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참모총장-주임원사 충돌로 부각된 부사관, 그들의 고충

박대로 입력 2021. 1. 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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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임원사, 육군 참모총장 국가인권위 제소
대부분의 장교와 부사관, 부대서 상호존중
다양하고도 막중한 임무 수행 전투력 중추
국방개혁 2.0 따라 부사관 규모·역할 증대
군 부적응, 열악한 처우, 고용 불안정 우려
부사관들 스트레스 저감과 고용 안정 필요
[서울=뉴시스] 21일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거행된 13·14대 육군 주임원사 임무교대식에서 신임 강필수(왼쪽) 주임원사와 전임 김채식 주임원사가 경례하고 있다. 2021.01.21. (사진=육군 제공)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일선 육군 주임원사가 육군 참모총장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면서 군 안팎에 파장이 일고 있다. 하급 간부인 부사관이 4성 장군이자 국군에서 합동참모본부 의장에 이어 의전 서열 2위인 육군 참모총장을 대놓고 공격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남영신 육군 참모총장이 지난달 12월21일 주임원사들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한 발언이 이번 사건의 시작이었다. 남 총장은 "나이 어린 장교가 나이 많은 부사관에게 반말로 명령을 지시했을 때 왜 반말로 하냐고 접근하는 것은 군대 문화에 있어서는 안 된다"며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 쓰는 문화, 그것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주임원사 일부는 국가인권위에 남 총장의 발언에 대해 진정을 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남 총장이 장교는 부사관에게 반말을 해도 된다고 말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해군교육사령부는 오는 15일까지 부대 내 야전교육훈련대대에서 제270기 해군 부사관후보생 야전교육훈련을 실시한다고 13일 밝혔다. 해군 부사관후보생이 야전교육훈련 중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해군교육사령부 제공) 2021.01.13. photo@newsis.com

이후 이 사건은 장교와 부사관 간 갈등으로 비화됐다. 비난의 화살은 대부분 부사관들을 향했다. 부사관들의 하극상 사례가 재조명됐으며 기강이 무너진 '당나라 군대'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극단적인 사례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장교가 부사관에게 반말을 하지 않고 있으며 부사관들도 지휘관인 장교의 지시를 잘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부사관들은 외부의 시선에 비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사관은 전투지휘자, 전투기술자, 기능 분야 전문가, 부대전통 계승자 등 다양하고도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는 군 전투력 발휘의 중추다.

[서울=뉴시스]전국이 영하권인 맹추위 속에 7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교육사령부 전투수영훈련장에서 제270기 부사관후보생이 전투수영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2021.01.07. (사진=해군교육사령부 제공) photo@newsis.com

부사관은 전투행정과 기술 등 부문에서 숙달된 군인이다. 부사관은 부대의 전통을 유지하고 명예를 지키는 간부로서 맡은 바 직무에 정통하고, 병사들의 법규준수와 명령이행을 감독하고, 교육훈련과 내무생활을 지도한다. 병사의 신상을 파악해 선도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며, 각종 장비와 보급품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것 역시 부사관의 임무다.

부사관들은 6·25전쟁 당시 많은 전과를 올렸다. 1962년 하사·중사·상사 3단계로 구분되는 현재의 부사관 계급 체계가 갖춰졌다. 1994년에 최상위 계급인 원사를 추가해 4단계가 됐다. 2011년 부사관 역할이 재정립됐다. 병 지휘, 교육훈련, 군기유지·부대관리, 지휘관·장교 임무 지원·보좌가 부사관의 임무로 명시됐다.

[서울=뉴시스]김정우(오른쪽) 특전사 주임원사가 29일 경기 광주시 오포읍 매산리 특수전학교에서 첫 강하에 임하는 특전부사관후보생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육군 제공) 2020.01.29. photo@newsis.com

부사관 병력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군은 저출생 추세에 따라 군 조직을 간부 위주로 정예화하기 위해 부사관을 2005년 말 9만7000여명에서 2018년 말 12만7000여명으로 3만명 증원했다. 현재 전체 병력 60만명 중 부사관은 약 21%다. 2022년 병력이 5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면 부사관 비율은 25%까지 올라간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개혁 2.0 정책에 따라 부사관의 비중은 더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2018년 3월 병 복무시간을 18개월로 단축하는 대신 숙련도가 요구되는 분야에 부사관을 배치하고 있다.

