색 하나 없이 도민들을 맞았다.

조해정 성남열린푸드마켓 점장은 "찾기도 쉽지 않은 이곳에 추위를 뚫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만큼 힘든 사람들이 많다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한편으로는 이렇게라도 도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마음의 허기가 커진 분들이 많아졌는데, 이곳에서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고 가시길 바란다"라고도 했다.

한편, 평택푸드마켓 2호점, 시립광명푸드뱅크마켓행복바구니 1호점에서도 '경가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가 운영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iamb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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