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마트-B마트, 골목상권 침해인가 틈새 공략인가

이성웅 입력 2021. 1. 24. 09:31 수정 2021. 1. 2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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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마트, 론칭 1년 채 안돼 매출 10배 증가
요기요도 '요마트' 선보이며 소매 유통 시장 공략 나서
편의점업계·점주 "상도의 어긋나..불공정 경쟁"
요기요 "편의점과 상품군 달라..차별 아닌 차이"

[이데일리 이성웅 김무연 기자] “장사 잘되니까 건물주가 나가라고 한 뒤 똑같은 장사를 하는 격이다.”

‘배달의민족’의 ‘B마트’, ‘요기요’의 ‘요마트’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자체 소매 유통사업을 두고 편의점 업계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배달앱 소매 유통 서비스가 등장한 이후 편의점 배달 매출이 급감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특히 배달의민족보다 시중 편의점을 입점하는 상태로 서비스를 운영 중인 요기요에 비난이 거센 상황이다. 요기요 측은 카테고리(상품군)에 차별화를 두고 상권별 특성에 맞춘 상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편의점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입장이지만 편의점 업계에선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 꼬집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달 앱 소매 유통 서비스는 매출이 급증한 반편 편의점 배달 매출은 감소하는 모습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서 B마트는 2020년 8월 기준 매출이 서비스를 론칭한 2019년 11월보다 963.3% 증가했다.

반면 서울 지역 편의점의 배달 매출은 급감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 자료에서 A 편의점 운영업체의 배달 서비스 운영 점포는 지난해 8월 기준 942곳으로 전년 11월 대비 61.8% 늘었지만, 평균 주문액은 오히려 48% 줄었다.

2019년 11월 출범한 B마트는 직매입한 생활필수품을 직매입해 배달하는 서비스로 주로 편의점과 취급하는 상품이 겹친다. 요기요도 지난해 9월 비슷한 형태의 요마트를 선보였다. B마트는 우아한형제들이 직접 운영하지만 요마트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자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스토어스코리아에서 운영하고 있다.

요마트는 도심형 물류거점에서 30분 내 고속배달이 가능하다. 요마트는 서울 강남점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송파, 도곡, 관악, 영등포 등으로 배달 거점을 늘려가고 있다. 향후 지속적으로 서비스 가능 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라스트마일 시장’(고객과 가장 근접한 시장)에서까지 배달 앱들이 영역을 넓히자 편의점주들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입점할 때부터 영업일 수와 영업시간, 판매 품목 등 여러 제한을 받고 상생협력평가까지 받지만 B마트와 요마트는 아무런 규제가 없어 사실상 ‘특혜’를 받는 것과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계상혁 편의점가맹주협회 회장은 “(요기요의 경우)처음에 편의점 배달 서비스를 열어서 편의점주들이 이를 이용하도록 해놓고는 자체 서비스를 오픈했다”며 “카드 수수료에 결제 대행 수수료, 앱 수수료까지 나가는 상황이지만 배달을 안 할 수도 없다. 소상공인 전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가맹점주들뿐만 아니라 편의점업계에서도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편의점 운영사 관계자는 “편의점 배달이 짧은 시간에 활성화했는데 핵심 상권 분석이 끝나자 자체 서비스를 출범해 점주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상품도 중복되고 앱 노출이나 배달 시간에서도 일반 편의점에 불공정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편의점 대기업 관계자는 B마트, 요마트의 등장으로 편의점 배달 매출이 줄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요마트 출범 이후 강남 인근 매장의 배달 매출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법적으론 요기요가 편의점 배달 대행으로 모은 데이터를 사업에 사용할 순 없지만 해당 건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강신봉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에 대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다루는 상품을 모두 다룰 수도 없고 브랜드 등 겹치는 것이 많지 않다”며 “예를 들어 강남권에선 고급 식재료나 향신료를 취급하는 등 수요가 많지 않아 일반 편의점에선 안 팔거나 못 파는 상품들을 중심으로 취급하려고 한다”고 반박했다. 또 “론칭 초기엔 상단 배너에 요마트를 노출하자 편의점업계에서 반발이 있어서 서비스 노출을 조정했음에도 불만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배달 시간에 대해서도 요마트는 자체 배달원이 배달하지만, 일반 편의점 배달은 대행업체가 맡다 보니 시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B마트나 요마트와 같은 서비스의 등장이 편의점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히려 편의점 점포의 과도한 출점 경쟁이 점포 당 매출 감소의 원인이라는 시각이다.

GS25는 지난해 말 가맹점 수가 1만 3818개로 가맹점 수 기준 편의점 업계 1위다. BGF리테일의 CU에 밀려 만년 2위였지만, 지난해 1위로 올라섰다. 그 사이 가맹점 면적(3.3㎡)당 평균 연 매출은 2018년 3129만원에서 2019년 3061만원으로 줄었다. CU 역시 같은 기간 가맹점은 690개 늘었지만, 매출은 2694만원에서 2651만원으로 감소했다.

이성웅 (saint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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