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직격탄 영호남 대학..무엇이 문제인가?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 2021. 1. 24.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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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의 입시 리포트]

(서울=뉴스1)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 = 2021학년도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마무리된 후 학령인구 감소로 비수도권 대학 경쟁률이 급격하게 감소했고, 특히 영호남 소재 대학의 타격이 컸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수도권에서 먼 지역 소재 대학들이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다 맞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대학 경쟁률 감소 현상에 대해 교육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수도권 대학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 등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다. 해결책 이전에 지방대학들의 문제점은 없었는지 '대학알리미'에 나타난 통계자료를 통해 살펴보도록 한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20학년도 전국 4년제 사립대 자료를 보면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전국 평균보다 높은 지역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밖에 없다. 제일 낮은 지역은 호남권이며 충청권, 영남권, 강원권 순으로 낮다.

호남과 영남 소재 대학들의 지표가 낮다.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각 대학의 교육투자 지표로 이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그 대학의 발전가능성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투자가 감소하면 학생들은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호남 소재 대학 중 2개 대학을 제외하고 모든 대학이 전국 평균 이하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제일 높은 A대학의 경우 2021학년도 정시 경쟁률이 2.14대 1에 불과하다.

영남 소재 31개 사립대학은 4개 대학을 제외하고 모든 대학이 전국 평균 이하다.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제일 높은 B대학의 경우 정시모집을 실시하지 않고, 2위인 C대학의 경우 2.2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영호남권 소재 대학 중 교육비 투자를 많이 한 대학이라도 학생들의 관심 밖이라고 볼 수 있다.

전국 재학생 1인당 장학금 평균보다 높은 혜택을 주는 지역은 충청, 호남, 영남 순이다. 영남과 호남 소재 대학들이 장학금 혜택을 많이 주는 편이다.

영남 소재 대학 중 1인당 장학금이 제일 높은 B대학은 정시모집을 실시하지 않고 그 다음인 D대학은 2021학년도 정시 경쟁률을 발표하지 않았다. 2020학년도 정시 경쟁률은 3.12대 1이었다.

호남 소재 대학 중 장학금이 제일 높은 E대학의 2021학년도 정시 경쟁률은 1.33대 1이었다. 두 지역 소재 대학 중 장학금을 제일 많이 주는 대학의 경쟁률이 미발표이거나 2대 1 미만이다.

장학금 혜택도 신입생들에게는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것.

전국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평균 23.6%다. 강원이 36.6%로 제일 높고 충청 31.6%, 영남 25.4%, 호남 21.9%, 서울이 18.2%로 제일 낮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외부에서 신입생 자원을 유치해야만 하는 영남과 호남의 기숙사 수용비율이 낮다. 계속되는 불경기에 거주지를 떠나 의식주를 해결해야하는 지원자 입장에서는 기숙사 수용능력이 높은 대학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영남권 소재 대학 중 기숙사 수용비율이 제일 높은 B대학은 정시모집을 실시하지 않고, 75%로 2위인 F대학의 2021학년도 정시경쟁률은 3.40대 1를 기록했다. 하지만 55%로 3위인 G대학은 0.8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재학생 1000명이 넘는 호남권 소재 대학 중 기숙사 수용률이 38%인 H대학의 정시 경쟁률은 1.34대 1이다.

두 지역 모두 기숙사 수용능력이 높더라고 지원하고 싶지 않다는 신입생의 심리가 읽힌다.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는 전국 평균 24.0명, 영남은 24.0명, 호남은 26.9명이다. 전임교원 확보률은 전국 평균 88.8%, 영남 88.1%, 호남 76.9%다. 두 지역 모두 평균 또는 평균 이하다. 전임교원 확보현황은 각 대학의 교육의 질을 가늠할 수 있다. 전임교원 확보률이 낮다면 시간강사의 비율이 높아 양질의 교육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 취업률은 60.7%, 영호남권 소재 대학의 취업률은 동일하게 57.0%다. 취업률이 취업의 질을 뜻하지 않지만 취업률이 낮다면 지원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간호, 물리치료 등 보건계열이 소재지를 가리지 않고 지원율이 높은 것은 높은 취업률 때문이다. 참고로 전국 간호학과 취업률은 85.2%, 물리치료학과는 86.9%다.

영남권 소재 대학 중 취업률이 높은 대학은 가야대(김해)로 77%다. 간호학과, 방사선학과, 물리치료학과 등 보건계열 모집단위 때문에 높은 취업률을 보인다. 2021학년도 정시 경쟁률은 각각 6.72대 1, 2.88대 1, 4.50대 1이었다.

호남권 소재 대학 중 취업률이 높은 대학은 초당대로 74.8%다. 사회복지상담학과, 간호학과, 항공정비학과 등 취업률에 유리한 학과 때문이다. 높은 취업률에도 2021학년도 정시 경쟁률은 낮다. 각각 1.23대 1, 5.41대 1, 0.75대 1이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지역 소재 대학들의 선발방식이다. 충청과 강원은 수도권과 인접한 지역이라 전국 지원자 중 45%를 차지하는 수도권 출신 지원자가 유입될 수 있으나 영남과 호남은 수도권 출신 유입이 대단히 힘들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영남과 호남 소재 대학을 지원하고자 할 때 부족한 내신을 만회할 전형을 1순위로 고민할 법하나 그런 전형이 두 지역에는 거의 없다.

대학 선발의 편의성이 높은 학생부교과전형은 많다. 대학의 선발권이 확보되는 학생부종합 등 전형 비율이 낮아 학생들은 지원에 대한 고민이 클 것이다.

이런 전형 구조의 특징 때문에 경쟁률은 낮고 입학은 쉬운 형태의 입시가 형성된다. 쉽게 입학한 신입생이 대학에 충성도가 높을 까닭이 없다. 그래서 영호남 소재 대학들의 중도탈락 학생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5.80%, 6.80%로 나타난다.

영남권, 호남권 소재 대학들은 장학금이나 기숙사 수용률 등으로 신입생을 유치하려 하나 학령인구가 많을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각 대학의 민낯, 즉 전국 평균 이하의 낮은 교육투자 환경과 낮은 취업률 등으로 지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게다가 전형의 특징상 높은 경쟁률이 나올 수 없는 구조도 한몫했다고 본다.

신입생 입장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경쟁자가 줄어들어 대학 진학이 쉬운 상황에서 발전가능성이 높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힘들게 입학해 대학에 대한 자존감이 높은 대학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단, 최근 지표로 본다면 그 대학은 영남권, 호남권 소재 대학은 아니라는 것.

학생들의 요구조건과 시대 흐름에 맞는 학과 구조조정, 학사개편, 선발방식의 변화 등 영호남 대학의 환골탈태를 기원한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 © 뉴스1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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