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에 이어 이번엔 캐나다.. 韓·中, 올해도 LNG선 수주 경쟁

김우영 기자 2021. 1.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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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LNG선 독점 지위 위협하는 中… 화끈한 정부 지원 덕

국내 조선업계가 LNG(액화천연가스)선 수주를 두고 올해도 중국과 경합을 벌이게 됐다. 카타르에 이어 이번엔 캐나다다. 최근 중국 조선소들은 자국 정부의 금융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LNG선 시장에 파고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카타르 LNG선 수주전(戰)에서 16척의 슬롯(도크) 예약 계약을 따내 한국의 ‘싹쓸이 수주’에 제동을 걸었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는 최대 6척(옵션 3척 포함)의 LNG 운반선 발주를 위해 아시아의 두 조선소와 접촉 중이다. 두 조선소는 현대중공업그룹과 중국 국영 조선그룹 중국선박공업(CSSC)의 후둥중화조선으로 알려졌다. 선박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모습. /현대중공업그룹 제공

이번에 발주되는 LNG선은 ‘LNG 캐나다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이 프로젝트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키티맷 지역에 천연가스 플랜트를 건설해 LNG 형태로 수출하는 사업이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셸의 주도로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에 페트로나스는 지분 25%를 보유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지분 5%를 갖고 있다.

조선업계는 이번 페트로나스의 LNG선 발주에 주목하고 있다. LNG선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LNG선(17만4000㎥급)의 신조선가는 1억8600만달러(약 2048억원)다. 옵션 분 3척을 포함해 6척을 모두 수주할 경우 총 11억1600만달러(약 1조2300억원)의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조선업계의 기술력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이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 페트로나스가 접촉한 후둥중화조선은 중국 조선업계를 통틀어 LNG선 건조 경험이 가장 많은 회사지만, 여러 차례 고장과 폐선 사고를 일으켜 악명이 높다. 후둥중화조선이 건조했던 LNG선 글래드스톤호는 지난 2018년 호주 인근 해역에서 엔진이 고장 나 폐선되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선은 천연가스를 액체로 보관하기 위해 영하 163도 극저온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이런 기술력은 한국이 독보적인 세계 1등"이라며 "자칫 LNG가 탱크에서 샐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선사들이 한국 조선소를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LNG 캐나다 프로젝트 생산 시설 조감도. /LNG 캐나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더는 중국 조선소들을 ‘한 수 아래’로 취급하며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4월에도 최대 120척에 달하는 카타르 LNG 운반선 수주전(戰)에서 16척의 슬롯 예약을 따냈다. 슬롯 예약은 정식 발주 전에 건조공간을 확보하는 절차다. 결과만 놓고 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등 국내 조선 3사가 나머지 100여척의 슬롯 예약 계약을 체결했지만, 내심 독식을 자신했던 국내 조선업계에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중국이 매섭게 한국 정부를 추격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막대한 금융 지원이 있다. 해외 선사들이 선박을 발주하면, CSSC의 금융 계열사가 계약대금을 지원해주는 식이다. 중국 금융권은 선사로부터 선박을 인수한 뒤, 그 선사에 다시 대여(재용선)해주는 ‘세일 앤드 리스백’(S&LB)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구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2060년까지 온실가스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탈석탄 정책을 추진하면서 LNG 사용량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가스전을 개발해 LNG를 파는 업체들 입장에선 최대 고객인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작년 카타르 수주전에서 중국이 16척의 슬롯 예약을 따낸 배경에 중국의 에너지 구매력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조선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꾸준히 LNG선 건조 경험을 쌓는다면 한국 조선업계와의 격차를 좁히는 건 시간 문제"라며 "조선소들이 원가 경쟁력을 키우거나 정부의 외교적인 노력이 해법이 될 수 있지만, 이는 단기간에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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