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만에 11% 올랐다"..전고점 돌파 '네이버'에 무슨 일이?

홍성용 2021. 1. 24.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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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자의 빅테크

[홍키자의 빅테크-6] 네이버가 지난 21일과 22일 각각 4.71%, 6.51% 오르면서 무려 11%가 넘게 올랐습니다. 22일 장중에는 35만원을 기록하며 네이버 역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죠. 외국인과 기관은 이틀 연속 매수세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올해 들어 현대차에 밀렸던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도 다시 4위를 차지했습니다.

여름 이후 한동안 주가가 횡보하던 네이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어떤 뉴스가 나온 걸까요? 네이버의 미래를 한번 전망해봐야겠습니다.

네이버 경기도 분당 그린팩토리 사옥 전경. 2020.1..06.매경DB

네이버, 글로벌 1위 웹소설 업체 '왓패드' 6500억에 샀다

지난 1월 20일 이른 아침, 네이버가 회사 인수 소식을 공시했습니다. 바로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1위 회사인 '왓패드'를 인수했다는 소식입니다. 네이버는 19일 이사회를 열어 왓패드 지분 100%를 6532억5050만원(6억달러)에 취득하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네이버의 자기자본 대비 10.04% 수준의 인수가격이었고요. 네이버의 외부 법인에 대한 투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에요.

2006년 설립된 왓패드는 북미와 유럽 등 전 세계에서 매월 9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웹소설 유통 서비스입니다. 현재 500만여 명의 작가가 쓴 10억여 편의 웹소설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왓패드의 월 사용 시간은 무려 230억분에 달한다고 하고요. 왓패드에서 1900만뷰를 기록한 로맨스 소설 '키싱 부스'와 '애프터' 등 1500여 편의 작품이 넷플릭스 영화 혹은 출판물로 제작돼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네이버가 인수한 글로벌 1위 웹소설 업체 `왓패드` /사진=네이버
그럼 네이버가 굳이 웹소설 1위 업체를 인수하는 이유는 뭘까요? 네이버는 이번 인수로 웹툰(네이버웹툰)과 웹소설 분야에서 각각 세계 1위 플랫폼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전 세계 1위 웹툰 플랫폼과 전 세계 1위 웹소설 플랫폼을 기반으로 웹콘텐츠 시장에서 강력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 거죠. 네이버웹툰을 매월 사용하는 웹툰 사용자(MAU)만 7200만명이 넘거든요. 단순 합산으로 1억6000만명의 전 세계 사람들이 매달 이용하는 거대 스토리텔링 플랫폼을 네이버가 갖추게 된 겁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이번 인수에 대해 "스토리를 통해 글로벌 이용자를 즐겁게 하려는 왓패드의 비전이 네이버의 비전과 딱 들어맞는다"고 말했고요.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왓패드를 통해 한층 더 다양한 글로벌 스토리텔링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게 됐다. 왓패드와의 시너지를 통해 역량이 강화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네이버웹툰, 웹툰계의 '유튜브' 됐다

'네이버웹툰이 얼마나 웹툰계에서 유명하길래'라고 물음표를 던지는 분도 많을 겁니다. 네이버웹툰은 전 세계에서 '웹툰계의 유튜브'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1020세대, MZ세대 모두 네이버웹툰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미 북미지역의 네이버웹툰 월간 순사용자 수(MAU)는 2019년 말에 1000만명을 넘었습니다. 미국 iOS 엔터테인먼트 앱 순위에서 틱톡,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앱들과 함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게 바로 네이버웹툰이고요. 전 세계 1020세대, 좀 더 넓게 봐서 30대 중반까지 7200만명이 매월 네이버웹툰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죠.

그럼 무슨 만화를 보는 걸까요? 우리나라 작가들의 만화를 포함해서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 작가의 만화부터 프랑스 등 유럽 작가의 만화, 남미 지역 작가의 만화까지 모두 볼 수 있는 겁니다. 각 나라의 창작자들이 자국의 언어로 창작하면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 작품이 공개되는 형태입니다. 네이버웹툰이 한 지역의 콘텐츠를 각 국가로 연결하는 '크로스 보더' 플랫폼으로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죠. 전 세계 웹툰의 창구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한 네이버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 전체 자원의 절반 이상을 해외 비즈니스에 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체 예산과 인력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쓰고 있다는 겁니다. 네이버웹툰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죠.

네이버웹툰 IP 기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네이버웹툰은 단순한 웹툰 플랫폼이 아닙니다. 플랫폼 운영자이면서 콘텐츠 제공자이죠. 작년 말에 글로벌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네이버웹툰 '스위트홈'을 원작으로 한 이 시리즈는 공개되자마자 한국을 포함해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카타르, 태국, 베트남 등 총 8개국에서 넷플릭스 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홍콩과 페루,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위, 도미니카공화국과 오만, 방글라데시, 아랍에미리트에서 3위, 미국 8위, 멕시코 9위, 프랑스 10위를 기록하며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휩쓸었죠.

이미 원작인 네이버웹툰 '스위트홈'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9개 언어로 전 세계에 서비스되며 글로벌 누적 조회 수 12억뷰를 달성했으니, 이 넷플릭스 시리즈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네이버, 넷플릭스·디즈니와 정면대결

앞으로는 네이버웹툰과 네이버웹소설(왓패드) 지식재산권(IP) 기반의 OTT 영상 콘텐츠가 쏟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제2, 제3의 '스위트홈'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죠. 웹툰과 웹소설로 경험한 스토리를 영상 콘텐츠로 만드는 성공 방정식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더구나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OTT 플랫폼만이 가진 콘텐츠 강점을 네이버 플랫폼도 가지게 될 전망입니다. 네이버의 플랫폼 영향력이 커지면 이제 넷플릭스가 아닌 네이버TV와 같은 플랫폼에서만 '스위트홈' '유미의세포들' 등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고객들을 플랫폼에 묶어두는 록인 효과를 네이버만의 콘텐츠로 가능하게 되는 겁니다.

네이버가 작년에 CJ랑 지분인수를 하면서 콘텐츠 파워는 더욱 커졌습니다. 네이버가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을 가지게 됐죠. CJ ENM은 이미 영화 '기생충', 드라마 '도깨비'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콘텐츠 기획력을 이미 검증받았고요. 스튜디오드래곤도 '도깨비' '비밀의 숲'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랑의 불시착' 등을 제작하며 한국 대표 제작사로 꼽힙니다. 이 때문에 네이버의 콘텐츠 영향력은 올해 관련 인수 절차들이 모두 마무리되면 더욱 커질 예정입니다.

CJ ENM 투자배급 영화 `기생충` 포스터.

네이버-CJ 6000억원대 지분 교환으로 전략적 동맹, 콘텐츠 물류 시장 공략… 한국판 넷플릭스 꿈꾼다(기사 바로가기)

업계에서 전망하는 네이버웹툰 미국 상장 추진도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네이버는 미국에 있는 네이버웹툰 자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웹툰 본사로 정하고, 웹툰 사업의 무게중심을 한국에서 미국으로 옮겼습니다.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는 대로 미국 상장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네이버의 해외 파이프라인이 강화되는 것은 곧 네이버가 탁월한 실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네이버 같은 인터넷 기업들은 제조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서비스를 확장했는지,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은 성장의 명확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이틀간 네이버 주가가 11%나 오른 것은 이런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의 글로벌 스토리텔링 플랫폼으로의 변신에 모두의 눈이 쏠려 있습니다.

[홍성용 기자]

'홍키자의 빅테크'는 IT, 테크, 스타트업,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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