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리포트] 코로나 백신, 어떤 종류가 더 강한가

고규영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단장 2021. 1. 2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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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난해에 이어 사스코로바이러스-2(SARS-CoV-2)의 과학적 이해와 극복 방안 모색을 위한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를 연재합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최근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이러스 변이와 백신‧치료제 개발 관련 연구동향과 쟁점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IBS 과학자들과 국내 전문가들이 전달하는 최전선의 지식과 정보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종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전 세계 과학매체들은 2020년 최고의 과학 성과로 코로나 백신을 꼽았다./사이언스

인체는 감염병 회복 후 ‘면역학적 기억’을 통해 향후 병원체의 침입에 대항할 수 있는 면역을 얻는다. 꼭 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백신을 이용하면 면역기능을 학습시킬 수 있다.

백신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해당 병원체에 대한 감염병을 일으키지 않아야한다. 면역 ‘선행학습’을 위한 백신이 감염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둘째, 병원체를 중화시키거나 억제하는 항체가 형질세포(B 림프구가 변형되어 면역 항체를 만드는 특수한 세포)에서 생성되도록 하고, 병원체를 공격하는 T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이 두 조건의 유도를 위해 기존 백신은 병원체를 약화‧변형‧불활성화하거나 일부만 활용하여 감염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백신 개발 전략도 훨씬 다양해졌다. 병원체의 항원 조각만을 사용하거나, 이번 개발된 코로나19 백신들처럼 ‘항원 설계도’에 해당하는 mRNA(전령RNA)나 바이러스벡터를 백신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는 코로나19 과학 리포트 2 Vol.3에서도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이처럼 오늘날에는 질병의 특징, 면역 양상, 개발의 편의성 등에 따라 다양한 백신이 사용된다. 이는 기초과학이 그만큼 많은 발전을 이룬 덕분이다. 특히 인류 역사에 전환점이 된 코로나19 백신을 계기로, 앞으로 기존 한계를 넘어서는 백신의 개발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다양한 백신의 종류와 현재 상용화되었거나 임상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백신은 면역 선행학습을 위해 사용된 항원 및 물질의 종류에 따라 약독화생백신, 사백신, 아단위단백질백신, 바이러스유사입자백신, 톡소이드백신, DNA 및 mRNA 백신, 바이러스벡터백신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백신은 면역 선행학습을 위해 사용된 항원 및 물질의 종류에 따라 약독화생백신, 사백신, 아단위단백질백신, 바이러스유사입자백신, 톡소이드백신, DNA 및 mRNA 백신, 바이러스벡터백신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IBS

◇약독화생백신(Live Attenuated Vaccine)

약독화생백신의 성분은 변형되거나 병원성을 약화시킨 살아있는 병원체이다. 변형된 병원체는 인체에 투여되어도 질병을 일으키지 않거나, 제한된 감염과 가벼운 증상만을 유발한다. 바이러스보다는 박테리아의 백신을 만들 때 주로 사용된다. 자연 감염과 메커니즘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강력하고, 오래 지속되는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홍역,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 풍진, 로타바이러스, 천연두, 수두, 황열 같은 질병들에 약독화생백신이 사용되고 있다. 코로나19를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는 약독화생백신은 없다.

◇사백신(Inactivated Vaccine)

사백신은 열, 방사선, 포름알데히드와 같은 화학물질로 증식이 불가능하도록 비활성화 시킨(혹은 죽인) 병원체를 사용한다. 따라서 백신을 주입한다고 해도 질병을 일으키거나 활성화되지 못한다. 생백신과 달리 살아있는 병원체를 사용하지 않아 안정성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면역반응과 짧은 지속 기간을 갖는다. 이 때문에 백신의 효과를 증진시키고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번 접종하기도 한다. A형 간염, 독감, 소아마비, 광견병과 같은 질병들에 사백신이 사용된다.