이처럼 부사관이 군의 핵심 인적자원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사회적 관심과 처우는 미흡하다. 부사관은 타 직업 종사자들에 비해 폐쇄적이고 공간적으로도 격리돼있는 특수한 조직인 군에 근무하면서 때로는 임무 수행 중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열악한 근무여건에 비해 대우는 좋지 못한 편이다. 이 때문에 부사관은 비선호직업 중의 하나로 평가된다.

[진주=뉴시스] 공군교육사령부에서 열린 제238기 공군 부사관 후보생 임관식에서 신임 하사들이 경례를 하고있다.(사진=공군교육사령부 제공) 2020.12.30.photo@newsis.com

부사관의 군 부적응 문제가 심각하다. 초급 부사관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대학교 재학 혹은 졸업 후 지원해 임관한 인원들이다. 이들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다가 통제된 군의 특수한 명령체계 하에서 직접 병사들을 통솔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직무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초급 부사관인 중·하사는 20대 초중반임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의 리더로서 부하들로부터 존경받으면서 지도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참고 견디는 일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실제 능력·경험과 직책에 요구되는 자질 간 차이를 인식하는 부사관은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부사관 처우는 열악하다. 부사관은 장교나 타 직렬 공무원에 비해 급여 수준이 낮고 사회적인 평판 또한 높지 않다.

[서울=뉴시스] 병 복무 중 임기제 부사관으로 임관한 국군지휘통신사령부 50대대 조민철(가운데) 하사가 부대 용사들에게 상용위성차량과 장비에 대해 교육하는 모습. 2021.01.18. (사진=국군지휘통신사령부 제공)

특히 육군 부사관의 보수는 타 직렬인 경찰, 소방, 일반직 공무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육군 부사관의 근무 여건은 해군·공군과 비교해도 열악하다. 게다가 경찰과 소방, 일반직 공무원, 해군과 공군 부사관은 도시를 중심으로 근무하는 반면 육군 부사관의 근무지는 대부분 최전방과 해안 등 격오지에 있다.

아울러 부사관은 타 직렬의 공무원들과는 달리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 임관 후 복무를 연장하고 장기복무선발 전형에 합격해야 장기간 군에서 복무할 수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부사관으로 임관해 초급 부사관이 되면 복무기간은 최초 4년까지고 추가로 최대 3년까지만 연장할 수 있다. 장기복무심사에서 탈락하게 되면 복무기간은 7년으로 끝난다. 임관한 부사관 중 약 60~70%가 다시 사회로 진출해야 하는 것이다. 육군의 경우 2018년 기준 임관 인원 대비 장기복무 선발자가 약 40%에 그쳤다.

부사관 입대 이후 수행하는 업무가 전역 이후 재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크다. 육군의 경우 전투특기 위주로 편성돼 사회와의 호환성이 낮아 재취업에 불리할 수 있다.

【수원=뉴시스】이정선 기자 = 해병대 부사관 학군단 창설식이 열린 27일 오후 경기도 여주대학교 용마체육관에서 후보생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2015.08.27.ppljs@newsis.com

전문가들은 부사관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자영 한양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부사관의 직무스트레스와 소진간의 관계: 동료 지지와 정서적 안정성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논문에서 "부사관은 정년불안정, 관심 병사 관리에 대한 부담감, 낮은 사회적 인식 등의 이유로 직무스트레스가 높다"며 "이러한 높은 직무스트레스는 소진(burnout)을 야기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부사관은 직무스트레스가 과도할 경우 정서적으로 탈진되고, 일에 대해 냉담해지며, 성취감이 저하되는 소진을 경험한다"면서 "부사관의 소진은 우울, 이직 의도, 그리고 조직시민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재엽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군 초급 부사관의 직무불안정성과 우울의 관계: 사회적 유대감의 조절효과 검증' 논문에서 "초급 부사관의 직무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제언으로서 정년제도와 장기 복무심사의 변화와 함께 사회적응지원사업의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현재 부사관의 정년 제도는 장기 복무심사에서 탈락하게 될 경우 최대 7년의 복무 기간만을 보장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군의 전투력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사관의 위치를 감안했을 때 턱없이 짧은 기간이다. 숙련된 구성원의 이직은 조직의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사관으로 임관한 인원 중 30%정도만이 진급이 되는 현실에서 의무복무기간을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장기복무심사를 실시해 초급 부사관의 직무불안정성을 더욱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장기복무심사를 의무복무기간 2~3년차 정도로 실시하도록 앞당겨 심사에서 탈락한 인원들이 자격증이나 학점은행 이수 등을 활용해 사회 복귀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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