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암 소식, 헌혈 소중함 깨달았죠"..코로나19 속 선한 영향력

허단비 기자 2021. 1. 2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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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 상생이 희망] 딸들과 팔 걷어붙인 의용소방대원
지인들을 위해 헌혈증 모으기 시작한 119안전센터장

[편집자주]신축년 새해가 밝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짙은 그림자는 걷히지 않고 있다.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소중한 일상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위드코로나시대'. 뉴스1광주전남본부는 어려움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시민'들을 통해 희망을 찾아보고자 한다.

광주 북부소방서 의용소방대원 김태헌씨(가운데)가 두딸과 함께 헌혈에 동참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북부소방서 제공)2021.1.24/뉴스1 © News1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올해 꾸준히 헌혈에 동참해 제 큰딸을 따라잡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 건강관리도 더 열심히 해야겠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헌혈은 나를 지키는 일"이라며 참여를 독려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있다.

광주 북부소방서 의용소방대 동림지역대 김태헌 대원(49)과 북부소방서 임동119안전센터의 장재일 센터장(58)이다.

김태헌 대원은 얼마 전 두 딸과 함께 헌혈에 동참했다. 김씨는 화재나 응급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을 돕는 의용소방대 봉사를 해온 지 15년 된 베테랑 대원이다.

그는 "올해 가족들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헌혈 버스가 소방서로 찾아와 두 딸과 함께 뜻 깊은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원래는 세 딸과 함께 오려고 했는데 막내딸이 갑자기 열이 나서 함께 오지 못했다. 그래도 두 딸과 함께 혈액 수급에 힘을 보탤 수 있어서 기뻤다. 딸들과 함께 오니 '보기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 더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미 있는 일'을 생각하다 헌혈을 하게 됐지만 이번을 계기로 목표가 생겼다.

"큰 딸이 저보다 6번은 더 많이 했더라. 그래도 내가 살아온 날이 더 많은데 아빠로서 모범을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올해 목표는 큰딸을 따라잡아 우리 가족 헌혈 1등이 되는 거다."

김 대원은 "건강 관리를 잘해서 딸들보다 더 많이 헌혈에 참여하고 헌혈증도 기부하면서 좋은 가장의 모습을 보이고 싶다. 그러려면 건강 관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요즘 혈액 수급이 어렵다는 재난문자를 종종 받는데 가족과 함께 헌혈에 동참하는 문화가 확산하면 좋겠다. 가족 모두가 서로가 건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서 좋은 영향력을 받는 것 같다. 다음에는 막내까지 세 딸과 함께 오고 싶다"고 말했다.

두 딸과 나란히 헌혈증을 기부하고 나온 김 대원을 본 본 장재일 센터장도 "다음에는 아들과 함께 오겠다"며 이에 화답했다.

장재일 센터장은 "기회가 되면 아들을 데리고 또다시 헌혈 버스를 찾고 싶다. 딸들과 함께 헌혈하는 모습이 너무 부럽고 보기 좋다. 좋은 문화로 정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재인 센터장은 평소에도 헌혈에 정기적으로 동참했지만 얼마 전 가까운 지인의 백혈병 소식을 듣고 헌혈에 대한 중요성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광주 북부소방서 임동119안전센터 장재일 센터장이 헌혈에 참여하고 있다.(북부소방서 제공)2021.1.24/뉴스1 © News1

"얼마 전 가까운 친구의 부인이 백혈병으로 입원하고 얼마 전에는 아는 동생의 자녀가 백혈암이라는 소식을 듣게 됐다. 주변 사람들이 아프다는 소식을 자주 듣게 되자 헌혈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알게 됐다."

장 센터장은 "내가 막상 아픈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지만, 헌혈증으로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지 않나. 또 헌혈은 내가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다. 누군가를 도와줄 만큼 건강한 피를 가졌다는 증거가 되니 많은 이들이 주기적으로 헌혈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재일 센터장은 "'헌혈을 하러 가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자주 있으면 '아직 내가 건강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소방서에 근무하다 보니 내가 건강해야 다른 사람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대원들도 자신을 위해 헌혈을 가까이하면 좋겠다"고 독려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혈액보유량은 관심(5일분 미만), 주의(3일분 미만), 적정보유(5일분 이상)로 나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에는 3일분 미만인 '주의'단계가 단 이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3일까지 6배 이상 늘었다.

당국은 혈액보유량이 3일 미만으로 떨어지기 전에 헌혈 참여 문자 발송이나 재난문자,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지난해는 1년 중 73.5%인 269일 동안 헌혈 프로모션이 진행됐다. 거의 상시로 프로모션이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코로나19로 헌혈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평년과 같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김태헌 대원과 장재일 센터장의 '가족과 함께', '내 건강을 확인하기 위해' 참여하는 헌혈은 의미가 크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보다 헌혈을 통해 지속해서 자신의 건강을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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