중국 국유 제약회사인 시노팜우한과 시노팜베이징, 시노백이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이 사백신에 해당하며 현재 임상 3상중이다. 현재 중국에서만 제한적으로 접종되고 있다. 브라질에서 약 1만2000명 대상의 임상 3상 시험에서 78%의 예방 효능을 보였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과학적 증거가 공개되지 않아 아직은 효능을 판단하기는 이르다. 또한 인도가 독자적으로 개발 및 접종하여 높은 예방효과를 보았다는 보도들도 있지만, 통계와 증거들이 여전히 불분명하다.

◇아단위단백질백신(Protein Subunit Vaccine)

생백신과 사백신이 병원체 전부를 이용한다면, 아단위단백질백신은 병원체의 껍데기나 세포막을 구성하는 특정 단백질 조각(펩타이드), 다당류 등을 주요 성분으로 삼는다. 이때 사용되는 단백질은 대체로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대량생산하여 정제한다. 아단위단백질백신은 부작용이 적고 안전하지만, 낮은 면역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면역증강제(adjuvant)를 함께 투여하여 높은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인플루엔자, 백일해, 말라리아 백신 등에 사용된다.

국내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고,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아단위단백질백신에 해당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단백질만을 항원으로 이용해 백신을 개발했다. 해외에서는 미국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NVX-CoV2373’이 아단위단백질백신이다. 현재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으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NVX-CoV2373은 식물 유래 사포닌으로 둘러싸여 있어 알레르기 반응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이러스유사입자백신(VLP, Virus Like Particle)

바이러스유사입자는 유전정보 없이 바이러스의 외부 단백질 껍데기로만 이뤄진 입자를 말한다. 일부 바이러스 단백질들은 자발적으로 조립하여 원 바이러스와 유사한 구조의 바이러스유사입자를 형성하는데, 바이러스 유전물질이 없기 때문에 감염과 증식이 불가능하다. 가장 잘 알려진 바이러스유사입자백신은 인체유두종바이러스(HPV)를 대상으로 하는 자궁경부암백신(서바릭스, 가다실)이 있다.

◇톡소이드백신(Toxoid Vaccine)

어떤 박테리아는 박테리아 그 자체가 아닌 박테리아가 생성된 독소가 질병을 일으킨다. 따라서 독소에 대한 면역이 형성되면 질병의 예방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사백신처럼 이들 독소(toxin)를 열과 화학물질을 이용해 불활성화 시킨 것을 톡소이드(toxoid) 혹은 변성독소라고 부른다. 톡소이드는 독소와 달리 질병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파상풍과 디프테리아 백신이 대표적인 톡소이드백신이다.

◇DNA백신과 mRNA백신

DNA백신, mRNA백신과 같은 핵산(nucleic acid)백신은 병원체의 항원에 해당하는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물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백신 투여를 통해 유전물질 정보가 인체로 주입되면, 세포 안에서 해당 병원체의 항원 단백질로 합성된다. 즉, 병원체의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설계도 역할을 하는 것이다. 병원체를 이루는 단백질 구성에서 좋은 항원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선택하고, 그 부분의 유전정보를 담은 DNA나 mRNA를 매개체를 이용해 전달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은 기존 백신에 비해 ▲개발 기간이 짧고, ▲장기간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으며 ▲DNA나 mRNA 합성이 쉽기 때문에 백신 생산 역시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DNA백신은 원형 구조를 가진 플라스미드(Plasmid)를 이용한다. 플라스미드에 생산하고자하는 항원에 해당하는 염기서열 삽입 후, 박테리아에서 대량 증폭해 정제한 후 인체에 투여한다. 플라스미드 DNA는 인체 조직을 이루는 세포의 핵 안으로 들어가 전사라는 과정을 거쳐 mRNA가 된다. 핵에서 세포질로 이동한 mRNA는 리보솜에서 염기서열에 따라 아미노산으로 번역되어 항원 단백질을 생합성한다.

