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이승우, '챔스 출전' 이스라엘보다 스페인 2부가 좋은 이유

한준 기자 2021. 1. 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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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트트라위던(벨기에)에서 기회가 사라진 이승우(23)가 1월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새 팀을 찾고 있다.

이승우가 유럽 경력을 이어가기 위한 실질적인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이적이다.

벨기에 현지 언론이 이승우의 번뜩임이 팀 내 2선 공격수 중 가장 인상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트트라위던이 이승우와 콜롬바토를 배제하고 새로 구성한 팀이 최근 리그 6경기에서 5승을 거두며 강등권에서 탈출하자 후반기에 더 이상 출전 기회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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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트트라위던에서 2년 간 아쉬운 시간을 보낸 이승우.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신트트라위던(벨기에)에서 기회가 사라진 이승우(23)가 1월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새 팀을 찾고 있다. 이승우가 유럽 경력을 이어가기 위한 실질적인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이적이다.


▲ 이승우는 왜 벨기에를 떠나려 하나


이승우는 201-2020시즌 신트트라위던에 입단하며 등번호 10번을 달았으나 마르크 브리스 감독과 불편한 관계였고, 전술적 방향성과 부합하지 못해 거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20-2021시즌에는 호주 출신 케빈 머스캣 감독이 부임해 프리시즌 기간부터 신뢰를 주며 중용했다.


개막 후 경기력이 좋았고, 강호 로얄 안트워프와 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벨기에 현지 언론이 이승우의 번뜩임이 팀 내 2선 공격수 중 가장 인상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할 수록 팀의 경기력이 떨어진 것은 물론, 이승우의 스타일도 상대 팀 수비에 파악되면서 힘을 쓰지 못했다.


신트트라위던이 리그 최하위로 추락하면서 머스캣 감독이 경질됐고, 새로 부임한 페터르 마스 감독은 전혀 다른 스타일로 선발 명단을 재구성했다. 애초에 머스캣 감독이 팀이 강등 위기에 직면하자 당초 플랜A로 삼았던 4-4-2, 4-3-3 포메이션을 포기하고 3-5-2 포메이션으로 전환했고 이승우의 입지가 축소된 바 있다.


마에스 감독 부임 후 이승우의 단짝으로 잘 알려진 창조적인 미드필더 산티아고 콜롬바토가 1월 8일 멕시코 클럽 레온으로 임대 이적했다. 신트트라위던이 이승우와 콜롬바토를 배제하고 새로 구성한 팀이 최근 리그 6경기에서 5승을 거두며 강등권에서 탈출하자 후반기에 더 이상 출전 기회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승우의 이적 추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바르사 유소년 출신 선수 이승우의 소식을 보도한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 기반 스포츠 신문 스포르트 보도 내용 캡처.

▲ 이승우는 왜 터키행을 거부했나


지난 12일 벨기에 신문 보도를 통해 터키 쉬페르리가 클럽 괴즈테페와 임대 이적 협상 소식이 전해졌다. 구단 간 합의는 됐으나 선수 측의 거절로 무산됐다. 이승우는 지난 해 새로 계약한 에이전시 P&P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통해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리그로 이적을 추진했다.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한 에이전시인데다, 서유럽 지역에 네트워크가 풍부한 P&P 스포츠 에이전시는 스페인 라리가2(2부리그) 4개 팀의 제안을 끌어냈다.


이승우에게 적극적 관심을 보이는 팀 중에는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도 있다. 2020-2021시즌 전반기에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 참가했고, 현재 유로파리그 32강전으로 내려온 명문 구단 마카비텔아비브가 2선 화력 보강을 위해 이승우를 원하고 있다. 


텔아비브를 제치고 현재 이스라엘 1부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마카비하이파도 동시에 이승우 영입전에 가세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이승우 측의 긍정적 답을 얻지 못해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우가 스페인행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두 마카비 팀은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의 단골 손님이지만, 이승우는 또 한번 새로운 리그에서 새로운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는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렵다. 스페인에서 성장한 이승우는 전술적인 이탈리아, 피지컬적인 벨기에에서 고전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언어적 문제를 포함해 예상하지 못한 경기 외적 리스크로 흔들릴 수 있다.


라스팔마스의 레모스(왼쪽)와 스포르팅히혼의 아이토르 가르시아가 공을 다투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이승우를 원하는 스페인 2부리그 팀들의 상황


스페인 2부리그에서 이승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팀은 스포르팅 히혼(21라운드 현재 5위,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권), 라스 팔마스(9위), 테네리페(16위), 알바세테(22위, 강등권 최하위)다. 


이 네 팀 중 가장 좋은 선택지는 가장 높은 순위에 있는 히혼이다. 라스 팔마스와 테네리페는 스페인보다 북아프리카가 가까운 카나리아 제도를 연고로 하고 있어 원정 경기마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테네리페(승점 26점)의 경우 강등권과 승점 차이가 6점에 불과해 2부리그 잔류가 당면 과제인 팀이다. 


성적 문제가 절실해 즉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 아예 배제될 수 있다. 심지어 팀이 3부리그로 강등될 위험까지 있다. 그런 점에서 최하위 알바세테는 선택해선 안될 팀일 수 있다. 


