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버스 보조금 삭감에 버스업계 울상.."코로나發 승객 감소 반영안해"

세종=최효정 기자 2021. 1.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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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전기버스 보조금은 20% 축소
운수업체 "코로나19로 승객 30% 급감
…정부 보조금으로는 버스 교체 못해"

정부가 올해 전기·수소버스의 보급에 700억원을 투입한다. 미세먼지 저감과 대기 오염 감소 효과가 높은 상용차를 중심으로 친환경차 전환 목표를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올해 전기버스 350대와 100대를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혜택을 봐야할 버스업계는 난감한 표정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승객수가 급감해 매출 절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수소버스 교체에 투입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버스업계는 정부의 친환경 버스 전환 목표에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시 최초로 투입된 수소버스. 현재 서울시 수소버스는 대원여객의 370번 노선 등에 총 4대가 운행 중이다 /연합뉴스

◇버스·전기버스 보급한다더니 보조금 인하… 추가부담금 최대 1.5억원

24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환경부는 지난 21일 전기버스와 수소버스 교체 지원 등을 포함한 무공해차 보조금 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전기버스 1대당 대형은 최대 8000만원, 중형은 최대 60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지난해보다 대형·중형 모두 2000만원씩 줄어든 수준이다.

또 국토부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저상버스(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오를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은 버스) 도입 시 국토부와 지자체에서 5:5비율로 지급하는 보조금도 대당 9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고보조금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각 지자체의 보조금도 줄줄이 주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초기에 비해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기버스와 수소버스의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국고보조금을 2000만원씩 인하하게 됐다"고 했다.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받더라도 버스업계가 부담해야할 버스 구매비용은 대당 대당 1억~1억2000만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코로나19에 어려워진 회사 사정에 보조금을 높여도 전기·수소버스 전환이 어려울 상황인데, 오히려 보조금이 낮아지면서 투자에 나설 여력이 더욱 떨어진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전기버스는 중국산 대형버스가 3억원, 국산 대형버스가 4억원선으로 알려졌다. 우선 환경부의 국고보조금 8000만원과 함께, 저상버스 보조금 대당 약 9000만원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여기에 친환경차 보급 장려를 위해 각 지자체에서 약 1억원 가량 비용이 지원된다.

따라서 국산 대형버스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대당 약 1억3000만원 수준의 비용이 추가로 필요하다. 다만 중국산 대형버스를 구입할 경우, 추가 비용은 약 3000만원으로 낮아지지만, 이 마저도 버스업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올해부터는 중국산 전기버스를 구입하기 위해 보조금을 받으려면, 최소 1억원의 자기부담금을 내야한다. 사실상 보조금을 받으면 공짜 수준이 되는 중국산 전기버스 구입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수소버스는 대당 가격이 6억3000만원 수준이다. 정부가 수소차 보급사업에서 보조금으로 1억5000만원을 지원하고 지자체, 업체 등이 추가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 운수업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일반 경유버스 수준인 1억4000만~1억5000만원에 공급된다.

◇승객수 ‘뚝’ 적자 허덕이는 버스업체… "월급 줄 돈도 없는데, 무슨 친환경 버스"

하지만 보조금이 있어도 운수업체가 높은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전기·수소버스 전환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버스업계가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적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2월 6일부터 8월 30일까지 서울·부산 등 전국 16개 시도에서 노선버스 수송 인원은 21억62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억5000명(28.90%) 급감했다. 또 이 기간 전국 노선버스 매출액은 2조9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76억원(24.46%) 줄었다.

하지만 9월 이후부터 코로나19의 2~3차 재확산이 반복된 점을 감안하면 승객수 감소와 매출액 피해는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서울시나 부산시, 대구시 등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들의 경우, 예산으로 적자를 메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정부는 코로나19 피해로 전기·수소버스 보조금 예산을 삭감하기도 했다. 지난해 3차 추가경정예산 마련을 위해 수소버스 관련 예산을 수요 문제 등으로 우선순위가 낮다며 대폭 삭감(318억원)한 것이다. 이로 인해 수소버스 도입 물량은 180대에서 80대로 급감했고 수소버스 충전소도 13개에서 9개로 줄었다.

미흡한 충전 인프라도 전환에 속도가 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현재 서울 시내에 수소버스를 충전할 수 있는 버스전용충전소는 없다. 다만 지난해 처음으로 도입된 4대의 수소버스는 승용차용으로 만들어진 서울 내 수소충전소에서 충전하고 있다. 억대의 비용을 들여 수소버스를 구입한다고 해도 충전 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한 서울 시내버스 업체 관계자는 "소음이나 연비 등 많은 면에서 수소버스나 전기버스가 기존 CNG버스보다 우월하고, 지원금이 많기 때문에 전환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운수업계 전체가 코로나19로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버거운 고사 상황에 몰렸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실제 수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버스를 교체하려는 운수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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