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기생충 부러웠나?..'김치공정' 중국의 속내 [연예 마켓+]

김소연 2021. 1. 2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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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금지된 유튜브, 한국 콘텐츠
중국 OTT 아이치이, 공격적인 투자
김치·쌈 문화 "중국 것" 우기는 중국 유튜버
"한국에 문화 주도권 뺏기는 위협감"
방탄소년단,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출연진/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CJ ENM 제공
"요즘은 세계 어딜가도 방탄소년단, '기생충' 얘길 하니, 문화 콘텐츠의 주도권이 한국으로 넘어갔다고 생각하는 거죠. 한국 콘텐츠의 성장에 위협감을 느끼고 쫄았나봐요."

- 서경덕 교수


'K-콘텐츠'에 대한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한국 문화의 원조는 우리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 땅에 있었던 국가들의 역사를 모두 자신의 것을 부속시키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빗대 '김치공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중국 본토에서 볼 수 없는 유튜브,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까지 중국 자본이 쏟아지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2016년 7월 한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 재배치에 항의해 한국 내 한국 콘텐츠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는까지 막았던 중국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중문화계 중국 자금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중국 내에선 상영할 수 없음에도 국내 드라마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PPL을 한다. 한한령 이후 "정식으로 구매할 수 없다"면서 한국 콘텐츠를 무단으로 베끼던 중국은 한국 아이돌로 활동 중인 외국인 멤버들의 출연은 허용하면서 '조선족은 중국의 소수 민족 중 하나'라는 체제 선전에도 이용하고 있다. 
 

  "쌈, 김치는 한국음식이라 했다…"

"김치는 한국음식"이라고 했다가 중국 회사와 계약이 해지된 유튜버 햄지/사진=햄지 유튜브 영상 캡처


최근 한국의 유명 '먹방' 유튜버 햄지는 중국 에이전시에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중국 에이전시 측은 햄지에 대해 "중국을 모독하는 행동을 했다"며 "이를 단호히 반대하며 우리와 계약한 외국 블로거가 중국을 모독하는 건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햄지는 중국 회사와 계약이 해지되기 전 쌈밥을 먹는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에 "중국 '놈'들이 요즘 쌈이 자기네들 거라고 주장하는데, 속이 시원하다"는 댓글이 달렸고, 심한 모욕이나 욕설이 아닌 이상 '좋아요'를 눌러주던 햄지가 해당 댓글에 '좋아요'를 눌러 중국 내에서 논란이 됐다. 

이후 햄지는 "번역 과정에서 '놈'이라는 말이 욕설로 들릴 수 있다는 걸 알았고, 이로 인해 상처받을 수 있는 분들에게는 사과한다"면서도 "김치, 쌈은 한국음식인데 이게 논란이 되는 것자체를 이해 못하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이 발끈한 것. 

중국 내에선 원칙적으로 유튜브 재생이 불가하다. 중국의 유튜브로 불리는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에도 햄지의 영상이 올라갔는데, 논란 이후 모든 영상이 삭제됐다. 
 

 중국의 '김치공정'

김치는 한국의 전통 음식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음식을 소개하는 중국 국적 유튜브가 김치를 담구는 모습을 보여주며 '중국음식'이라는 해시태그를 다는가 하면, 지난해 11월 중국 쓰촨(四川) 지방의 염장 채소인 파오차이(泡菜)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표준인증을 받은 것을 중국 환구시보가 한국 김치와 연결하며 '김치 종주국의 치욕'이라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관영 매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진행된 정례 브리핑에서 김치를 둘러싼 한중 외교  논란에 대해 "파오차이는 절인 발효식품의 일종으로 일부 소수의 몇 개 나라와 지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중국에는 파오차이가 있고 한반도와 중국의 조선족은 모두 김치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사실상 김치와 파오차이가 같다는 발언을 한 것. 

뿐만 아니라 한복을 명나라 전통 복식인 '한푸'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생 야채에 구운 고기를 싸먹는 쌈 문화까지 "중국 전통 문화"라고 주장하는 콘텐츠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못보는 한국 드라마 만드는 차이나머니

대한민국 서울의 편의점에서 여고생들이 중국의 마라샹궈를 먹는 모습/사진=tvN 수목드라마 '여신강림' 영상 캡처


서울 한복판에 홍등, 편의점에서 '직구'로나 살 수 있는 마라샹궈 레토르트 음식을 먹는 여고생, 국내 정식 서비스도 하지 않는 중국 쇼핑몰 광고판 등 tvN '여신강림'의 중국 제품 PPL을 두고 말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의 성공으로 중 국 내 주요 플랫폼으로 성장한 중국 OTT 아이치이는 전지현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김은희 작가, 이응복 감독의 신작 '지리산' 판권을 구매했고, 첫 오리지널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도 tvN 동시 방영이 확정됐다. 

한한령이 해제되지 않은 만큼 합법적으로 중국 내에서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VPN을 통해 우회 접속하거나, 실시간으로 불법 녹화된 동영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봐야 한다. 

중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방영이 불가능한 콘텐츠에 대규모의 중국 자본이 투자되는 것에 대해 관계자들은 "중국 시장이 아니라 중국 플랫폼을 통해 소개될 한국의 콘텐츠로 돈을 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아이치이는 중국용과 별도로 국제판 OTT를 출시한 상태로, 현재 한국에서는 국제판을 통해 한국어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중국 돈 먹다가 탈나면…"

중국이 한쪽으로는 한국 전통 문화 콘텐츠와 관련해 억지 주장을 펼치고, 다른 한쪽으로는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것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회, 문화적으로 예민한 사안이라도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제대로 된 해명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중국은 경제 성장과 함께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함께 진행해 왔다. 홍콩과 대만 등 중화권 뿐 아니라 할리우드까지 전방위로 중국 자본이 흘러갔다. 

지난해 개봉한 디즈니 영화 '뮬란'이 중국 정부의 신장위구르 탄압을 정당화하고, 인권탄압을 자행한 단체에 "감사하다"는 엔딩 크레딧까지 넣으며 세계적으로 비판을 받았다. 당시 톰 코튼 아칸소주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디즈니가 중국의 현금에 중독됐다"는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의 김치 광고/사진=서경덕 교수 제공


뉴욕타임즈에 '김치 광고'를 게재한 한국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대거 등장하고 있는 콘텐츠 외에 중국 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발언 등만 보더라도 중국 정부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정황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20년 전만 해도 동양인을 보면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라고 물었다면, 요즘은 한국 문화 콘텐츠 얘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성장에 중국이 '문화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위협감을 느끼는 거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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