즉 병원균의 항원을 직접 투여하지 않았지만, 유전물질을 이용해 세포 안에서 생합성함으로써 투여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25년 전부터 개발되어 왔지만 현재까지는 동물들을 대상으로 한 DNA백신만이 상용화됐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백신들은 아직 임상시험 중이다. 투여된 개체에서 항원이 적게 생산되어, 면역반응 및 예방 효능이 낮다는 단점이 지적된다. 국내에서는 진원생명과학(임상 1/2a상), 제넥신, 이노비오-국제백신연구소가 이 방법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DNA백신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 mRNA로 전사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 자체를 생략한 것이 mRNA백신의 개념이다. 지금까지는 mRNA의 구조적 안정성이 DNA에 비해 매우 취약해 빠르게 분해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RNA에 대한 생‧물리‧화학적 이해 증진과 유전공학의 발달이 이를 해결했다. 염기의 다양한 변형을 통해 mRNA의 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다.

mRNA 백신은 15년 전부터 연구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그동안 임상시험의 성공 사례가 없어 개념 입증이 되지 않았다. 화이자의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으로 많은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후속 리포트를 통해 자세히 다룰 것이다.

DNA백신과 mRNA백신이 단백질 항원이 되려면 세포 안의 생합성 기능을 이용해야 한다. 따라서 DNA 백신은 세포 안의 핵으로 삽입돼야 하고, mRNA 백신은 세포질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현재 이들 백신을 각각 세포핵과 세포질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이 활발히 연구 중이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지질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를 이용했다. 지질나노입자 구성에 대한 중요한 노하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질나노입자 구성 성분인 폴리에틸렌 글리콜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알레르기 반응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바이러스벡터백신(Virus Vector Vaccine)

바이러스벡터백신은 병원체의 항원 유전정보를 병원체와는 다른 종류의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 혹은 렌티바이러스(lentivirus)의 껍질로 포장(벡터)하여 전달하는 방식이다. 즉, 백신의 겉(벡터)과 속(항원 유전자)이 원래 병원체와 다르다. 이때 사용되는 바이러스 벡터는 복제가 불가능하며, 병원성도 없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이 대표 사례이다. 이 백신은 침팬지의 아데노바이러스를 변형한 벡터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스파이크단백질에 해당하는 유전자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해 현재 러시아 가말레야, 중국 캔시노, 미국 존슨앤드존슨(임상 3상) 그리고 국내에서 셀리드-LG화학(임상 1상) 등 다양한 회사들이 바이러스벡터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이는 60~90%의 예방효과가 있다는 보고들이 있다.

◇향후 접종도 올바로 판단해야

지금까지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중 mRNA백신이 최고의 예방 효과와 안정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른 종류의 코로나19 백신 효능도 상당히 높다는 중간결과들이 있어 추가적인 분석을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다. 부작용, 비용, 이동 및 보관 방법, 항체 지속기간, 변종에 대한 효율 등의 모든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백신이 무엇인지 판단하려면 족히 2~3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 개발 상황이 이러함에도, 섣부른 의견이나 판단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예컨대 벌써부터 접종 간격, 횟수, 용량에 대해 각국의 사정에 따라 융통성을 갖자는 의견이 나온다. 이 경우 최상의 예방 효과를 가질 수 없음을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다른 백신 접종을 통해 간접효과를 보자는 의견도 있다. 이미 첨단의생명과학 기술로 개발한 targeted 백신과 임상 3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코로나19 백신들이 연내 우리 모두에게 접종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백신을 투여 받을 이유가 없다. 일부 의료집단에서는 접종 거부를 한다는데 그 이유가 합리적이지 않다. 부작용 없는 백신은 없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에는 약 10년의 시간과 5조 원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된다. 중국에서 첫 코로나19 환자의 보고 이후, 2020년 1월 1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염기서열이 밝혀졌다. 모더나는 바이러스 염기서열 규명 이후 항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부분의 염기서열을 골라냈다. 그리고 2일 만에 mRNA-1273 백신의 염기서열을 결정하고, 백신 개발에 도입했다. 임상시험에 진입한 건 염기서열이 밝혀진지 63일만의 일이다.