1905년 창단한 스페인 북부 아스투리아스 지역 팀 히혼은 47시즌을 라리가에서 보낸 전통 있는 팀이다. 스페인 국가대표 미드필더 루이스 엔리케(현 감독), 공격수 다비드 비야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1977-1978시즌부터 1997-1998시즌까지 라리가에 생존했고, 2008-2009시즌 승격한 뒤 2010-2011시즌에는 라리가 1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11-2012시즌 19위로 다시 2부리그로 내려왔고, 2015-2016시즌에 다시 1부리그로 올라오는 등 승격과 강등을 최근 반복했다.


에스파뇰을 지휘하며 유로파리그에 참가했던 다비드 가예고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 스포르팅 히혼, 네 개 관심 팀 중 최적의 팀


현재 히혼을 지휘하고 있는 다비드 가예고 감독은 스페인 카탈루냐 바르셀로나 태생이다. 선수 생활도 주로 카탈루냐에서 보냈고, 2013년 RCD 에스파뇰 유소년 팀을 맡은 뒤 2016년까지 일해 이승우가 라 마시아에서 지내던 시절의 플레이를 근거리에서 지켜본 인물이다.


가예고 감독은 이후 에스파뇰B팀 감독을 거쳐 1군까지 지휘했다. 2019-2020시즌 전반기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가예고 감독은 올 시즌 히혼 감독을 맡아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스페인 신문 엘데스마르케 아스투리아스판 보도에 따르면 가예고 감독은 후반기 승격권 안착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구단에 공격수 영입을 요청했다.


히혼은 4-2-3-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경기한다. 이승우는 2선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원톱 뒤에 세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히혼에는 뛸 수 있는 영역이 많다.


공격진의 주력 선수는 세르비아 스트라이커 우로스 주르제비치(26세)와 레프트윙 아이토르 가르시아(26세), 공격형 미드필더 마누 가르시아(23세), 라이트윙 니콜라 쿠미치(22세)다. 주르제비치는 21경기에 모두 출전해 12득점 1도움을 기록 중으로 현재 히혼이 거두고 있는 좋은 성적의 이유다.


문제는 2선 선수들의 기록이다. 아이토르가 21경기에서 2골을 기록 중이고 라이트윙 쿠미치는 1도움을 올리는 데 그쳤다. 특히 올 시즌을 위해 임대 영입한 쿠미치는 기대에 비해 너무 많은 기회를 허비하고 있다며 혹평을 받고 있다. 1월 이적 시장을 통해 세르비아 리그로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쿠미치는 173cm의 단신에 돌파력과 득점력을 기대한 선수다. 쿠미치를 내보내고 이승우를 영입하는 게 히혼이 그리는 그림이다. 쿠미치가 출전하지 않았을 때 기용된 선수들은 경험이 일천하고, 출전했을 때 실적이 더 부족했다. 


자금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히혼이 측면 공격 강화를 위해 언어 및 문화적 적응 문제가 없는 이승우를 영입 타깃으로 삼은 것은 논리적인 일이다. 


2020/21시즌 벨기에 리그 전반기에 이승우는 성인 프로 무대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세드레스를 십자 인대 부상으로 잃은 라스 팔마스


라스 팔마스도 나쁜 선택지는 아니다. 히혼과 마찬가지로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하는데, 레프트윙 로베르 곤살레스(20세, 5골 2도움)와 스트라이커 세르히오 아라우호(28세, 5골 1도움)의 활약에 비해 라이트윙의 화력이 아쉽다. 1월 초 레알 마드리드 유스 출신 윙어 크리스티안 세드레스(24세)가 십자 인대 부상으로 장기 이탈한 점도 윙어 보강이 시급한 이유다. 현재 라이트윙 포지션은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던 키리안 로드리게스(24세)가 배치되고 있다.


라스 팔마스는 라요 바예카노의 3부리그 우승, 레알 베티스의 두 차례 2부리그 우승을 통한 1부 승격을 이뤘던 페페 멜 감독이 지휘하고 있다. 라스 팔마스는 2017-2018시즌 라리가 19위로 강등됐고, 멜 감독은 2018-2019시즌 팀이 2부리그에서도 하위권으로 추락하자 부임했다. 지난 2019-2020시즌에도 2부리그 9위에 그쳐 올 시즌에도 승격권과 거리가 있는 성적을 낼 경우 입지가 위태롭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지만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유럽 축구 겨울 이적 시장은 현지 시간으로 2월 1일 마감된다. 10일이 남지 않은 가운데 협상을 마치고 스페인으로 건너가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훈련에 합류해 최대한 빨리 새로운 팀에 적응해야 한다. 


신트트라위던을 선택했던 것도 꾸준한 출전 기회를 원해서 였다. 유럽 대항전이라는 달콤한 기회보다 유년 시절을 보낸 스페인의 하부리그를 택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포지션 경쟁도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어느새 20대 중반을 향하는 이승우가 거듭 미완의 대기에 그치고 있는 유럽 프로 무대 도전에 결실을 맺기 위해 어떤 팀을 선택할지 궁금하다. 확실한 것은 스페인 스포츠 신문 스포르트의 기사 헤드라인처럼 이승우가 벨기에를 떠나는 일은 매우 가까워 졌다는 것이다.


사진= '스포르트' 인터넷판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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