2020년 12월 11일 화이자의 백신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아 처음으로 사용이 허가됐다. 약 11개월 만에 인류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무기를 손에 넣은 것이다. 과거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의 사스(SARS) 백신후보물질은 임상 1상 진입에만 20개월이 걸렸다. 이를 감안하면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전례 없는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글로벌 제약사가 백신 개발에 적극적인 이유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백신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다. 한 마디로 수지맞는 장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존 백신은 개발 위험과 비용이 높은 반면, 대부분 수요가 재정 부담능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치우쳐 있었다. 이는 개발된 백신에 높은 가격을 책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윤리적 제약으로 작용했다. 또한 전염병 특성상 개인당 1~2회 수요만 있을 뿐이었다. 요컨대 시장 구조 상 투자 대비 수익이 창출되기 어려웠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우선 백신 개발에 총 15조 원(전 세계 국가 9조4472억 원, 비영리 단체 2조1801억 원, 글로벌 제약회사 3조7789억 원 등)이 넘는 거대 자본이 투입됐다. 현재 개발 중인 비용까지 합하면 20-30조 원을 훨씬 상회할 것이다. ‘팬데믹’ 개념이 함의하듯 전 인류를 대상으로 한 백신 수요가 생겨났다. 또한 1~3상 임상시험을 동시 병행하며 개발시간을 줄이고, 각국의 백신 관리 및 승인 기관들도 허가 단계와 과정을 전례 없이 축소했다. 특히 2020년 5월 15일 미국 정부는 초고속작전(Operation Wrap Speed)을 통해 백신 개발‧배포‧접종에 대한 무제한의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시행했고, 그 결실을 보았다. 마지막으로 mRNA백신과 같은 혁신적 개념의 백신까지 등장하며 기존 과학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과학자와 전문의들은 차세대 백신 개발을 위해 ▲부작용 최소화, ▲플라시보 없는 임상 3상 시험(플라시보 시험 대상자에 대한 윤리적 문제), ▲현지 생산을 통한 신속한 제조‧공급, ▲안전하고 편리한 보관‧수송, ▲변종에 대한 백신 변형 생산‧제조의 승인절차 간소화, ▲범용 백신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백신 개발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가 처음부터 한 자리에 모여 방향을 정하고, 추진해 나가야 성공적인 백신 개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IBS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험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선진국들의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단기간에 감염병 백신을 개발하려면 ①원천기술과 지식을 갖춘 대학과 연구소의 과학자, ②백신 개발‧생산‧임상시험 경험이 있는 제약회사, ③백신개발 관리 및 승인 책임이 있는 질병관리청, ④임상 3상 시험을 시행‧분석할 수 있는 감염병 전문의료진, ⑤정부 및 범부처 지원단 등이 첫 단계부터 함께 방향을 정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즉 산·학·연·관의 유기적 연계가 중요하며, 특히 대규모 임상에 대한 재정 지원은 필수다. 위 주체들 중 하나라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면, 미국과 유럽의 백신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개발되지 못했을 것이다.

국내 제약 및 벤처회사, 연구소, 대학들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현재 임상 1상 혹은 1/2a상에 머물러 있다. 그간 백신 생산 및 상용화 체계는 갖추었지만,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백신 개발과 임상시험 경험, 그리고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앞서 언급한 주체들이 모여 백신 개발 과정을 함께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종합적 백신 개발 체계를 구축하고, 기술과 경험의 축적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무엇보다 컨트롤타워의 확립과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다. 백신 개발의 컨트롤타워가 백신 후보물질 발굴부터 전임상, 임상, 생산까지의 전 과정을 지원 및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전염병은 필연적으로 인류에게 다시 도전해온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 하나, 전장에서 두 번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반면교사 삼아 제대로 다음 전쟁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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